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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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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토) 오후 토론토한인회관 대강당에서 무궁화요양원 모금 현황을 설명하는 인수추진위원들.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지난 7월 말, 곡절 많고 의구심도 적지 않았던 무궁화요양원 인수를 위해 모금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처럼 큰 성과를 거두리라고 확신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개중에는 “무궁화에서 또 돈을 걷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내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금이 시작되자 각계의 동참이 이어졌고, 2개월 반만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무궁화를 일단 살리고 보자”는 호소가 동포들의 가슴을 흔든 것이다.  


0…무궁화요양원 살리기 동포 모금 결과에 대한 설명회가 지난 11일(토) 오후 토론토한인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요양원 인수추진위원들이 나와 성금 최소 목표액(350만 달러) 달성에 대한 자축과 함께 향후 인수절차와 자금충당 계획 등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다. 법정관리사인 회계법인 딜로이트 관계자도 참석해 한인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답했다. 이 관계자는 요양원 시설을 콘도와 분리해 판매함에 따른 절차와 유틸리티를 나누는 방법 등으로 입찰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를 분리해내는 수술과 같은 것이다. 


 그동안 인수추진위원으로 김도헌 박사(신장전문의), 김은희 변호사, 조성용(캐한기업인협회장), 강대하, 이지연씨 등이 주도했고 유동환, 박진동씨 등이 뒤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설명회 말미에 김은희 변호사는 열두 살 어린이가 성금과 함께 보내온 편지를 소개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무궁화요양원은 이제 한민족 손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이날 설명회장에는 의외로 참석자가 적었다. 강당에 많은 좌석을 준비했지만 자리가 많이 비었다. 단기간에 거액의 성금이 모아진 것을 감안하면 설명회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이 정상일텐데 다소 뜻밖이었다. 물론 이 날이 캐나다 현충일이라서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린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한인들은 대체로 사람을 잘 믿기에 이번에도 성금을 내놓고선 그저 ‘잘 하겠지’ 라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믿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 보아야 최종 결과도 좋을 것이다. 


0…이번 모금에는 1200여 개인과 단체에서 참가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신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대형교회를 생각하면 총 참가자는 1만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야말로 개미군단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라 할 수있다. 개중에는 재력께나 있는 분들과 주재 지상사 등이 외면한 경우도 없지 않아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앞으로도 모금운동은 계속될 것이니 차후 동참을 기대해본다.    


 이날 설명회에서 한 원로분은 “만에 하나, 입찰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모금된 성금을 반환할 것이라는 약속을 변경해서라도 앞으로 계속해서 요양원 설립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인수위는 지금까지 총 355만여 달러가 모금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139만여 달러는 약정액(pledge)으로 아직 입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또한 공식 모금은 끝났지만 접수마감 후에도 온정은 계속해서 답지하고 있다. 요양원 입찰공고는 12월이나 새해 1월 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뚜렷한 경쟁자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요양원 인수주체는 비영리자선단체 차격증을 갖고 있는 아리랑시니어센터(이사장 김은희)이다. 아리랑센터는 향후 투명성 확보를 위한 회계감사, 전문경영인 채용 등 경영에 관한 조언 및 감사, 기부자들의 의견 수렴과 개진 등을 맡는다.


 때마침 온타리오 정부에서는 최근 무려 1억5천500만 달러에 달하는 노년층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4년에 걸쳐 5천 개의 장기요양 침상을, 10년 안에 무려 3만 개의 침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갈수록 노년층이 느는 현실에 비추어 이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다. 실버산업의 비중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인수위는 이런 점을 고려해 한인사회에서도 연중 모금운동을 통해 10년 안에 300개, 20년 안에 1천개의 요양침상을 갖춰가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부지가 넉넉한 대형 한인교회들이 그 터를 활용해 요양시설을 짓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는데, 매우 일리가 있다고 본다.  


0…반세기 캐나다 한인이민사에서 획기적 사건들이 적지 않았지만 무궁화요양원 살리기 모금운동도 이민사를 다시 쓰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 됐다. 무려  35년 전에 태동하기 시작한 무궁화요양원. 그동안 파란많은 사연은 필설(筆舌)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고 일부 시행착오 등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도 있었지만, 지난(至難)한 길을 걸어온 무궁화에 대해 재력가는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기부의 손길로 화답했다. 


 인수위는 의사, 변호사 등 동포 1.5세 전문인들이 주도적으로 나섬으로써 신뢰를 주었다. 인수위가 모금 계좌에 있는 돈을 찾으려면 서명권자 5명 전원이 서명해야 가능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동포들이 믿고 동참한 것이다. 


 특히 이 캠페인에는 스스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동참함으로써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장애인공동체, 식당 종업원들, 어린 학생들, 눈물겨운 가족단위 참여… 친목단체와 동창회, 향우회에서도 성금을 보내왔고, 특히 대형 한인교회들이 앞장서 주도한 것은 이민교회의 진정한 방향을 보여준 사례다.


 한인동포들이 이처럼 위대해 보인 적이 없다. 이는 분명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인사를 다시 쓰고 있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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