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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눈물-백마디 연설보다 강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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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현 대통령, 이재명 후보  

 

 대통령의 눈물 하면 문득 떠오르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일 탄광에서 흘렸다는 그 눈물이다. 1964년 12월 박 대통령은 부인 육영수 여사와 함께 당시 서독에 파견된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루르 탄광촌을 방문했다. 첫 순서로 광부들로 구성된 밴드가 애국가를 연주하자 장내는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이어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는 대신 "여러분들을 만나니 내 가슴에서 피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어 "우리 후손들을 위해 잘사는 나라를 함께 건설해 나가자"고 격려했고 장내는 더 큰 눈물바다가 됐다. 옆에 있던 육 여사 역시 하염없이 흐느끼는 사진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떠나 진한 여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나라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역만리 타국에서 땅속 1,000 미터도 더 되는 곳에서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려 가며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광부들과, 굳어버린 이방인의 시체를 닦으며 힘든 병원 일을 하는 어린 간호사들을 보니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만 해도 박정희는 어쩌면 순수한 애국심과 위민(爲民)정신을 갖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때만 해도 아직은 그렇게까지 권력이 타락하지 않았고 또 장기독재로 치달을 생각을 미쳐 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독일탄광에서 흘렸던 그 눈물의 심성이 그의 본질이었다면 그후에 그렇게까지 추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0…지난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때 선거광고로 나온 ‘노무현의 눈물’도 세인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존 레논의 ‘Imagine’이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노동자와 술잔을 나누는 노 후보의 얼굴 위로 붉은 물결 월드컵 응원과 고달픈 삶의 현장이 오버랩 돼 스쳐간다. 그러다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고 노무현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순간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이 한방울의 눈물은 당시 유권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자주 눈물을 보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대하면 더 그랬다. 그의 뒤를 이은 문재인 현 대통령 역시 눈물 흘리는 광경이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대선 후보였던 2012년 10월 그는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관람한 뒤 눈물을 보였다.

 

 당시 문 후보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뒷자리에 혼자 앉아 한참동안 눈물을 훔쳤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다른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많이 운 적이 없는데 어제는 도저히 억제가 안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유족들을 포옹하고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는 등 숙연한 분위기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이는 백마디 연설보다 더 진한 감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적신다.

 

0…정치인의 눈물이 화제가 된 예는 드물지 않다. 정치인 중에도 진보진영 인사들의 눈물 사례가 많다. 그만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 강하고 그들 처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의 눈물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도 인간인 이상 감정이 격하면 참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다.

 

 정치인이 눈물 흘리는 행위는 해외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퇴임 고별사를 하던 중 부인 미셸을 언급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전에도 그는  총기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초등학교 1학년생들을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은 기쁨, 슬픔, 감동, 동정, 아픔 등 인간의 깊은 속마음이 표출되는 극적인 순간에 흘러 나온다. 눈물은 아침이슬처럼 곧 마르지만 ‘노무현의 눈물’처럼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경우도 있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 일선에도 눈물은 이렇게 의미가 특별하다.

 

0…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눈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후보는 부인과 함께 지방의 한 시장을 돌아본 후 95세 할머니가 토란 5천원어치를 팔아보겠다고 애쓰며 가난한 사람 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울면서 말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런 분들의 눈물을 정말 가슴으로 안고 살아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먹였다.

 

 그는 그러면서 “이 땅의 약자들의 아픔을 개선하도록 1분 1초, 작은 권한까지도 최대한 잘 쓰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이 후보 반대진영에서는 그가 ‘정치 쇼’를 하고 있다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처럼 정치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에 비유되곤 한다. 눈물마저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고 비판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감상적인 눈물이라도 보이는 사람이 아예 눈물이 메마른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사람 엮어 잡아들이는 일만 하던 사람에게선 그런 최소한의 인간적인 눈물조차 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다.   

 

0…정치인의 눈물에 진심이 담겼는지 아닌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의미와 효과가 달라질 것이다.

 

 한편으로 눈물 흘리는 정치인도 찾기 어렵지만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인은 더욱 찾기가 어렵다. 국민을 위해 공감의 눈물을 흘리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겠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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