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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처럼 떠들어도-여전히 귀여운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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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가사집

 

 나이를 먹어갈수록 한국의 대중가요가 그립고 친숙하다. 특히 가사가 어쩜 그렇게 시적(詩的)으로 잘 썼는지 감탄할 때가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랫말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깊은 밤에 홀로 깨어 눈물 흘린 적 없나요/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나의 사랑을 믿나요/그대 생각 하다 보면 모든게 궁금해요’– 이선희 ‘알고 싶어요’  

 

 극작가 양인자 씨가 작사하고 유명 작곡가 김희갑 씨가 작곡한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짠하게 저려온다. 나는 이 노래가 대중가요 가사 가운데 가장 잘 쓴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양인자-김희갑 씨는 부부 사이로 한국 가요계의 지존(至尊)이나 다름없다. 1980~90년대에 함께 만든 3백여 곡의 노래는 한국인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들 부부의 히트곡 목록을 보면, (내가 즐겨 부르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비롯해 '작은 연인들' '바람이 전하는 말' '큐' '그 겨울의 찻집' '타타타'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 부부에겐 ‘국민 작곡·작사가'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특히 내가 위의 ‘알고 싶어요’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아내가 이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이다. 회식자리 등에서 아내의 이 노래를 들으면 나는 노래 말미마다 ‘당연하지’라고 응수한다. 장난스레 하는 말이지만 매순간 나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려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0…아내와 나는 여러 면에서 닮은 점과 다른 점이 확연히 구별된다. 우선 성격 면에서 나는 다분히 감성적이고 정(情)에 치우쳐 대충 넘어가는 성격인데 비해 아내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나는 전형적인 문과 체질인데 반해 아내는 수학적으로 질서 정연한 타입이다. 무슨 집안일을 시작하면 나는 대충 하다 잘 안되면 덮어두고 다음에 하자고 하거나 어떤 핸디맨을 부를까 궁리만 하지만 아내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결말을 보고야 만다.

 

 여기서 종종 언쟁이 붙곤 한다. 나는 ‘당신은 매사에 적당히 요령만 피우려 한다’며 핀잔을 듣기 일쑤다. 무슨 일이 터지면 나는 우선 성질부터 내지만 아내는 복잡하게 꼬인 일을 하나씩 차분하게 풀어나가는데 선수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변호사가 됐더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아내는 초중고교 시절 학생회장을 했기에 리더십도 뛰어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차분하고  조리있게 말을 잘한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아내는 대학시절엔 브룩실즈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비록 부동산 중개인 일을 하면서 때로는 까탈스런 손님들 앞에서 고개를 젓기도 해야 하지만 실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사실 아내는 너무 똑똑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다소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같다. 그녀가 길만 잘 들었더라면 고위직에(정부나 기업체의)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0…우리 부부는 같은 점도 많다. 우선 불의(不義)나 부정을 보고는 못 참는다. 아내가 모교인 여중고 사립학교에서 교사를 하던 중, 돼먹지 못한 학교 이사장과 교목(校牧)이란 인간이 아침 교무회의  시간에 말도 안되는 황당한 소리로 말 안듣는 교사들을 지목하며 ‘사탄아 물러가라’고 외쳐대자 아내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교무실을 뛰쳐 나왔고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내던지고 학교를 나와 버렸다.

 

 나는 속으로 은근히 혼자서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나 같아도 그리했을 거라며 함께 그 사이코들을 흉보며 아내를 성원해주었다. 실은 그놈의 한성질 때문에 손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옳지 않은 일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나와 아내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너무 분명해서 탈이다. 우리는 아무하고나 어울리지도 않는다. 딱 보아서 인간같지 않다 싶으면 더 이상 상종을 않는다. 나는 아내의 그런 고고한 면이 너무 좋다. 이 점은 나도 마찬가지다.  

 

0…우리는 친지분의 소개로 만났다. 내가 아내를 처음 본 인상은 무척 이국적이어서 혹시  튀기가 아닌가 의심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이지적이긴 했지만 좀 범접하기 어려워 보였다. 나는 사실 전인화같은 동양적인 인상을 좋아했다. 그러나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당시 시국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의 코드가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생맥주를 들이켜면서 우리는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이 34년째를 맞이했고, 아내가 지난주 환갑을 맞았다. 자축연에서 딸아이들이 ‘인생은 60부터’라는 풍선을 매달고 축하를 해주었다. 나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내 눈에 아내는 아직도 대학생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모든 면에서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사람. 그래서 때론 좀 벅찬 사람. 부디 건강하여 내가 조만간 은퇴 후 빚을 내서라도 세계일주 여행을 떠납시다. 지금도 그대의 노래가 절절히 다가온다.     

 

‘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내가 많이 어여쁜가요, 진정 날 사랑하나요/난 정말 알고 싶어요 얘기를 해주세요’.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당연하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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