[김제곤] 항산화와 한의학(8)

항산화에 효과가 있는 한약재

(지난 호에 이어)

8)강황(薑黃)

커큐민은 체내의 대표적인 항산화 효소도 활성화합니다. 여러 실험에서 SOD, CAT, GPx의 활성이 증가하고, 세포 내 환원형 글루타티온(GSH)이 유지되었으며, 반대로 지질 과산화의 대표 지표인 말론디알데하이드(MDA)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세포막과 DNA를 활성산소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방어기전으로 평가됩니다.

미토콘드리아 보호 효과 역시 강황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활성산소가 가장 많이 생성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면 ATP 생산이 감소하고 활성산소는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커큐민은 미토콘드리아 막전위를 안정시키고 과도한 활성산소 생성을 줄이며, 세포자멸사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용은 심장, 간, 신장, 뇌 등 다양한 장기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됩니다.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은 서로를 증폭시키는 관계입니다.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NF-κB, COX-2, iNOS 등의 염증 신호가 활성화되고, 염증은 다시 활성산소 생성을 증가시킵니다. 커큐민은 NF-κB를 억제하고 TNF-α, IL-1β,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Nrf2를 활성화해 항산화와 항염증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이러한 다중 작용 때문에 커큐민은 ‘멀티 타깃 천연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강황은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혈관 내피세포는 산화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며,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혈관 확장 기능이 감소하고 산화 LDL이 증가하여 동맥경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커큐민은 혈관 내피세포의 산화 손상을 줄이고 산화질소(NO)의 생성을 유지하며, 혈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일부 임상연구에서는 혈중 염증 지표와 산화 스트레스 지표가 감소하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신경 보호 효과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뇌는 산소 소비량이 많고 지방 함량이 높아 산화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커큐민이 Nrf2를 활성화하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보호하며, 신경세포의 산화 손상과 세포사멸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허혈성 뇌손상 모델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축적되고 있지만, 아직 대규모 인체 임상시험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강황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통증을 완화한다고 설명합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러한 효과의 일부를 혈관 내피 보호, 산화 스트레스 감소, 염증 조절 및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이라는 생물학적 기전으로 이해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전통적인 활혈행기 작용이 세포 수준에서는 항산화와 항염증 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강황은 단순히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향신료가 아닙니다. 커큐민을 중심으로 자유라디칼을 직접 제거하고, Nrf2 항산화 방어체계를 활성화하며, SOD•CAT•GPx와 같은 항산화 효소를 증가시키고,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며, NF-κB를 억제하여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동시에 조절하는 다중 기전을 가진 천연물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강황이 오랜 세월 전통의학에서 활용되어 온 이유를 현대 과학으로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다만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강황 한 가지에 의존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함께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9) 당귀(當歸)

한의학에서 당귀(當歸, Angelica sinensis)는 ‘혈(血)을 보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약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빈혈, 월경불순, 갱년기 증상, 산후 회복, 손발 저림 등에 널리 사용되어 왔으며, “여성의 인삼”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효능을 넘어 강력한 항산화(antioxidant) 작용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당귀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가 노화와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매, 퇴행성 관절염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활성산소를 줄이고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것은 건강한 노화를 위한 핵심 전략이며, 당귀는 이러한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천연 항산화 약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귀의 항산화 효과는 여러 생리활성 물질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Ferulic acid(페룰산)

Ligustilide(리구스틸라이드)

Polysaccharides(다당체)

Angelica polysaccharides

Flavonoids(플라보노이드)

Phenolic compounds(페놀성 화합물)

이들 성분은 활성산소를 직접 제거할 뿐 아니라 체내 항산화 효소를 활성화시키고 염증반응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당귀 추출물은 다양한 실험에서 DPPH radical, Hydroxyl radical, Superoxide radical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페룰산은 강력한 자유라디칼 소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포막의 지질 산화를 억제하여 세포 손상을 감소시킵니다.

이러한 작용은 피부 노화뿐 아니라 혈관 노화, 신경세포 손상, 간세포 손상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항산화는 단순히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방어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효소가

Superoxide Dismutase(SOD)

Catalase(CAT)

Glutathione Peroxidase(GSH-Px)입니다.

여러 동물실험에서는 당귀 투여 후 이러한 항산화 효소들의 활성이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 반대로 산화 스트레스의 대표적인 지표인 Malondialdehyde(MDA) 농도는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당귀가 단순한 항산화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자체 방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약재임을 의미합니다.

산화 스트레스와 만성염증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염증이 심해지고, 염증이 심해질수록 다시 활성산소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당귀는 

TNF-α

IL-1β

IL-6

NF-κB 

등 염증 관련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항염 작용은 결과적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만성염증이 동반되는 다양한 질환에서 당귀의 활용 가능성이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혈관 내피세포는 활성산소에 매우 취약합니다.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혈관 기능이 저하되고 동맥경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음 호에 계속)

서니부룩 종합병원 침구과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