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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 -코로나가 일깨운 인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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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중년부부가 각각 열차의 좌석에 떨어져 앉아 손 소독제를 건네고 있다.

 

 

 

 요즘들어 ‘인간(人間)'이란 한자의 오묘함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먼저,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살 수밖에 없게 돼있다. 둘이 서로 기대야 비로소 한 사람(人)이 되니 혼자서는 존립이 어렵다. 인간사회는 어차피 둘 이상이 있어야 무슨 일이든 이루어질 수가 있다.  


 반면, 뒤에 붙는 사이 간(間)은 인간의 개체 혹은 주체성을 표현한다. 즉, 둘이 합쳐져야 한 인간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두 사람은 결코 하나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간격이 있으며, 또한 그렇게 간격을 두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이 말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인간이란 말의 의미가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도 없었다. 사람이 혼자만으로는 살 수 없고 긴밀하게 서로 돕고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어느 땐 사람 간에 적당한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는 선현(先賢)들의 말씀이 새삼 진리로 다가오는 것이다.


0…나는 지난해 ‘적당히 거리두기’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사돈이 외국계 분들이고 그래서 적당히 거리감이 있어 오히려 편하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즉, 사돈끼리 만나도 언어가 잘 안통하는데 이상하게 그게 오히려 편한 것이다. 만나서 반갑고 좋으면 그냥 활짝 웃기만 하면 된다. 한국사람 같으면 얼굴 표정만 봐도 속마음을 훤히 알지만 이분들은 그렇지가 않다. 구태여 속마음을 헤아리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사돈이 같은 한국사람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결혼식 절차와 신혼집을 정하는 문제 등에서 사돈끼리 다소간 실랑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국에 나가 듣자 하니, 누구네는 결혼을 앞두고 혼수(婚需)와 신혼집 문제로 사돈 간에 티격대다 결혼식 직전에 혼사 자체가 깨져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으니 참 행복하다. 그저 양가(兩家)가 최선을 다해 서로를 존중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외국 사돈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가 유지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지 새삼 감사한 생각을 한다. 섬세한 감정까지는 모르겠으되 속내는 적당히 모른체 하니 오히려 좋은 것이다. 


0…인간관계는 적당히 거리를 둘 때 원만히, 오래 유지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친한 사이라도 해외여행, 특히 옵션 투어는 가능한 함께 가지 말라고 권한다. 평소에는 잘 모르던 서로의 습성이 여러날을 함께 지내면서 속속들이 나타나 실망하는가 하면, 취향도 서로 달라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이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작년에 우리 가족이 한국에 나갔을 때 형제자매들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이민 오지 않고 계속 한국에 살았더라도 그렇게 반가워하고 애틋해 했을까. 아마 가까이 살았더라면 가끔은 토닥대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어쩌다 한번씩 보니 반갑고 살가운 것이 아닐까. 


 촌수(寸數)가 없다는 부부관계도 마찬가지. 아무리 살뜰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도 서로를 훤히 알다보면 상대방의 허물이 눈에 띄고 그러다보면 가끔은 티격대는 일도 생기는 법이다. 남편이 어디 출장이라도 갔다 오면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도 가끔은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0…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사이가 좋다’는 말이 있다. 가정이나 사회생활 등에서 ‘관계가 좋다’는 뜻이다. ‘사이’는 한자로 ‘간(間)’이다. 그러니까 사이가 좋다는 것은, 서로가 빈 틈 없이 딱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만한 인간관계의 비결은 바로 ‘사이’에 있다. 서로 간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관계가 오래, 아름답게 지속될 수 있다. 일상에서 많이 쓰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즉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마라’는 말을 철칙으로 삼을 때 좋은 인간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자연의 풍경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장엄한 산(山)의 위대함은 거리를 두고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법이다.   


0…이번 코로나 사태로 깨닫게 된 것 중에는 세상의 모든 사단(事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점도 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이 전염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마구 누비면서 치명적인 씨를 뿌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람간 간격이 떨어져 있으면 전염이 안된다. 따라서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사람 사이를 떼어놓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단순해 보이는 조치가 처음엔 쉬워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생활 전반을 위축시키고 마비시키고 비정상적인 상태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인간은 저마다 자신을 격리한 채 무기력하게 견디며 병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우리는 이참에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두기라는 교훈을 받아들이고 힘들더라도 인내해야겠다. 시련의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나는 사람들은 훨씬 더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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