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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al of the fittest- 화려한 과거? 모두 부질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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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사막에서 살아남기

 

 23년 전 우리 가족은 소위 ‘점수제’에 따라 이민(독립이민)을 왔다. 점수제란 학력과 경력에 따라 점수를 매겨 이 기준에 맞으면 영주권을 주었던 것이다. 그래선지 당시 이민자 치고 웬만한 사람은 대학졸업장은 기본이었다.

 

 전공에 따라 점수차이가 조금 있긴 했다. 이공계가 더 유리했다. 또한 많은 분들이 한국의 대기업 등에 근무하면서 화이트칼라 생활을 하다 왔다.

 

0…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나도 이민 올 때는 모든 것 내려놓고 밑바닥부터 살아갈 각오를 하고 왔다. 새로운 세계에서 어떤 일이든 하리라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왔던 것이다.

 

 내가 이민 와서 처음 일해본 곳은 캐네디언 화훼단지였다. 콘베이어벨트를 통해 쉴새없이 밀려 오는 꽃을 화분에 심는 일인데, 그때까지 육체노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사흘만에 뻗고 말았다.

 

 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한숨이 절로 니왔다. 나는 영어를 쓰는 캐네디언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희망이었지만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육체노동이라도 해서 살아가야 하는데, 펜대만 굴리던 나는 그것도 아니었다.  

 

0…시간이 흐르면서 초기의 철석같던 다짐은 사르르 녹아버리고 갈수록 의기소침, 용기도 의욕도  없어졌다.

 

 이런 현상은 흔히 ‘먹물’들 사이에 많이 나타난다. 많이 배우고 고위직에 있던 사람일수록 이것저것 생각이 많고 그래서 행동이 굼뜨기 쉽다. 현실에 안주해 모험하기를 꺼리는 까닭이다.

 

 군대에 가면 ‘고문관’이라 불리는 병사가 있게 마련이다. 훈련이나 집합에서 뒤쳐지며 대열 전체에 피해를 끼치는 병사를 말한다. 이들은 대개가 ‘생각이 많은’ 고학력자들이다.

 

0…많은 분들이 경험했겠지만 이민 1세들이 현지사회의 중심 직종에서 일하기란 매우 어렵다. 자기 스스로 자영업을 꾸려나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단순직종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한다.

 

 이런 일에 학력 따위는 쓸모가 없다. 차라리 육체가 강건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번듯한 대학을 나오고 직장도 좋은 곳을 다녔던 사람은 오히려 그런 경력이 행동력을 느리게 만든다. 물론 사람과 성격 나름이겠지만 그런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저학력 등 어려운 환경을 겪어온 사람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이런 분들은 물 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기에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0…우리는 이런 사례를 쉽게 목격한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성공했다는 분들 중에는 학력이나 경력이  화려한 분은 그리 많지 않다. 이 분들은 그저 타국에서 열심히 땀흘려 일해온 결과 지금은 더 잘 정착해 여유있게 살고 있다.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하다가 이민 오신 분들(파독동우회)이 대체로 경제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잡고 사시는 것은 그런 성실성 덕분이다. 이 분들 중에도 대졸자가 많지만 그런 배경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이다.

 

0…한국인처럼 출신 따지기를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본인 의지와는 관계도 없이 태어난 출생지나 젊을 적 거의 무심코 선택한 학교가 평생을 따라다닌다. 그중에서도 가장 질긴 고리는 출신학교일 것이다.

 

 그런데 소위 명문교를 나온 사람이 사회에서도 모범생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알량한 엘리트 근성은 현실을 올바로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일수록 학력을 들먹인다. 불만스런 현실을 그것으로나마 달래보려는 심리다.

 

0…“고학력 이민자가 무슨 소용인가?” 캐나다의 각 분야에서 일할 사람이 모자라 아우성인 가운데 굳이 학력이 높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정작 노동현장에서 필요한 사람은 단순 육체노동 직종이 훨씬 많은데 소위 가방끈이 긴 고학력자들은 별로 쓸모가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캐나다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이민정책은 주로 고학력자를 선호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노동자는 학력이 필요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이민자들 역시 공감하는 사항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민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만 궁극적으로 고학력 이민자들이 국가발전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0…한국에서의 화려한 학력이나 경력은 이민사회에선 한낱 추억거리에 불과할 뿐 현실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SKY대학은 한국에서나 통하지 여기선 소용이 없다. 그것은 빛바랜 훈장일 뿐이다.

 

 그러니 이민을 왔으면 예전의 기억들은 빨리 잊어버리고 현실에 확실하게 적응해 살아갈 생각을 해야겠다.

 

 이민생활은 문자 그대로 Survival of the fittest의 원칙이 지배한다. 적자생존(適者生存), 즉 새 환경에 잘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이 살아 남고 성공한다.

 

 옛날의 화려했던 추억에 잠겨 현실에 소홀하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이제라도 이민 올 때의 철석같던 각오를 수시로 되새기며 살아갈 일이다.

 

0…“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한다면/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계속된다면/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개업날의 첫 마음으로,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손님을 맞는다면…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정채봉 시인 ‘첫마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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