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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선택의 결과는 선택한 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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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이민살이 22년째.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영어실력 쌓아서 현지에 잘 적응하며 살아보자고 아직도 수시로 다짐한다. 자꾸 고국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여기서 굳건하게 발붙이고 살 생각을 하자고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하지만 이민 당시 마흔 네살, 머리가 굳을대로 굳은 나이에 떠나온 조국이 그리 쉽게 잊힐 리 없다. 꿈결에도 이곳보다는 태어나고 자란 고향산천이 더 자주 베갯머리를 적신다. 고국은 그런 존재다. 잊을래야 잊혀질 수도 없고 마음이 외롭고 허전할 때 추억만으로도 가슴을 달래주는 존재.     

 

 스포츠 경기를 해도 캐나다보다도 한국을 더 소리쳐 응원하고 친구를 만나도 같은 언어를 쓰는 동족이 더 편한 법. 텔레비전 프로도 6시 내고향, 동네 한바퀴, 한국인의 밥상, 나는 자연인 같은 토속적인 영상들을 보며 향수를 달랜다. 그런 내가 한심해보일 때도 있다. ‘내가 이러려고 이민까지 왔나’    

 

0…외국에 나오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상처럼 간직하고 살아가기에 조국 대한민국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고국에 사는 국민들보다도 더 할 것이다. 이민 첫해 광복절 날 태극기에 경례를 하며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가끔은 고국이 참 이상할 때가 있다. 나로서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이번 대통령 선거란 게 그렇다. 그 Y라는 사람에게 표를 줄 하등의 이유도 명분도 없었건만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패했다. 새털처럼 아주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진 건 진거다. 근데 이건 아니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투표권도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L후보를 열렬히 응원했다. 왜? Y보다는 여러 면에서 나을 것 같아서. L후보가 걸어온 길이 한국 서민층의 어려운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내 생각에 그 Y라는 사람은 지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무소불위 권력에 취해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눈에 핏발만 세우는 인간이다. 항상 굳어있는 그의 얼굴만 보아도 소름이 돋는다. 그 얼굴에서 인자함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없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잡아들일지 벌써 두렵다.          

 

0…국민들이 선택한 길을 무어라 탓할 수는 없다. 매사는 선택한 자의 몫이니까. 모든게 운명이다. 기꺼이 퇴보를 선택했다면 그 또한 그들이 감당할 몫이다. 그러니 마음이 내키진 않지만 Y씨에게 앞으로 잘 해달라고 주문하는 수밖에…

 

 하지만 씁쓸하고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럴 때 마음 터놓고 함께 홧술이라도 마실 사람이 있다면 울분이라도 털어놓으련만. 울적해하는 아빠의 마음을 알았는지 딸이 문자를 보내왔다. “아빠,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한국 떠나온 이유가 다 있잖아요.” 그렇지. 이런 꼴 보기 싫어서 왔지.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왜 난 아직도 철 지난 이념과 사유에 집착하면서 세상의 불공평과 불공정에 대해 분노하고 괴로워할까. 스스로 해결도 못하면서 마음만 애달퍼 하고 있을까. 그건 위선 아닌가.

 이재명을 지지한 것도 그가 흙수저 출신이라는 사실에 동병상련을 느껴서인 것 아닌지.

 

0…분명한 사실은, 역사는 부단히 전진해야 하고 그 전진대열에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동세상 만인평등까지는 못 이루더라도 극심한 빈부격차가 해소되고 최소한 밥을 못먹어 굶주리는 계층은 없도록 해야 한다.  

 

 어찌됐든 이제 당분간 고국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가슴 속의 짝사랑을 잠시라도 잊어보려 한다. 못난 조국, 생각한들 가슴만 아플 터이다. 뉴스도 안 볼 생각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충격이 사뭇 컸다.

 

 설령 언젠가 고향에 찾아간들 꿈결에 그리던 이상향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이런 일로 전화도 못 드린 형제자매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고향에 찾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더라

두견화 피는 언덕에 누워

풀피리 맞춰 불던 옛 동무여

흰 구름 종달새에 그려보던 청운의 꿈을

어이 지녀 가느냐 어이 세워 가느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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