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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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을 두드리는 그대에게-때와 주제를 헤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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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여, 나는 그대가 직접 쓴 글을 보고 싶다. 잘 있다는 소식 한줄이라도 친히 전해다오…” 지난 연말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띄운 카톡 메시지다. 무척 친한 대학동창인데, 그는 아무 메시지도 없이 한해가 넘어가는 그림영상을 보내왔던 것이다. 나는 영상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이런 것이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별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친한 친구에게 밑도 끝도 없는 이런 영상을 보내 무슨 말을 전하겠다는 것인지 야속한 생각마져 들었다. 


 그제서야 친구는 잘 지낸다는 인사와 함께 무척 바빠서 그랬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보내왔다. 나는 이에 “친구여,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우리만은 마네킹 같이 아무 표정도 없고 감정도 없는 싸구려 동영상 따위는 보내지 말자”고 덧붙였다.  


 이런 예는 친한 친구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고 툭툭 떠오르는 카톡 영상과 메시지는 왕짜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메시지도 없이 기계적으로 보내는 동영상과 그림들을 나는 솔직히 열어볼 생각도 없어 그냥 지워버린다. 


 개중에는 친하게 지내는 분들, 특히 손윗분이 동영상 또는 좋은 글이라며 보내오면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라고 답신을 하지만, 죄송하지만 바쁜 시간에 그런 영상을 볼 시간도 없거니와 전혀 감동도 없어 겉치레 인사에 불과한 경우가 태반이다.      

                       
0…요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치고 카톡(KakaoTalk)을 사용하지 않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카톡’의 사용자 수는 탄생지인 한국에선 거의 전 인구(약 5천만 명)가 쓰고 있고, 해외에서도 급속히 늘고 있다. 카톡은 현재 230개국, 16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출생 10년 만에 카톡은 막강한 파워를 지닌 통신무기가 됐다.    


 세계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 것은 기본이고, 무료전화에 사진.동영상 전송 등 모든 것이 손바닥 안에서 이루어지니 이처럼 편리한 기기가 있을 수 없다. 전 세계에 퍼져 사는 사람들끼리도 많게는 수백 명씩 그룹을 만들어 채팅을 하니 늘 가까이서 모임을 갖는 기분이다. 


 카톡은 이른바 ‘프리웨어’로 사용에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전통적 통신수단이던 집전화가 무용지물이 된 지 이미 오래고, 지난 수십년간 의사소통의 총아로 군림해온 인터넷 이메일 역시 한물 가는 추세다. 이제는 스마트폰, 그 중에도 통신수단으로는 카톡이 단연 대세이다. 


 하지만 카톡은 더 없이 편리한만큼 역기능도 만만찮아 요주의 대상이 됐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까톡” 소리는 소음공해가 된지 오래다. 교회나 장례식장, 중요한 회의 때 무심코 카톡 소리가 나면 황당하고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우리 같은 이민사회에서는 한국의 친구, 친지들과 편리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지만 시간대가 낮과 밤이 바뀐 상황에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요즘엔 소리가 나지 않게 해놓곤 하지만, 혹시라도 중요한 소식을 놓칠세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경우 수년 전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새벽에 집전화를 통해 소식이 왔으나 이번엔 카톡을 통해 다른 급한 소식이 떴다. 새벽 5시, 카톡에 뜬 메시지는 와병 중에 있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이러니 정작 중요한 소식을 보기 위해 마냥 묵음으로 해놓을 수도 없는 것이다.


 토론토에 살다 한국으로 가신 어느 연세드신 친지분은 요즘 카톡에 재미를 붙이신 모양인데 새벽부터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잡다한 소식들을 전해온다. 처음엔 반가워 즉각즉각 답신을 보냈으나 갈수록 귀찮아져서 이제는 꼭 응답할 일에만 짧게 답을 한다. 대부분 하찮은 동영상들을 보내오는데, 솔직히 읽어보지도 않는다.


0…카톡 중에도 가장 짜증나는 것은 그룹채팅(단톡방)이다.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나의 경우 본의 아니게 이곳저곳 여러 그룹 채팅방에 엮여 있다. 적게는 10여 명에서부터 많게는 300명 이상에 이른다. 이중에는 중복해서 단톡방에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동포사회 단체나 모임 따위에 참여하는 사람이 빤하기 때문이다(대략 500여명 남짓). 


 문제는 카톡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양새가 긍정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알림이나 소식 등을 올리면 좋겠으나 대부분은 잡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누가 한마디 하면 보기에도 경망스럽기 짝없는 이모티콘을 마구 날리고, 어떤 사람은 대화의 흐름과는 무관한 동영상이나 그림을 남발한다.      

 
 개중에는 카톡방을 자기위상 과시나 비즈니스로 활용하려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 이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초대된 사람은 한 두번 지켜보다 방을 나가 버린다. 나도 불필요한 단톡방은 모두 나가버릴까 하다가도 그냥 뛰쳐나가면 혹시 성질 고약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눌러 있기도 한다. 이래서 카톡은 공해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나는 4년여 전부터 토론토 동포사회 시초 격인 단톡방(조성훈 후원회)을 운영하고 있는데, 무슨 소식이나 글을 올리기가 갈수록 조심스러워져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카톡을 두드리고 있는 분들이여, 손가락을 매우 조심하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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