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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포지교를 그리며- 30년 후에도 변함없는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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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친구 한명이면 행복한 삶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에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라는 인물이 있었다. 둘은 죽마고우로 형제같은 친구였다. 어려서부터 포숙아는 관중의 비범한 재능을 간파하고 있었고 관중은 포숙아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지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벼슬길에 오른 뒤 본의 아니게 적이 되었다.

 

 제나라의 환공(桓公)이 군주가 된 뒤 그는 적의 측근이었던 관중을 죽이려 했다. 이때 환공이 군주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운 포숙아가 진언했다. “관중의 재능은 신보다 몇 곱절 낫습니다. 제나라만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신으로도 충분합니다만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신다면 관중을 기용하셔야 합니다.”

 

 환공은 포숙아의 진언을 받아들여 관중을 대부(大夫)로 중용하고 나랏일을 맡겼다. 재상에 오른 관중은 재능을 발휘해 환공으로 하여금 춘추시대의 패자로 군림하게 했다. 후에 관중은 포숙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내가 젊고 가난했을 때 포숙과 함께 장사를 하면서 언제나 그보다 더 많은 이득을 취했다. 그러나 포숙은 나에게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 몇 번씩 벼슬에 나갔으나 그때마다 쫓겨났다. 그래도 그는 나를 무능하다 흉보지 않았다. 내게 아직 운이 안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싸움터에서 도망쳐 온 적도 있으나 그는 나를 겁쟁이라 하지 않았다. 나에게 늙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진정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우정의 대명사,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유래다.

 일설엔 말년의 관중이 포숙을 배반했다는 설(한비자)도 있다. 그런데 이를 가만히 되새겨 보면 서로 속고 속이는 어지러운 정치판에서 친한 친구가 재상에 오를 경우 결국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을 미리 예견한 관중의 깊은 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평생 살면서 이런 친구를 단 한명만 갖고 있다면 그 삶은 행복하다 하겠다.

 

0…지난 연말 뜻깊은 휴가여행을 다녀왔다. 아내의 절친한 친구 덕에 ‘따뜻한 남쪽나라’  플로리다를 간 것이다. 아내의 친구는 플로리다에서도 부촌(富村)으로 유명한 팜 비치(Palm Beach)에 살고 있고 거기서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은 대학 친구 사이인데 참 오랜만에 해후를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고 각자 헤어져 산지 30년. 서로가 아득히 잊혀져 가고 있을 즈음, 중년의 두 여인은 문득 옛 친구가 그리워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소문한 끝에 행방을 알아냈던 것이다.  

 

 친구는 낯선 미국땅에 정착한지 40여 년의 세월동안 사연도 곡절도 많았겠지만 지금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골프장 안의 고급주택가(Gated community)에서 풍족한 여유를 누리고 있다. 조용하고 다소곳한, 전형적인 한국여성인 그녀가 견뎌왔을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으리라.       

 

0…친구의 남편은 20대 중반에 뉴욕으로 건너가 안 해본 일이 없는, 대단히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택시운전, 자동차 정비, 보험업, 부동산중개인 등 라이센스만 십여 종. 그래서 그런지 미국사회에 대해 다방면으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50대 후반에 요리전문학교에 등록, 요리를 배웠다. 지금은 웨스트 팜비치에서 큰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 이민 1세들이 대개 위축돼 보이고 현지사회에도 잘 동화되지 못하는 모습과 달리 그는 물불 무서운게 없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의 각방면 무지를 자책했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두 사람이 베푼 정성과 배려는 눈물겨웠다. 바깥양반이 전문요리사이니 매끼 식사가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 하나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비즈니스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어떻게든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 애썼다.

 

0…꿈결처럼 감미로운 시간들을 뒤로 한 채 공항에서 이별을 할 때 나와 아내는 절로 눈물이 흘렀다.  친구 부부는 우리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두손을 흔들었다. 요즘 시대에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번 여행은 이국풍경 체험 이상의 값진 의미가 있었다. 이들을 보면서 내 친구와 우정에 대해 새삼 생각해본다. 나도 나름대로는 옛친구를 갖고 있지만 안 보면 멀어진다고, 떨어져 살다보니 소식도 뜸하고 거의 잊혀진 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과연 우정인가.

 또한 나는 저 친구 부부처럼 최선을 다해 친구 손님을 보살펴 줄 수 있을까.  

 

0…어느 시인은 “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참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참된 친구를 갖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우쳐준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외로우니까 사람이다./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트린다.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한가지 용서하면/신은 나의 잘못을 두가지 용서하신다./예수에게조차 유다라는 배반자가 있었다./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연잎은 자기가 감당할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그 이상이 되면 미련없이 비워버린다… (정호승 시인 ‘상처가 스승이다’ 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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