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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골프의 행복-점수 높아도 감성지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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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사회에서 골프는 단연 공통의 화제일 것이다. 아마 가장 대중적인 한인스포츠가 골프가 아닐까. 아무리 시골 외곽으로 나가도 한인골퍼들을 만난다. 이러다 보니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흔히 "골프 잘 치세요?"란 말이 스스럼없는 인사가 됐다.  

 

 가게를 하는 한인남성들은 대개 오전에 도매상에 들른 후 골프장으로 직행하는 사람이 많다. 푸르고 싱그러운 잔디 위에서 터뜨리는 호쾌한 장타 한방에 이민생활의 온갖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가 버린다. 골프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그런 면에서 골프는 매우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0…나는 한국에서는 골프치는 이들을 경멸하는 편이었다. 국토도 좁은 나라에서 산야(山野)를 마구 훼손하며 건설한 골프장 자체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넓은 캐나다에 오니 지천에 널린 것이 골프장이고 서민들도 큰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자연스레 골프채를 잡게 됐다. 만나는 한인마다 화제도 대개 골프 뿐이라서 소외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치밀하지 못한 성격 탓인지 나의 골프실력은 좀처럼 늘지를 않았다. 정식으로 레슨을 받은 적도 없다. 그저 친지의 어깨 너머를 기웃거리다 바로 필드로 나갔다.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른 채 클럽을 휘두르다 스트레스만 받고 오기 일쑤였다.

 

 언젠가 ‘머리를 얹는’ 날, 교회의 행사였는데 여러 사람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그만 헛스윙을 두어번 하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돌아섰던 악몽이 지금도 선하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이를 악물고 드라이브 연습장엘 나가기 시작했다. 점수는 뒷전이고 일단 멀리 날려놓고 보자는 각오였다. 퍼팅이야 순전히 재수요, 점수가 무슨 대수냐며 오로지 멀리 시원하게 장타만 내뿜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드라이브 하나만은 자신이 붙었다. 골프입문 15년이 지난 지금도 점수는 여전히 100대를 오락가락하지만 드라이브만은 자신이 있다. 대학동문회에서 장타상을 탄 적도 있다. 그후 나는 서서히 골프에 빠져들었다. 날씨만 좋으면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하며 누가 골프 치자고 전화 오기만을 기다렸다.

 

0…그러던 내가 언젠가부터 골프가 시큰둥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점수가 신통찮아 재미가 없는 것도 그랬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운동이 시간을 너무 허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번 나갔다 하면 대개 하루종일을 할애해야 하니 도무지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었다. 운동이라곤 하지만 카트를 타면 운동도 안되고, 점수가 안 나오면 스트레스만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나는 과감히 골프채를 창고 속으로 쳐박아버렸다. 골프치는 시간에 파워워킹을 하거나 책을 한 장 더 넘기는데 쓰기 시작했다. 아내와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의 일을 여유있게 생각해볼 시간도 많아졌다. 의미있게 할 일도 참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큰딸이 지난해 결혼을 하고, 또 올해는 뜻하지 않은 코로나 난국이 펼쳐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공통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어느날 온가족이 모인 저녁식탁에서 내가 “우리 골프를 시작하면 어떨까?” 했더니 다들 “좋은 생각”이라며 동의를 했다. 특히 사위가 자기 직장에서도 상사가 골프를 매우 즐기니 자기도 해야겠다고 나섰다. 이래서 가족 5명에, 운동감각이 뛰어난 작은딸의 남자친구까지 합세해 우리는 시간만 나면 골프연습장을 찾았고 각자 실력연마에 몰두했다.  

 

0…우리 가족은 올해 수차례 동반골프에 나섰다. 우리 부부와 두 딸, 큰사위 등이 모두 실력이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지만 하나도 스트레스 안 받고 그저 기분좋아 샷을 날리니 그 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아, 이 시간을 얼마나 꿈꾸어 왔던가. 작은딸은 젊어서 그런지 드라이브샷도 멀리 나가고 아이언도 제법 잘 친다.

 

 우리는 스코어 카드는 그냥 코스상황만 보고 점수기록은 하지도 않는다. 점수가 무슨 대수인가. 골프를 마치고 함께 둘러앉아 먹는 식사는 말 그대로 꿀맛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내가 올들어 다른 사람과 골프를 친 것은 두 세번. 그것도 모두 부부동반이다. 아내는 다른 것은 다 똑똑한데 운동신경은 다소 덜 발달한 탓에 보기 민망하게 헛방을 칠 때가 수시로 있다. 하지만 동반자가 허물없는 사이이니 그냥 웃어넘기고 만다.

 

 나는 시간이 나는대로 아내와 함께 9홀짜리 코스를 돈다. 하지만 이래라 저래라 코치를 해봤자 자세만 더 꼬일 것 같아 그냥 하고픈대로 놔두면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곧잘 친다. 그 순간 아내의 볼에 키스를 해주며 격려한다. 그 순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0…이제 골프 트렌드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가족의 중요성이 커지고 그래서 가족단위로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알맞은 운동이다. 이를 계기로 이젠 골프장도 가족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골프가 오래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9홀 코스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가족골프를 즐기면서 나의 골프실력은 오히려 퇴보하지만 행복지수만은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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