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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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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만나는 기적들



▲성인장애인공동체가 펼친 창작연극 ‘무지개 다리’의 주요 장면

 

 “제가 단 하루만이라도 눈을 떠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동안 저를 위해 온갖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만 해온 아내와 함께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지난 주말(11월 16일) 토론토한인장로교회에서는 성인장애인공동체(회장 한재범)가 마련한 아주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공동체 창립 22주년을 맞아 장애인들이 스스로 배우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치는 뜻깊은 연극을 선보인 것이다.
 

 ‘Rainbow Bridge’(무지개 다리, 극작 최진호, 연출 이현순)라는 제목의 이 창작연극은 장애인공동체를 상징하는 ‘러브하우스’를 중심으로 좌절과 절망을 재활과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졸지에 장애인이 된 청년 달봉(유홍선 분)이 아무런 희망도 없는 캄캄한 현실에서 도박에 빠져 삶의 모든 의미를 잃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순간 다가온 러브하우스 사람들. 그들을 통해 달봉은 용서와 사랑을 얻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연극에서 장애우들은 각자의 꿈과 소망을 피력한다. 지체장애우는 다시 일어나 걷는 꿈을, 발달장애인은 다시 또렷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꿈을… 특히 시각장애인인 한재범(공동체 회장)씨가 검은 안경을 쓰고 지팡이를 짚은 채 자신의 소망을 밝힐 때 객석은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우리 부부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제가 하루라도 눈을 떠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가장 먼저, 그동안 음성으로만 듣던 사랑하는 딸들의 얼굴모습을 오래토록 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자랐을까. 얼마나 더 예뻐졌을까… 또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도 돌아보고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도 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런 일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재범 회장 부부와 유홍선 사무장(전 회장)을 비롯해 모든 출연진들의 연기는 기성 배우를 무색케 할 정도로 진지하고 훌륭했다. 이 한편의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 공동체 회원과 봉사자들은 그동안 수개월을 피땀 흘려가며 연습하고 또 했다. 연출과 기술지원을 맡은 극단 브랜치스 이현순 단장의 말처럼 이번 공연은 서로 다른 핸디캡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용서하고 사랑하고 서로의 소망을 나누고, 그것을 실제가 되게 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번 연극을 통해 육신의 고통보다 ‘마음의 절벽’ 앞에서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보내준 공동체 가족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나의 삶을 뒤돌아 보는 시간도 됐다. 생각해 보면 크게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족한 것도 없는데 언제나 모자란 듯 허기지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나의 삶을 준엄하게 꾸짖는 듯했다.
 

0…미국의 헬렌 켈러 여사(1880~1968)는 생후 19개월에 뇌막염에 걸려 평생을 시각, 청각, 언어장애 속에 살았다. 그러나 켈러 여사는 헌신적인 선생님(앤 설리번)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작가, 교육자, 사회운동가로 빛나는 생을 살았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켈러가 어느날 숲속을 다녀온 친구에게 물었다. “무엇을 보았니?”. 친구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다고 했다. 켈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 눈 뜨고, 두 귀 열고  별로 본 것도 들은 것도 없고 할 말조차 없다니. 그래서 켈러는 자신이 단 사흘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보고 싶은지 소회를 적었다. 그리고 이것을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란 제목으로 월간지에 글을 발표했다.
 

 “첫째 날,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며 그 모습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리고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엔,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기적을 보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종일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확인해 볼 것이다. 저녁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마지막 날,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오페라하우스와 영화관에서 공연도 보고 싶다. 저녁엔 네온사인 반짝이는 쇼윈도에 진열된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며 집으로 돌아와, 나를 사흘 동안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켈러 여사가 그토록 보고자 소망했던 일들을 우리는 날마다 일상에서 특별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보고 경험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 모른다. 누구나 경험하고 사는 것처럼 잊어버리고 산다.
 

 켈러 여사는 말한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 보아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 보아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아라."
 

0…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적 같은 것인지.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설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언더우드의 ‘기도 낙서장’ 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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