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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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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세기 캐나다 한인이민사에서 획기적인 사건들이 적지 않았지만 동포들의 손으로 이룩한 몇가지 사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아마도 토론토한인회관 건립사업일 것이다. 지금부터 22년 전인 1995년 3월 서준경 당시 한인회장과 이창복 PAT 한국식품 대표, 한상훈 선생 등이 주축이 돼 벌인 한인회관 건립을 위한 범동포 모금운동은 각계의 뜨거운 호응 속에 개인과 단체 1,450여 명으로부터 당시로서는 거액인 122만여 달러를 모금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새 건물에 대한 7개월 여의 보수공사 끝에 96년 11월30일 마침내 많은 동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감격스런 개관식이 치러졌다. 지금 토론토한인회관 로비 벽에는 당시 기부자들의 명단과 금액이 대리석판에 새겨져 있다. 이는 대의명분과 목표가 뚜렷한 사업에는 전 동포들이 힘을 합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 한인동포사회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팔을 걷어 붙이고 십시일반 동족 돕기에 나섰다. 최근 토론토 한인사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며 뜨겁게 달아 오르는 무궁화요양원 살리기 범동포 모금운동도 아마 캐나다 한인이민사를 다시 쓰게 하는 획기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캠페인은 모금 개시 한달여 만에 목표의 80퍼센트에 달하는 놀라운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 


0…사실 무궁화요양원의 역사는 하도 험난해서 별 관심이 없는 동포들은 선뜻 이해하기도 어렵다. 요양원의 전신인 ‘무궁화의 집’ 건립구상은 지금부터 35년 전인 1982년 건축설계사 윤정림씨의 제안으로 태동했다. 캐나다 정부에 비영리단체로 등록한 추진위는 첫 사업으로 온타리오 주정부에 노인아파트(‘호도리’)를 짓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했고 연방모기지주택공사(CMHC)로부터 건립타당성 조사를 위한 자금으로 1천달러를 대출받았다. 이어 1989년 자유당정부가 소수민족을 위한 600개 침상의 너싱홈 허가계획을 발표하자 한인사회는 60개 침상의 면허신청서를 제출, 90년 8월 1일 보건부로부터 50개 침상을 1년 내에 건축하라는 조건부허가를 받았다.


 이후 한인사회는 수차례에 걸쳐 노인아파트 건립신청과 노인 및 젊은층을 위한 연립주택 등으로 변경신청을 했지만 온주정부는 건물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곳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번번이 이를 기각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1995년 보수당정부가 들어서자 45만 달러를 빌려 현재의 무궁화의 집 위치(165 Vaughan Rd)에 부지를 마련했으나 그 후의 파란만장한 사연은 필설(筆舌)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2003년 10개 침상 추가허가를 받아 총 60개로 결정됐지만 사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CMHC로부터 1,800만 달러 재정보증을 받긴 했지만 한인사회에서 최소한 30만 달러를 모금하는 조건부였다. 곡절을 거듭한 끝에 2005년7월 온주 보건부에서 첫 수표가 전달됐고, 이듬해 12월 역사적인 첫삽을 떴다. 그러나 이후 공사가 늦어지고 부족한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12%의 고이자로 2차 모기지를 설정하면서 무궁화요양원은 자금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2009년9월 아파트 첫입주자가, 2011년3월엔 요양원 첫 입주자가 나왔으나 그해 9월 2차 모기지회사가 법원명령서를 들고와 건물을 접수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무궁화요양원은 현재 경매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0…가시밭길을 걸어온 무궁화요양원이 이번에 다른 민족 손으로 넘어가면 다시 되찾기가 어렵다. 이런 절박한 사정을 안 한인들이 너도나도 기부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재력가는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기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한인사회의 기부 역사도 다시 써야 할 판이다. 50만 달러를 선뜻 내놓은 거액 기부자가 있는가 하면 소액 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한인사회 원로 신중화(78)씨는 50만 달러를 쾌척하면서 모금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골프장이 택지로 개발돼 큰돈을 벌게 됐지만, 생각이 트이지 않았다면 선뜻 내리기 어려운 결단이다. 


 감자탕으로 성공한 한식당 대표가 1만 달러를 내놓자 각 지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서 추가로 1만여 달러를 모았다. 동전이 쌓여 1만불이 되는 눈물겨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특히 한인교회와 가족단위 참여가 눈에 띄며 소규모 친목단체와 동창회, 향우회에서도 성금을 보내오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옥수수를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훈훈한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스스로 도움을 받아야 할 분들이 오히려 기부 대열에 동참하는 가슴 뭉클한 장면도 목격된다. 성인장애인공동체는 ‘한가위 감사절’ 행사를 열고, 공동체 이사와 회원들이 기부한 물품에 대한 경품 티켓 판매액을 무궁화요양원 펀드에 기부하기로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0…무궁화요양원 살리기는 대의명분이 뚜렷하기에 큰손들 외에도 개미군단의 동참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는 지금까지 400여 개인•단체에서 기부했는데, 이를 1천여 개인•단체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가급적 다수가 동참할수록 더욱 값지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골프비용은 안 아까워하면서 이럴 때 몸을 사리는 분들도 있다. 특히 대기업 지상사의 외면이 아쉽다. 일부 한국계 은행을 제외한 대기업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커뮤니티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중국이나 일본 기업과 비교된다. 공동체라는 것이 무언가. 어려울 때 작은 힘이나마 모으는 것이 도리가 아닐지. 


 우리는 지금 한인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 역사에 동참하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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