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CBC, 중계권료 압박에 포기…”문화적 비극”
캐나다의 오랜 전통이자 국가적 정체성의 상징이었던 공영방송 CBC의 NHL 토요일 밤 간판 프로그램 ‘하키 나이트 인 캐나다(Hockey Night in Canada, HNIC)’ 중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CBC와 캐나다 내 NHL 독점 중계권자이자 스포츠 전문채널 로저스 스포츠넷(Rogers Sportsnet)은 2026-27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중계권 연장 계약 합의에 실패했다고 공동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1936년 라디오 방송, 1952년 TV 방송을 시작으로 약 74년간 이어져 온 CBC의 토요일 밤 NHL 경기 및 플레이오프 무료 전국 생중계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전면 중단된다. 이번 계약 종료는 로저스커뮤니케이션스가 NHL과 체결한 기존 12년 계약이 만료되고, 오는 10월부터 새로운 12년 총액 112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캐나다 내 독점 중계권 계약이 발효되는 시점과 맞물려 결정됐다.
CBC는 지난 2013년 로저스가 52억 달러에 중계권을 처음 독점했을 당시 하위 계약을 맺고 방송을 이어왔으나, 광고 수익을 로저스가 전액 가져가는 구조 속에서 재정적 압박과 정치권의 공영방송 예산 감축 압박이 더해지며 더 이상 천문학적인 중계권 입찰 경쟁을 버텨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CBC가 ‘하키 나이트 인 캐나다’라는 상표권(IP)과 소셜미디어 계정의 소유권은 유지하지만, 정작 자사 채널을 통해서는 더 이상 NHL 경기를 내보낼 수 없게 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캐나다인들은 소셜미디어(X) 등을 통해 “엄청난 시대의 종말”, “캐나다 문화의 비극적인 날”이라며 일제히 탄식했다.
팟캐스트 ‘캐나디안 히스토리 Ehx’의 호스트 크레이그 베어드는 “HNIC는 단순한 스포츠 쇼가 아니라 캐나다라는 국가의 문화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캐나다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생애 첫 TV를 구입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1968년부터 2008년까지 사용된 HNIC의 클래식 오프닝 테마곡은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제2의 애국가’로 통할 만큼 세대를 관통하는 향수를 자극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