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난영] 예비 부부의 갈등

예비부부 A와 B는 결혼을 석 달 앞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 함께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좋아하는 음식과 취미도 비슷했다. 영화 취향도 같았고, 여행을 계획하는 방식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혼을 준비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소한 선택 앞에서도 의견 충돌이 잦아졌고, 대화는 점점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예전에는 웃으며 넘기던 대화 속에 권위적인 말투와 짜증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려는 시간이 많아졌고, 대화가 끝날 때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두 사람은 성격이 달라서 갈등하는 것이 아니었다. 갈등 앞에서 드러나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을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다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며 함께 맞춰가려는 시도였다. 많은 예비부부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행복한 순간의 모습만 알고 있을 뿐, 갈등 속에서 드러나는 서로의 내면은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반응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연애를 시작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우리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커플을 종종 만난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이상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담자의 시선에서는 조금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정말 갈등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갈등을 피했던 것일까?”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생각과 가치관, 생활방식이 모두 같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갈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거나 차이를 드러내지 않았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싸운 적이 없다”는 말의 이면에는 다양한 모습이 숨어 있다. 한 사람은 상대가 떠날까 두려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은 갈등 자체가 불편하여 언제나 “당신 뜻대로 해”라고 양보한다. 어떤 사람은 상대를 배려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관계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결혼을 준비하거나 경제적 문제, 자녀 양육, 부모 부양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 눌려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도 한다.

부부 상담의 권위자인 존 가트맨은 행복한 부부도 갈등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차이는 갈등의 유무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서로를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존중을 잃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부부일수록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다를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성격이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각자가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모른 채 부딪히는 것이다. 존 가트맨은 다음과 같은 실제이론을 소개한다. 

우선, 자신의 갈등 반응 패턴을 먼저 알아차린다. 어떤 사람은 갈등이 생기면 바로 이야기해서 풀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일단 거리를 두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둘 다 틀린 방식이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왜 대화를 피해” 또는 “왜 이렇게 몰아붙여”라는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둘째, 감정이 격해졌을 땐 잠시 멈춘다. 존 가트맨은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나누는 대화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상처만 남긴다고 말한다. “지금은 너무 감정이 예민하니 20분만 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처럼 잠깐의 타임아웃을 갖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기술이 될 수 있다.

셋째, 자신의 감정과 필요를 1인칭으로 표현하는 대화 방식은 상대가 방어벽을 덜 세우게 만든다. “너는 항상” 대신 “나는 이럴 때 이렇게 느꼈어”로 말한다. 상대를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말투는 방어와 역공격을 부른다. 

넷째, 결론보다 이해를 먼저 목표로 삼는다. 갈등의 목적이 “누가 맞는지 가리는 것”이 되는 순간 대화는 싸움이 된다. 결론을 내기 전에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먼저 충분히 듣는 것만으로도 갈등의 절반은 누그러진다.

다섯째, 화해의 시도를 놓치지 않는다. 가트맨은 사소한 농담, 손 내밀기, “미안해”라는 한마디처럼 갈등 중간에 나오는 작은 화해의 신호를 얼마나 잘 알아차리고 받아주는가가 관계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런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제3자의 도움을 받는다. 두 사람만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깨기 어렵다면, 예비부부 상담이나 부부 상담을 통해 서로의 갈등 방식을 구조화해서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건강한 관계는 갈등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갈등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관계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싸우느냐가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며,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가이다. 결혼은 갈등이 없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갈등을 통해 이해를 배우고, 배려를 익히며, 사랑을 성숙하게 만들어 가는 여정이다. 부부 관계의 목적은 서로를 완벽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통해 함께 성숙해 가는 데 있다.

성경은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에베소서 4:26)고 말씀한다. 이 말씀은 화를 느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받고, 실망하고, 분노할 수 있는 존재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분노는 관계를 파괴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문이 될 수도 있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분노가 아니라, 자신의 상처와 필요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감정이 될 때 관계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좋은 부부는 한 번도 싸우지 않는 부부가 아니다. 좋은 부부는 갈등 속에서도 상대를 적으로 만들지 않고, 다시 사랑의 자리로 돌아오는 법을 배우는 부부이다. 결국 결혼의 성숙함은 “얼마나 비슷한 사람을 만났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어떻게 사랑을 배우고, 어떻게 용서하며, 어떻게 다시 연결되는가에 달려 있다.

CCC 한인학부 기독상담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