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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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에 감사하며-일상에서 행복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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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난생 처음 위장(胃腸) 내시경 검진을 받았다. 7년 전 장(腸) 내시경은 받아본 적이 있지만 위와 장을 동시에 검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0살이 넘으면 대개 한두 번쯤 검진을 받는다는데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둘러대며 미적거려왔다. 그것은 애당초 병원이란 곳을 가기가 싫거니와, 특히 검진을 받으면 무언가 잘 못된 곳이 나타날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다. 멀쩡한 사람이 검진을 받아보니 무슨 병에 걸렸다는 얘기가 흔치 않던가. 그런데 가정의(family doctor)가 우리에게  가족력(家族歷)이 있으니 받아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권해서 마지 못해 응하기로 했다. 


 나는 사실 어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꼭 암 때문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른다. 어머니는 25년 전에 82세로 돌아가셨는데, 그것이 암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노환 때문이었는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따라서 나는 우리 집안에 위암 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해온 터였다.


 아무튼, 다들 검진을 받는다니 나도 이를 위해 하루 전부터 금식을 하고 위장 청소제를 마시니 설사만 계속해서 나오는데 다음날 거울을 보니 하루 아침에 얼굴이 반쪽이 돼버렸다. 온몸이 어질어질한 가운데 검진 후 운전을 해줄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기 직전, 벼라별 생각이 다 들었다. 과연 내가 검진 후 아무 이상이 없어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러면서 새삼스레  집안을 주욱 둘러보기도 했다. 


 마침내 병원에 도착해 병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데 여러 불길한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만약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그런 의료사고가 가끔씩 있다지 않은가. 담당의사도 전에 잔뜩 겁을 준 적이 있다. “몇 만명 중에 한명 꼴로 마취사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새삼 아내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참 어찌도 저렇게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잘 생겼는가. 어쩌다 나같은 사람 만나 호강도 제대로 못하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울컥 목이 메었다.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왜 이렇게 나약한 생각을 하나’ 하고 고개를 흔들며 침대에 누운 채 검진실로 들어섰다.      

  
 검진실에서 한인 의사가 몇 마디를 물어보는가 싶더니 나는 이내 깊은잠에 빠져 들었다. 그 시간에 내 몸안으로 검진기가 오락가락 했을 것이다. 잠시 후 잠에서 깨어나 보니 회복실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때 눈을 뜨면서 ‘아,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감사합니다’란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결과가 궁금했다. 그러자 간호사로 보이는 여성이 “다 괜찮고, 다만 위에 염증이 약간 있으니 약을 사서 들라”며 약 이름을 적어 주었다. 다시 살아나 아내의 얼굴을 대하니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 이젠 정말 아내에게 잘해주며 살아야지…’


 집에 오니 모든 것들이 새삼 정겹고 감사하게 다가왔다. 두 딸은 아빠의 무사귀환(?)을 축하했고 아내가 차린 정성스런 식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드는 저녁식사가 꿀맛이었다.       


0…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나에게 묻는 말이 있다. “술을 끊었다는데 무슨 재미로 사시나요?” 사실 술을 끊고나니 어느땐 무료(無聊)한 느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이젠 나이도 생각해야 할 때. 몸이 아파 병원신세를 져야 하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관리를 잘 하면 무료한 것 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술 마시고 잡담할 시간에 책이라도 한줄 더 보게 되니 얼마나 유익한가.  


 내가 이렇게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은 나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다. 나 혼자라면 아마 잘 챙기지도 않고 멋대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 가장(家長)인 내가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 한테도 당부한다. “어디 아프지 않아야 하며 그러려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사도 잘 챙겨 먹어라”. 


 0…우리 부부는 체질이 꽤 다르다. 나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인 반면, 집사람은 올빼미형이다. 그래서 취침과 기상시간이 정반대다. 나는 밤 10시 30분 정도면 잠자리에 들지만 아내는 12시 넘어 1시에도 잔다. 어느땐 내가 한숨 곤하게 자고나면 그때서야 잠자리에 들어온다. 아내가 일하고 있을 때 내가 먼저 잠자리에 들며 하는 말이 있다.

“내일 아침에 하나라도 쌩쌩해야지…” 즉, 둘 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헤매면 그날 일과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좀처럼 늦잠을 안 자며 덕분에 어디에 지각하는 일이 없다.        

                     
0…이번에 건강검진을 받으며 새삼 또 깨닫는 것은 일상의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이다. 일상의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가는 막상 중대한 일을 당해보면 절실히 깨닫는다. 흔히 사람들은 멀리 있는 것에 막연한 동경을 가진다. 그러나 멀리 있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행복은 아주 가까이 있다. 그것을 찾아낼 줄 아는 것이 지혜이다. 


 변화없고 따분한 듯한 일상. 그 안에 작지만 큰 행복이 있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 일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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