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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신부-결혼하는 큰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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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초입인 6월은 계절 중에 가장 생기발랄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달이다. 결혼식을 올리기에도 아주 좋은 계절이다. 영어의 6월(June)은 로마시대 결혼의 여신인 Juno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6월에 결혼하는 커플은 많은 사람의 축복 가운데 번영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믿어졌다. 여기서 6월의 신부라는 말도 많이 쓰이게 됐다. 미국에서는 1948년 같은 제목의 영화(June Bride)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생에 가장 큰 축복이자 새 인생의 출발점인 결혼식. 이민 온지 19년 만에 마침내 우리 가정이 가장 큰 행사를 치르게 됐다. 내일 모레(6월 30일)면 큰딸의 결혼식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과정이 무척이나 고되고 힘들었다. 곁에서 지켜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딸과 사위 될 청년은 대학 때부터 사귀어온 터라 결혼상대는 일찌감치 정해졌는데, 혼례를 치르기까지 여러 통과의례(rite of passage)를 거쳐야 했다. 우선 예비 신부 신랑은 마음에 맞는 결혼장소(venue)를 찾느라 1년 전부터 직장에서 퇴근 후 온갖 장소를 찾아다녀야 했다. 중형 규모의 연회장(banquet hall)을 비롯해 골프장 등 여러 곳을 돌아본 끝에 마침내 아담한 교회와 고아한 품격의 연회장을 갖춘 장소를 찾아냈다.  


 그 후 신부와 어머니의 드레스 맞춤에서부터 파티장의 사진촬영, 디너 메뉴 선택, 테이블 보, 꽃장식, 음악 선곡, 방명록 준비 등 모든 일을 저희들이 알아서 처리하는데, 부모는 그저 곁에서 지켜볼 뿐 도와줄 일이 별로 없었다. 결혼 전에 마지막 처녀 총각 파티를 한다며 사위는 외국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고(bachelor party), 이어 신부도 친구들과 2박3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bachelorette party). 그 전에 신부를 위해 친구와 지인들이 선물을 준비하고 축하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bridal  shower). 이런 일을 겪으면서 우리 부부는 그동안 잘 몰랐던 이곳 젊은이들의 결혼풍습과 관련 용어도 많이 접하게 됐다. 


 특히 본인들이 모든 행사를 주관하다 보니 결혼식의 부모측 초청자는 매우 제한돼있어 가능한 초대하고 싶었던 친한 분들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섭섭했다. 결혼 당사자들은 자기를 잘 아는 분들을 초대해야지, 신랑신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초대하기는 싫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큰딸을 어릴적부터 잘 아는 분들과 평소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분들만 엄선(?)해서 초대장을 드렸다. 개중엔 나중에 딸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사실을 알면 서운해할 것 같아서 사전에 양해를 구한 분들도 계셨다. 


 나름 꼭 알릴 분만 알린다고 했는데 어떻게 입소문이 나갔는지 꽤 여러분이 결혼식 사실을 알고 계셨다. 특히 대학 교우회 웹사이트에 딸의 결혼소식이 올랐기에 많은 분들이 아시기도 했다. 이곳 관행을 잘 모르시는 연세 드신 어르신 가운데는 이웃의 다른 친구들까지 함께 동반해 딸 결혼식에 오시겠다고 해서 상황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은 조촐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결혼식을 선호하는 추세인 것 같다. 거창하고 형식적인 행사보다 차분하고 내적인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는 풍조가 지배하는 것이다. 기성세대인 부모들은 되도록 많은 친지들을 불러 모아놓고 성대한 예식을 올리기를 바라는데 반해 결혼 당사자인 젊은이들은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만 모시고 오래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결혼식을 올리길 원한다. 여기서 자칫 합리성을 우선으로 여기는 자녀세대와 되도록 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부모 세대의 가치관이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대한 결혼식에 예의상 참석하는 하객은 신랑신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사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결혼식 준비과정이 하도 복잡해 우리는 “이렇게 힘든 결혼, 두번 다시 못하겠다”며 웃었다. 언니의 여러 파티를 준비해주던 막내딸은 “에고, 언니 시집 보내기 참 어렵네.”라고 한숨을 쉬어 다시 한번 우리 부부를 웃게 만들었다. 이렇게 힘든 절차를 꼭 거쳐야 하나, 하는 생각마져 들었다. 이래서 결혼준비를 대신해주는 웨딩 플래너(wedding planner)라는 직업까지 있나 보다.   


0…이틀 후면 큰딸은 남의집 식구가 된다. 요즘엔 딸을 시집 보내는 것이 아니라 새 사위를 맞게 되니 아들을 새로 얻는 셈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동안 건강하고 곱게 자라준 큰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크게 풍족하지도 못한 집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기반도 잡아가고 있으니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큰딸은 장녀라서 그런지 책임감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둘째이자 막내딸은 엄마 아빠 말은 잘 안들어도 언니가 하는 말엔 대개 순응한다.   


 딸과 사위는 대학때부터 사귀어온데다 수시로 우리집을 드나들며 식사도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에 거의 한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결혼한다는 사실이 별로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큰딸이 없는 집안은 한결 허전하고 쓸쓸할 것이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앞으로 아침마다 딸을 기상시키고 점심 도시락을 챙겨줄 일도 없게 됐다. 그래서 홀가분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허전하기는 할 것이다. 아무쪼록 변함없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길 기원할 뿐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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