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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끝내며-코로나 휴식이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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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고, 조용히 저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가졌습니다. 솔직히, 좀 더 쉬고 싶은데 일을 시작하라니 오히려 아쉽네요…”

 

 최근 한 친지가 전화로 들려준 이야기다. 코로나로 인해 일을 못하면서 집에서 쉬는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떤 후배도 “저희는 불편한 점을 거의 못 느꼈습니다. 집에서 푹 쉬면서 그동안 돌보지 못한 집안일도 하고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정부에서 지원금까지 주니 이렇게 편하고 고마울 수가 없네요…”  

 

 요즘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봉쇄조치가 4개월 가까이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하는 반면에 이 봉쇄기간이 무척 소중히 여겨졌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0…우선 많은 직장과 가게들이 문을 닫으니 거리에 차가 줄어 통행에 한결 여유가 있고, 사람들간에 부딪칠 일이 없어지니 마음도 훨씬 편안하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싫어도 끼여야 하는 모임과 회식자리 등이 있기 마련인데 식당들이 문을 닫아 그럴 일이 없어지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나 스스로도 별로 내키지 않는 모임에 나가 헛웃음 웃을 일이 없어 너무 좋다.   

 

 집에 있으면서 그동안 손보지 못한 곳을 고치고 가족들끼리 오손도손 정을 나누니 미쳐 몰랐던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따스한 집밥을 먹고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도 많았다. 일을 안해도 다같이 안하니 일단 각박한 경쟁에서는 한숨 돌리게도 됐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어느새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강제된 휴식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된 게 사실이다. 사람들 만나느라 항상 붕 떠있는 듯한 삶을 청산할 기회도 됐다.

 

 책도 많이 보게 됐고 자신과 대화하면서 내 스스로를 알아보는 시간도 됐다. 사교적인 줄만 알았던 내가 이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다니!... 이런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됐다.     
 


 타의에 의한 쉼이었지만 코로나는 분명 인간세상에 긍정적인 측면을 가져다 주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강요된 휴식시간을 그리워할 날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식당, 미용실 등 많은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당해 미안한 말이지만,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CERB)이라며 통장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입금해주지, 어린 자녀 우윳값에, 65세 이상 노인 우대금, 자영업자에겐 종업원 임금을 지원해주는 등 여러 도움을 주기 때문에 그야말로 밥 굶어 죽을 일은 없다.

 

 0…그런데 이제 서서히 경제 문을 연다니 4개월 여의 느긋한 휴가를 마치고 다시 복잡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달콤한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어린시절 학생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탓에 코로나 휴식시간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은 개스값도 싼데다 먼거리를 이동할 일도 없어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국제유가가 오르더니 마침내 토론토의 개스값도 1달러선을 넘어섰다. 그러니까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이다.

 

 사회적 봉쇄기간 중 불편했던 것은 머리를 제때 손질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거리에는 머리가 긴 사람들이 넘쳐났고 나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발소(미용실)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 것도 이때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식당 등 세입 자영업자들인데 이들의 생존 몸부림은 안쓰럽다. 이런 상황에선 건물주들이 월세를 안받거나 깎아주면 좋겠건만 정부에서 주는 지원마져 외면한 채 끝없는 탐욕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휴식기간에도 교훈을 못 본 것이다.           

 

 0…“무리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혼자일 수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일본 메이지대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베스트셀러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때론 '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상 누군가와 연결돼 있거나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이 꼭 유익한 게 아니란 것이다.

 

 나도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난날을 회상해보았다. 돌아 보건데, 내 머리 속에는 좋은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늘 피곤하게 여겨졌다. 모임엘 가도, 성당엘 가도 꼭 보기 싫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젠 좀 가슴을 넓게 펴고 모두를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보자고 다짐한다.               

 

 내 스스로 남의 평가와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존(自存)할 수 있을 때 남과도 잘 지낼 수 있다. 바쁜 삶을 살더라도 잠시나마 자신에게 집중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으며, 그 시간들을 통해 자존할 여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코로나 휴가는 나름 값진 시간이었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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