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품격 있는 언론사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53 전체: 653,941 )
영어는 권력이다- 한인 리더들 영어능력 절실
ywlee

      


2022 한인대축제 공식 개막식 행사

 

 나는 명색이 영문과 출신이다. 중.고교 시절 영어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대학 학과도 앞뒤 잴 것 없이 영문과를 택했다. 영어라면 자신이 있었고 한때 시사영어 출판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캐나다 이민의 동기도 영어가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다. 봉급생활로는 아이들의 엄청난 영어 과외비를 댈 자신이 없었고 어줍지도 않게 외국인 불러다 한시간씩 회화를 배운다고 실력이 늘 것 같지도 않았다. 평생 영어 때문에 시달릴 아이들을 생각할 때 차라리 영어 쓰는 나라에 가서 사는게 낫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이다.

 

0…미련없이 이민봇짐을 싸들고 왔고 캐나다 땅에 발을 딛자마자 나름 영어에 자신이 있던 터라 모든 정착 일을 스스로 해보겠다며 여기저기 부딪쳐 가면서 호기도 부렸다. 첫 정착지도 영어만 쓰기 위해 한국인이 없는 소도시로 정했다.

 

 하지만 곧 모든게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먹고 사는 일이 급하다보니 우선 일자리를 찾게 됐고, 기자 노릇 외에는 달리 재주가 없는 나는 다시 한국신문 만드는 일에 매달리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영어를 정복하겠다던 의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영어실력은 갈수록 줄었다. 한인직장에, 한국음식에, 한국사람에, 한인사회에, 한인성당에… 영어를 별로 쓸 필요가 없는 날이 22년째 반복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오가는 차안에선 뉴스채널을 고정시켜놓고 계속 뉴스를 들으니 시사흐름엔 어느정도 통달해있다. 하지만 일상적 대화가 참 곤혹스럽다. 한국에서 배운 단어들은 고차원적이고 어려운 것들이지만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들이어서 현지인과 대화를 이어가기가 난감하다.  

 

0…우리는 특히 모국어의 중요성을 감안해 집에서는 아이들과 한국말로 대화를 하다보니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이 자연스러운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는 우리 부부의 영어실력이 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많은 이민자들이 처한 실상이다. 이민초기만 해도 연조가 오래된 선배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선배들 가운데 많은 분이 영어를 거의 못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왜 그럴까,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젠 이해가 간다. 언어란 일상에서 자주 써야 느는 법인데 우리들은 굳이 영어가 필요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0…지난주 캐나다 한인사회 최대규모라 할 노스욕 한인대축제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팬데믹으로 중단됐다 3년 만에 재개되니 더 반갑고 활기에 차 보였다. 방문객도 인산인해였고  프로그램도 알찼다.

 

 한인사회가 주최한 축제인데도 외국인이 더 많이 행사장을 찾았고 한인행사가 주류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모든 행사가 그렇듯 옥의 티는 있게 마련. 특히 공식 개막식은 이전부터 지적돼왔듯 또다시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관객이 스탠드를 꽉 메운 가운데 열린 개막식에서 무대 단상에 나란히 앉은 소위 VIP란 분들의 스피치(영어)가 시작됐다.

 

 모두 7명이 스피치에 나섰고 그 중 5명이 한인 지도자들이었다. 이들은 사전에 열심히 스피치 연습을 한 흔적은 보였지만 듣는 청중의 입장에선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다. 누구는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었고 누구는 즉석연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딱딱하고 굳은 발음과 어색한 문법은 그렇다 치고,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본인 스스로 파악이나 하고 발언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청중 앞에서 긴장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감안하면서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0…이럴 때 유창하고 능숙하게 영어연설을 할 한인지도자가 있다면 얼마나 듬직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설픈 스피치도 그렇지만 발언시간도 너무 길어 전체 분위기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더듬거리는 한인들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현지 정치인은 마치 기다렸다는듯, 속사포 같은 속도로 (원어민)스피치를 하는데 한인들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자신감에 찬 톤으로 행사장 분위기를 띄웠다.

 솔직히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주류 정치인이나 현지 인사들이 한인행사에 참석해 연설할 경우 한인들은 왠지 왜소해 보이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정말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살아야 하는가.

 

0…한인들이 현지인에 비해 뒤지는게 무언가? 딱 하나, 바로 영어다. 모든 능력이 앞서도 언어가 달리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민사회는 우리끼리만 모여 사는 소공동체가 아니며 현지인들과 어울려야 스케일도 커지고 당당하게 캐나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이 기회에 감히 제언해본다. 한인단체 지도자로 나설 분들은 상당한 영어실력이 있는 분들이 나서주길 바란다. 본인 스스로 영어 스피치에 자신있고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에도 지장이 없는 분이 단체장을 맡아야 한다. 그래야 한인사회가 현지인들로부터 대우받고 위상도 올라갈 수 있다.        

 

 생각해보라. 리더란 사람이 의사전달도 불분명하고 연설도 제대로 못한다면 현지사회로부터 올바른 대우를 받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면전에선 만인평등한듯 친절하게 대할지 모르지만 돌아서면 우습게 여길 것이 뻔하다. 

 

 일반 동포들도 평소 영어실력 배양에 힘쓰자. 허구한 날 골프에만 매달리지 말고 공부 좀 하자. 언제까지 남의 나라에서 말 못하고 무시당하며 살 것인가.    (사장)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