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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돈은 눈먼 돈?-코로나 지원금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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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터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 정부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현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한국 정부도, 캐나다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름은 각각 달라도 국가재난사태를 맞아 국민들을 위해 돈을 지원해준다는 근본 취지는 다 같다.     

 

 캐나다 정부는 올 3월부터 코로나 피해가 확산되자 국민들의 소득보전을 위한 각종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 중 대표적인 몇가지만 보면 ▶개인과 가정을 위한 CERB, CRCB, CRSB, EI ▶업체 종업원 임금보조를 위한 CEWS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CEBA ▶대학생들을 위한 CESB ▶그밖에 장애인과 시니어, 원주민들을 위한 지원금 등 무척 다양하고 많다. 당사자들이 일일이 신경쓰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속된 말로 이런 제도만 잘 찾아 먹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게 돼있다.

 

0…이처럼 다양한 지원금 중에도 가장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본 제도가 바로 국가재난지원금(CERB)이다. 지난 3월 15일부터 소급 적용되기 시작한 이 제도는 당초 최대 16주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가 이를 두 차례나 연장해 지난 9월 26일까지 시행했다.

 

 캐나다 국민들이 생전 처음 받아보는 이 지원금은 신청절차가 비교적 단순하고 쉬워 대충 전화만 걸고 몇가지 물음에만 답하면 신기하게도 사흘 안에 통장에 2천달러가 자동으로 입금됐다. 이러다 보니 너도나도 CERB를 신청해 돈을 탔고, 제도 시행 열흘 만에 캐나다 전체 인구의 3분1 수준인 1,200만여 명이 이를 신청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직접 피해를 당한 사람들(실직자, 자영업자, 대학생, 장애인, 노약자 등)을 위해 마련된 이 제도가 버젓이 생업에 종사하며 수입에 별로 지장을 받지 않는 사람들까지 마구잡이로 신청을 해서 돈을 타가는 데 있었다.     

   

 솔직히,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경제사정이 넉넉한 사람이 CERB 지원금을 신청해 탔고, 거기에 정직하지 못한 편법까지 써가며 정부의 모든 혜택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기는 사람을 보았다. 이는 한달 수입이 2천불에 못 미치면서도 묵묵히 일을 하는 많은 사람을 몹시 맥빠지게 하는 행위였다.  

 

 개중에는 CERB와 고용보험(EI)을 함께 신청해 이중으로 지급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정부의 지원금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마련되다 보니 수급자격을 엄격히 가리지 못하고 일단 신청만 하면 입금을 해주는 시스템상 헛점에서 비롯됐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개인의 양심이 바르게 작용하지 않은 데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보인다. 이럴때 가진 자들이 더 ‘공돈’에 혈안인 광경을 보고 입맛이 참 씁쓸했다.    

 

0…CERB에 대한 부정수급 지적이 확산되자 정부가 나서 무자격자는 자발적으로 돈을 환불할 것을 권고하기에 이르렀고, 그나마 많은 이들이 스스로 ‘부정직함’을 반성하고 줄줄이 반납 대열에 동참했다. 국세청은 한때 부정수급자에 대해 5천 달러의 벌금과 6개월 이하의 징역형 등 강력한 처벌까지 예고했으나 “너무 지나치다”는 야당(NDP) 등의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됐다.

 

 CERB는 코로나 실직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 제도가 마침내 지난 9월 26일에 종료됐다. 그러자 정부가 다시 꺼내든 카드가 국가회복지원금(CRB-Canada Recovery Benefit)이란 것이다. 이는 고용보험(EI)과 CRB의 금액을 기존 긴급재난금과 똑같이 주당 500달러로 인상한 것인데, CERB를 이름만 바꾼 것으로 내년 9월 25일까지 지급된다.

 

 이는 소수정부인 연방자유당이 살아남기 위해 이를 강력 주장해온 신민당(NDP)의 안을 받아들여 성사된 것인데, 실직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에 틀림없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한달에 월급 2천불을 못받는 사람은 일부러 일을 안하고 이것만 받으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힘들게 일하며 저임금을 받을 바에야 정부 혜택을 받으며 편안히 쉬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은 고되고 임금은 적은 식당, 편의점 등 영세업소들에선 이미 종업원을 못 구해 애를 태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연방정부 외에도 온주 및 시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저임금 근로자들이 받는 돈은 코로나 이전보다 많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면서 영세업소의 구인난은 계속될 것이다.

 

0…자유당정부는 이밖에 고용보험도 쉽게 신청할 수 있게 했고, 실직자들이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연 3만8천 달러까지 별도의 고용수입을 가질 수도 있게 배려했다.

 

 그런데 정부의 각종 지원 대책이 고마운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지원금이 후하다 보니 근로자들이 직장에 나가기보다 차라리 실직상태로 남아 있으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고로 정부 돈은 눈 먼 돈이라는 말이 있다. 비상시국이라곤 하지만 수급자격 여부를 꼼꼼이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넣어주는 정부지원금은 마약에 다름 아니다. 일은 안하고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려는 나태함을 조장할 수 있고, 사회적 사행심마저 만연할 우려가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건전한 양식을 가진 많은 이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하겠다. 그보다는 가능한 일자리를 유지토록 하고 근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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