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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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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4년 1월 6일 신년기자회견 모습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전문가는 남북통합이 시작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통일이 되면 우리 경제는 굉장히 도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1월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대통령이 공식 회견 자리에서 이런 말을 쓰다니, 민족통일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표현할까. 통일을 순전히 돈벌이 관점에서 본,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이란 생각이 들면서 입맛이 씁쓸했다. 


 대박(大舶)이란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로, “흥행이 크게 성공하다”, “큰 돈을 벌다”는 뜻으로 쓰인다. 대개 도박판에서 사용되는 속어로 격식이 요구되는 자리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들끓었다. “대통령이 공식회견에서 이런 천박한 용어를 사용하다니 놀랍다”, “대박이라, 통일이 무슨 파친코냐? 통일을 마치 도박과 같은 논리로 접근한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대통령의 언어수준이 창피하다”, “부단한 노력과 상대에 대한 배려로 신뢰가 쌓였을 때 하나 되는 것이 통일인데, 마치 투기꾼이 갑자기 땅값이 올라 졸부가 된 것처럼 통일을 생각하니 씁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박스럽기 짝없는 이 말은 박근혜의 상전 노릇을 한 최순실의 작품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살이 뼏쳤다. 


 그런데 토론토 등 해외동포사회 일각에서도 이 말을 스스럼없이 외치며 환호하던 단체가 있었다. 바로 '평통'이란 조직이다. 이들이 2년여 전 토론토한인회관에서 대통령의 동영상을 보며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에 박수로 화답하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0…공식명칭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인 이 조직은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0년 10월 헌법기구로 출발했다.'평화통일정책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설치 근거로 해외동포사회에도 지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은 ‘정권의 친위대’라는 비판과 함께 그동안 여러차례 폐지론과 유지론이 반복돼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평통 폐지법안까지 추진했으나 이명박 정권 들어 오히려 조직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8년 당시 40개국에 두었던 해외조직이 지금은 122개국으로 늘었다. 최근 9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18기 토론토협의회 자문위원은 총 106명으로 전기보다 17명이 늘었다. 이는 정권이 바뀌기 직전인 올해초 박근혜 정부에서 인선된 인사들이 그대로 임명된 후 문재인 정부로 교체되자 진보진영 인사들이 추가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평통 해외조직은 모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단체란 점에서 주목받는다. 문제는 자문위원 인선 때 동포사회의 합의된 의사가 아니라 일부 동포단체장이 밀실(공관)에 모여 후보자 개인을 놓고 평가하는 형식이다 보니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토론토 해외자문위원의 경우  6~7명의 한인단체장들로 구성된 추천위원들이 후보자를 심사해 추천하면 총영사가 이를 서울 평통 사무처에 보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인선위원 자체가 무슨 자격으로 누구를 심사하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과연 동포사회를 대표할 인물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일부 인선위원은 자기 측근이나 지인을 추천하기에 평소 그들의 눈밖에 난 사람은 추천되기가 어렵다. 


 이러다보니 일부 자문위원 중에는 평화통일에 대한 식견이나 의지는 고사하고 동포사회에서 이런 저런 곱지 못한 언행으로 지탄을 받는 인물도 들어 있다. 평통이 평소 무슨 일을 하는지 일반 동포들은 알지도 못한다. 이러니 평통이 대체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2년 전 토론토평통 출범식에 참석해 ‘통일 대박’을 외치던 수석부의장(장관급)이란 사람은 수개월 후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다 사퇴하고 말았다. 이런 사람들이 민족통일을 논하다니 서산에 소가 웃을 일이다. 


0…평통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일부인사들에게는 훈장 같은 역할을 한다. 모국정부 초청을 받아 서울에 가면 특급호텔에 머물며 청와대도 방문한다. 이는 곧 해외에서 성공을 이룬 것으로 비친다. 이 때문에 2년마다 한번씩 이뤄지는 자문위원 선정 때는 무언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한때 미국에서는 평통위원 인선을 싸고 금전 거래설까지 돌았던 적도 있다. 토론토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은근히 줄을 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토론토지역 평통위원 구성을 보면 새 정부의 통일의지와는 거리가 멀다. ‘통일은 대박’이라 외치던 보수인사들이 그대로 연임됐다.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 머리에서 과연 통일에 대한 건전한 생각이 나올 수 있을까. 이들은 다시 주먹을 치켜들며 무어라고 외칠까. 동포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없이 ‘정권의 나팔수’ 라는 질시를 받으며 분열상만 초래할 가능성이 큰 이 조직을 왜 존속시키는지.


“통일은 민족의 비원(悲願)입니다. 눈물겨운 화해이면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가슴 벅찬 출발입니다. 통일을 대박으로 사고하는 정서가 납득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대박처럼 갑자기 다가올 때 오히려 충격입니다. 통일(統一)이 아니라 통일(通一)이어야 합니다.” (고 신영복 교수의 ‘담론’ 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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