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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와 카투사-추미애 아들 논란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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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장교 복무 시절의 필자

 

 나는 1981년 서해 최북단 대청도에서 군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해군간부후보생(OCS)을 통해 해병대 소위로 임관된 내가 맨처음 배속된 부대가 백령도 해병대 여단본부였고 예하 대대가 대청도였다. 지금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이면 당도하지만 당시엔 여객선을 타고 12시간을 항해해야 했다.

 

 긴 여정 끝에 도착한 백령도는 신참 소위에게는 경외로움 자체였다. 하루를 꼬박 달려온 먼 바다 한가운데에 그처럼 아름답고 큰 섬이 있는 줄을 입대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서해 5도를 관할하는 해병대 백령도 여단 중에서도 나는 다시 배로 30여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대청도에 배속됐다.

 

0…청춘시절 최전방에서 보낸 군 경험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북한 해주 땅이 코앞에 있고 효녀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의 푸른 바다는 파도가 잔잔하고 햇빛이 찬란하면 더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기상이 불순하고 파도가 거세면 무서울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장산곶이 빤히 보이는 이쪽 진지에서 우리는 검푸른 바다를 향해 밤낮 없이 총부리를 겨눈 채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내가 대청도에 발을 디딘 첫날부터 발칸포가 밤하늘을 향해 불을 뿜어대던 기억이 선하다. 북한 항공기가 우리 해안에 접근해와 경고사격을 가하는 소리였다. 그때 이곳이 최전방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동시에 내가 과연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다행히 다음날부터 평상으로 돌아갔지만 전방엔 늘 긴장이 감돌았다. 해안방어가 주임무인 우리 소대는 특히 야간경계근무가 중요했다. 나는 매일밤 바닷가 철책선을 따라 순찰을 돌며 병사들이 졸지는 않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항상 신경을 써야 했다.

 

 전방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중 하나가 일상적 병영생활이다. 해안선에 땅거미가 내리고 병사들이 경계근무에 돌입하면서부터 사단이 벌어진다. 어두운 탄약고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것은 틀림없이 선임병사와 후임자가 치고받는 것이다. 해안 소대장으로서 이 같은 일을 살피느라 밤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0…해병대는 강한 군대의 대명사다. 적지(敵地) 해안에 침투해 교두보를 장악하는 것이 주임무인 해병대는 그만큼 훈련이 세고 군기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인간의 한계체력까지 실험하는 극한상황을 이겨내야 한다. 선후배의 위계질서는 한겨울 서릿발처럼 차갑고 날카롭다.

 

 그러나 어찌보면 해병대를 미화(美化)해서 그렇지 병영생활은 한없이 힘들고 고달프기만 하다. 잠도 못자고 훈련은 고되고 선임자들은 괴롭히고… 사병식당에서 나오는 밥과 부식(반찬)은 눈물이 날 정도로 부실하다(지금은 좀 개선됐는지 모르겠다). 이러니 남은 것은 오로지 치받는 악 밖에 없다. 이래서 해병대원이 휴가를 나오면 장안이 시끄럽다. 아무나 닥치는대로 치고받고 ‘땡깡’을 부려댄다.

 

 특히 ‘편한 군대’로 알려진 카투사(KATUSA,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는 해병대의 밥이다. 한번 잘못 걸렸다간 죽도록 얻어맞고 도망치기 바쁘다. 가장 재수없는 경우는 카투사 대원이 기차 안에서 해병대와 딱 마주치는 것. 어디 도망칠 곳도 없고 그저 얻어맞는 수밖에 없다.   

 

 해병대가 ‘깽판’만 부리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죽을 각오를 하고 적진에 뛰어드는 것이 해병대다. 또한 평상시 국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해병대는 물불 가리지 않고 소매자락을 걷어부친다. 이는 현역이나 예비역이나 같다. 거리에서 해병대가 만나면 무조건 선배가 후배에게 술을 산다. 그 끈적한 우정은 아마 이 세상 최고일 것이다.             

 

0…지금 한국에선 난데없이 법무부 장관 아들이 카투사 복무시절 여러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으로 시끄럽다. 카투사는 ‘주한미군한국군지원단’에 소속된 군대로 몇년 전만 해도 시험을 치러 들어갔다. 말이 군인이지 미군들과 생활하며 호의호식하고 특히 영어실력을 개발하기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매우 선호하는 곳이다. 한때 카투사 시험준비학원까지 있었다.

 

 그런데 법무장관 아들이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2차례 병가 후 개인휴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자대 배치,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과 관련한 청탁의혹 등에 휩싸였다. 논란의 핵심은 현 법무장관이 집권여당 대표 시절, 아들의 부대 배치를 서울(용산)로 해달라고 했고, 특히 아들이 무릎을 치료한 후 휴가가 끝나도 복귀하지 않고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보좌관을 동원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온갖 제보자가 끼여들고 검찰까지 개입하면서 양상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방부는 현행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나는 이번 해프닝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을 한다. 하나는 이런 일이 해병대 병영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또 하나는 이런 일이 과연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할만한 ‘빅 스캔들’인가. 내 생각에 군기(軍紀)가 엄격한 해병대에선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전화로 휴가를 연장한다? 이는 일반직장 비슷한 ‘나이롱 군대’에서나 있을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대형 이권(利權) 관련도 아니고 아들의 병가(病暇)연장 부탁 정도라면(사실여부도 불명확하지만 야당과 보수언론의 주장대로 설사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탈영이 아니라 실제로 무릎수술을 하고 며칠 후에 복귀했다면, 모정(母情)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고 넘어가고 사과를 받아주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어떨까. 이게 무슨 온나라를 들썩일 일이라고 소모적 정쟁으로 국력을 낭비하는지 한심하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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