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rokim
노스욕 거주,본보 주최 제1회 정원&텃밭 컨테스트 대상 수상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5 전체: 15,994 )
정원 텃밭 일기(6)
youngrokim

 

 

 
 

 어렴풋이 한달 가량의 단풍 계절도 자연의 질서에 따라 정리되는 것 같다. 주목과 편백 등 상록수만 변함 없이 푸르고 단풍나무들은 그 종류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의 떨어지고 있다. 
 우리 부부는 내년 채소 벌이를 위해 떨어진 가랑잎을 긁어 모아 부엽토(腐葉土) 탱크에 쓸어 넣느라 바쁘다.
 
 초 봄부터 늦가을까지 붉은색만 띄는 붉은 단풍(Nursery-Japanese Maple)과, 여름은 서슬이 푸르게 무성하던 녹색이 가을이면 갈색 가랑잎으로 떨어지는 단풍 등으로, 그  잎색으로 양분할 수 있다.

 우리 정원의 붉은 단풍은 초록색 정원수들 사이사이에 박혀 색의 조화를 이룬다. 어린 붉은 단풍이 묘목 가게에서 나를 따라와 아침마다 안부인사를 주고 받은지 20여년. 나는 아침에 딱 보면 저들의 안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되었다. 
 어느 가지가 힘없이 늘어지면 당장 나무 밑을 파서 썩기 시작하는 뿌리를 잘라내고 Manure(살균된 소, 양의 똥거름) 한 포대를 주위에 뿌려주곤 하여 치료 겸 영양식을 주어 왔다.
 이제는 땅 속 깊숙이 뿌리를 내려 대지의 정기를 빨아 들여 자급자족하고 있다. 
 똑같은 붉은 단풍이지만 햇빛, 위치, 주위환경 등에 따라 그 잎 색과 크기가 눈에 띄게 다르다.

 붉은 단풍 나무들 중에 중간치의 높이는 2층 지붕을 넘어섰고, 옆 폭은 직경 6m 정도로 붉은 단풍치고는 거목으로 자랐다. 실로 우람하고 의젓하며 어쩌면 신령스러운 감이 든다. 
 나는 고작해야 연약하나마  문리적인 힘만 썼을 뿐 막상 저들에게 혼을 불어 넣고 에너지를 마련해준 것은 자연의 섭리(攝理)일 것이다.

 때로는 늦가을 보름달이 올라 오면 우리 부부는 이 나무 밑 벤치에 앉아 무심히 스쳐가는 바람결에 가지 사이로 둥근달이 걸리면 낭만적인 풍류와 은근한 운치를 즐긴다. 주위의 잔디밭과 꽃밭에서는 풀벌레들이 어쩌자고 저리도 울어대는지, 한 철의 수명이 다해가니 넋이 나가는 모양이다.

 주위의 친구들은 거의 가고, 아무리 노력해도 추(醜)해지기 쉬운 나이. 스스로 격리해 주어야지 싶어 마치 이방인처럼 나는 내 식대로 저 나무들과 같이 없는 듯이 살아갈 뿐이다. 
 저마다 다른 인생에 무슨 정답이 있겠는가!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