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금융권의 전통적인 주택담보대출 심사는 대출자의 현재 근로소득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습니다. 따라서 직장에서 은퇴해 정기적인 소득 창출이 중단된 시니어의 경우 평생 축적한 자산 규모나 우수한 신용도와 무관하게 제1금융권의 일반적인 심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출 한도가 축소되거나 거절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나 총부채상환비율과 같은 보수적인 은행 심사기준을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 등 은퇴 후의 제한적인 고정수입만으로 충족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순자산 프로그램 혹은 자산 기반 대출방식이 자주 언급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미리 짚고 넘어가야 할 세부 사항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주요 시중 은행 즉 제1금융권의 고자산가 프로그램은 연간 최소한의 기본소득 요건을 명시하거나 전통적인 소득증빙 절차를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소득이 완벽하게 없는 상태에서 순수하게 자산만으로 대출을 승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것이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소득이 전혀 없는 은퇴자라 하더라도 주택 구매 시 50퍼센트 전후의 높은 선수금을 지불하고 대출 이후에도 넉넉한 유동자산을 캐나다 내 계좌에 보유하고 있음을 명확히 증빙한다면 은행의 여신 리스크 관리부서를 설득해 예외적인 승인을 이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자산의 건전성만 훌륭하다면 이러한 예외 승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어디까지나 예외조항입니다.
만약 시중 은행에서 이러한 예외 승인을 진행하기에 조건이 맞지 않거나 시간이 촉박하다면 진정한 의미의 자산 기반 대출을 제공하는 대체 금융권 즉 B권역 대출기관도 존재합니다. 대체 금융권에는 소득이 전혀 없는 고자산가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택 가치 대비 대출 비율을 낮게 유지하고 대출상환에 문제가 없을 만큼 충분한 잉여 유동자산이 확인된다면 정규 소득증빙 없이도 대출 승인이 가능합니다. 제1금융권보다 이자율은 다소 높을 수 있으나 넉넉한 자산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확실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자산 기반 대출은 은퇴 후 한국 등 해외에서 자산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돌아와 새 주택을 구입하려는 분들에게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단 해외에서 유입된 자산은 캐나다 내 금융기관 계좌에 입금된 후 보통 90일 이상의 일정 기간이 경과해야 합법적인 유동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자금 출처 증명과 자산의 현지화 과정은 대출기관마다 규정이 엄격하므로 사전에 자금 이동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전문가와 상의하는 과정이 요구됩니다.
또 다른 대출 전략으로는 역모기지 제도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55세 이상의 시니어라면 집의 순자산가치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역모기지는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매월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의무가 없으며 대출금은 훗날 주택을 매각하거나 이사 혹은 상속 시점에 정산하게 됩니다. 이는 은퇴 후 고정적인 현금 흐름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주택을 유지하면서 생활비 의료비 자녀 주택구입 지원 등을 위한 목돈을 마련하고자 할 때에도 합리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매월 지출되는 고정 상환금이 없기 때문에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주택소유주가 은퇴를 앞둔 시점이라면 근로 소득이 아직 발생하고 있을 때 주택담보 한도대출을 미리 개설해 두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은퇴 전 안정적인 소득이 증빙될 때 금융기관으로부터 최대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승인받아 두면 은퇴 후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이미 개설된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자금을 인출하고 상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유동성을 확보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며 이자는 실제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만 발생하므로 유지 부담도 적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품은 은퇴 후 소득이 급감한 상태에서는 신규 승인을 받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은퇴 시점 이전에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녀와 함께 공동으로 모기지를 신청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은퇴한 부모의 넉넉한 주택 자본과 자녀의 안정적인 근로 소득을 결합하여 대출 기관의 심사 기준을 충족시키는 전략입니다. 부모는 선수금을 지원하고 자녀는 소득을 통해 부채 상환 능력을 증빙함으로써 원하는 규모의 대출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소유권과 세금 문제 장기적인 상속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은퇴 후 정기적인 수입이 감소했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에서의 재무적 선택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1금융권의 예외 승인을 공략할 것인지 대체 금융권의 특화 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인지 혹은 역모기지나 공동 명의를 택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할 뿐입니다. 개인이 보유한 자산의 형태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모기지 시장의 심사 기준을 이해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성공적인 은퇴 후 자산 관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