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 후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무들은
큰 양동이 하나씩 들고
숲 밖으로 나온다
양동이마다
빗물을 받아
지난여름부터
준비한
빛고운 붉은 옷감을
필로 들고 나와
마지막 행굼을 하고
비 개인 오후
바삭 소리 나게 말려
넓은 들녘에
도르르 풀어 놓고
가위질 슥슥
작고 앙증맞은
맞춤옷을 만든다
새 옷 입은 입새들
팔랑팔랑
거리에 쏟아져 나와
가을아
가을아
계절을 부르면
온 세상은 그만
행복으로
붉게 취해버린다
나무들은
참 아름답고 착하게
물만 마시며
평생을 금식하며
시샘 없이
미움 없이
욕심 없는
삶 살며
그것도 모자라
하루 종일 숲에 서서
하늘을 향해
기도만 한다
그런 착한 삶을
떠날 때는
슬픔 아닌
눈물 아닌
가장 빛나는
주황 불꽃 위에
자신 모두를
활활 태우며
미련 없이 떠나는
한 번 쯤
닮아 보고 싶은
아름다운
그 모습
그 멋
부러운 가을이다
토론토 거주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