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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걸어도-함께 걸으면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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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장애인공동체(회장 한재범)의 운영기금 마련을 위한 조찬모금행사 ‘2019 동행’이 지난 13일(토) 오전 토론토한인회관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우리는 하나(We are One)‘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500여 동포들이 좌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공동체 가족과 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아침식사를 함께 나누며 알차고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올해 행사는 시 낭송(유정자 시인)에 이어 이정례 씨(한재범 회장 부인)의 ‘바램’ 독창, 아도르 플루트 앙상블 연주, 클라리넷 독주(조상두 목사), 피아니스트 서이삭•서문숙 모자(母子)의 피아노 연주, 공동체 회원들의 난타 북 공연 등으로 수준높게 꾸며졌다. 행사장에서는 회원들이 만든 공예품과 김치, 족발 등의 음식도 판매해 인기를 모았다. 


0…이날 공연의 백미(白眉)는 서이삭씨의 연주였다.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이삭 씨가 들려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Moonlight Sonata) 등 두 곡은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동에 젖어들기에 충분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다소 소란스럽던 객석은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자 이내 잠잠해지며 감동의 늪에 빠져들었다. 


 세계적 연주자답게 무대매너도 세련된 이삭씨는 갑자기 닥친 귓병으로 음악가에게는 치명적인 청각장애를 앓은 베토벤이 자살까지 결심했다가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불후의 명곡을 작곡한 배경을 설명하며 장애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줄리어드 음대 출신인 그의 연주는 가히 세계적 수준인데 우리는 이날 거의 무료나 진배없는 값진 연주를 감상한 셈이다. 특히 소아마비 어머니를 둔 그이기에 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내면적으로 더욱 깊이 있는 음악세계를 열어가는 것 같아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만일 이삭씨가 장애인 어머니를 두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순탄하게 음악활동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장애인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삭씨가 독주에 이어 어머니(서문숙)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0…이에 앞서 이정례 전도사가 들려준 ‘바램’ 노래를 들으면서도 가슴이 뭉클했다. 이 분의 부군인 한재범 공동체 회장은 시각장애인인데, 어려운 이민생활에 치과치료를 제때 못해 세균감염으로 시력을 잃었다. 두 부부가 그동안 걸어온 고난과 역경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노사연의 ‘바램’ 중)       


 그러나 두 사람의 얼굴 표정은 언제나 해맑다. 그것은 가슴이 사랑으로 충만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 딸도 잘 키워냈다. 그중 한 따님은 이날 플루트를 함께 들려주기도 했다. 특히 이 전도사는 음식솜씨가 뛰어나다. 그가 만든 김치 맛을 아는 사람은 다 알기에 인기 만점이다. 이들 부부가 언제나 당당하고 씩씩하게 사는 것을 보면 나도 덩달아 흥이 나고 힘이 솟는다. 


 이날 행사에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려 좌석을 꽉 메운 것을 보고 동포들의 마음이 참 따스하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침 일찍부터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들이 장애우들과 친근하게 어울리는 모습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에 고난 따위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0…올해로 5회째를 맞는 조찬행사는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장애인들만의 행사라는 오해와 편견을 깨고 일반 동포들이 대거 참석하는 모습에서 따스한 동행의 모습을 느껴본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인행사에 단골처럼 나타나는 공관 직원이나 그 많은 한인단체 ‘회장님’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도 그랬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한인사회에는 이런저런 단체장이 많지만 유흥성 행사에는 꼬박꼬박 얼굴을 내미는 사람도 이런 행사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분들 중에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는데 단 몇푼 갖고 벌벌 떠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모습을 볼 때 참 안타깝다.


 요즘 사회시설이 발달하긴 했지만 장애인이 살아가기엔 아직도 불편한 점이 많다. 장애인은 근로여력도 만만찮다. 동포사회가 이런 분들에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은 공동체로서의 책무다. 막연한 동정심만으론 소용이 없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0…‘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말은 즉 ‘이 세상에 노력이 있는 한 불가능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에 분명히 불가능은 존재한다. 높은 층계를 못 올라가 곤혹스러워 하는 장애인에게 아무리 ‘당신은 할 수 있소’라고 외쳐도 벌떡 일어나 걸어 올라갈 리 만무하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아무리 강한 의지와 노력이 있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장애인에 대해 값싼 동정이나 보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함께 갈 동행(同行)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더디 가도 함께 갈 동행…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다 같은 처지이다.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황무지와 사막을 걸어가도 향기로운 꽃길처럼 느껴질 것이다.  (사장)

 

*성인장애인공동체 후원 문의: 416-457-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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