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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배경 영화(III)-'생(生)과 사(死)'(Marcia o Crepa)(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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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어느 날 브라스키아(파우스토 토치)가 로라를 범접(犯接)한다. 대위가 이를 저지하고 그녀에게 사과한다. 그러나 로라는 "사과할 필요 없다"며 "나도 즐겼다"고 말한다. [註: 이 대화와 태그라인으로 미뤄볼 때 이 앞부분에서 많이 잘려나간 것 같다.]

 

 낙오자가 되어 언제 구출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적들을 상대하는 대원들은 이제 제 정신이 아니다. 이 와중에 로라는 화장 고치기 바쁘고, 아랍 소년이 화장품 케이스에 손을 대자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을 치는 로라!

 

 드디어 적군이 가까이 접근한다. 두 사람을 뒷문으로 보내고 대응태세를 갖추는 대원들. 잠입에 성공한 두 대원이 지프차에서 박격포를 장전하고 있는 적에게 수류탄을 던져 폭파시킨다. 바바로사(페테르 칼스텐)가 불타는 지프차에서 가까스로 부품을 빼 돌아오는 중에 다른 대원이 허벅지에 총을 맞는데….

 

 그런데 적들이 확성기로 특공대 대원 한 명을 붙잡아 화형에 처하겠다고 알린다. 헬리콥터 구조 연락을 하러 갔던 대원이 다시 돌아오다 적군에 붙잡힌 것이다. 사실 대위는 임무를 완성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그 대원은 돌아온 것이다.

 

 한 대원이 그는 처자식이 있다며 구출하자고 제안하지만… 이미 적들은 장작불에 불을 지핀다. 그는 절규하며 죽어간다. 이를 본 대위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총으로 그를 사살한다.

 

 여기서 주제음악이 처연하게 흐른다. 로라는 르 블랑 대위를 '아까운 젊은이를 죽인 살인자!'라고 힐난하며 방방 뛰는데….

 

 한편 훔쳐온 부품으로 겨우 수리를 끝낸 트럭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

 드디어 르 블랑 대위와 '작은 프린스'(디트마르 쉔헤르) 그리고 인질과 로라, 아랍소년을 남기고, 트럭으로 먼저 탈출을 시도하는 대원들. 그러나 적의 집중 폭격으로 운전하던 바바로사가 즉사하고 얼마 못가 살아남은 3명도 모두 전사한다.

 

 한편 대위와 작은 프린스는 포승줄에 묶인 벤 블레드, 로라와 아랍 소년을 데리고 탈출을 시도한다. 그때 적의 총을 맞고 쓰러지는 로라. 그녀는 애지중지하던 화장품 케이스를 찾는다. 속에는 자갈과 흙만 들어있었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바로 액운을 막는 부적같은 것이었다. 그걸 더듬으며 눈을 감는 로라.

 

 우여곡절 끝에 헬리콥터 착륙지점에 다다른 르 블랑 대위와 프린스. 르 블랑이 신호탄(조명탄)을 쏘아올린다. 이때 적들의 공격이 심화되는 가운데 헬기가 예정대로 도착한다. 그러나 이를 엄호하던 작은 프린스가 절명한다.

 

 헬기는 출발하고 벤 블레드가 "나 한 명 때문에 12명이 죽었다"고 말하자 "난 아직 죽지 않았다"고 대꾸하는 르 블랑 대위!

 

 본부에 도착하는 헬기. 벤 블레드를 인계해 주고 죽은 프린스의 가슴에 공수부대 모자를 얹어주고, 아랍 소년에게는 돈을 두둑이 쥐어주고는 디옹 대령에게 보고하러 가는 르 블랑 대위.

 

 그런데 디옹 대령은 말하기를 주저하며 시간을 끌다가 '게스트'가 있다며 소개하는데 바로 벤 블레드가 아닌가. 대령은 "전쟁은 끝이 났고, 정부는 파리에서 협상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르 블랑 대위가 "교수형에 처해야 마땅하다"며 "아직도 8명의 부하가 살아있다"고 대들자 "어제 아침에 이 결정이 내려졌다"며 "무선 연락도 안 되어 본부에선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註: 프랑스군 특공대는 어렵게 임무를 수행하며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정작 본부는 그들의 존재가 작전상 불필요하게 되어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역시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실감한다.]

 

 극히 사무적인 얘기를 끝내고 허탈한 심정으로 집무실을 나가는 르 블랑 대위를 벤 블레드가 불러세우고 악수를 청한다. 마지 못해 악수를 하는 대위에게 그는 "고마웠다!"고 말한다.

 

 비록 적과 적이었지만 생(生)과 사(死)의 고비를 넘기고 여기까지 살아돌아온 둘 사이에 따뜻하고 끈끈한 인간미가 물씬 배어나는 장면이다.

 

 장면은 밖으로 나온 대위를 한참 보여주며 처연한 주제음악이 흐른다. 허탈하고 착잡한 순간이다. 이때 아랍 소년이 다가온다. 잔뜩 겁먹은 그의 얼굴은 반갑게 맞이하는 대위를 보고 환한 웃음을 띤다. 둘이서 손잡고 주변의 들판을 걷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다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 전체에 걸쳐 한 곡만으로 변주되며 흐르는 주제음악이 '절망의 협주곡(Concerto Disperato)' 일명 '방랑의 마치'인데, 이탈리아 음악감독으로 '폼페이 최후의 날(The Last Days of Pompeii·1959)'로 잘 알려진 안젤로 프란체스코 라뱌니노(1909~1987)가 작곡하고 니니 로소(Nini Rosso, 1926~1994)가 트럼펫으로 연주한 곡이다.

 

 그런데 1963년 영국에서 상영됐을 때 작곡가 켄 쏜(Ken Thorne, 1924~2014)이 이 주제곡을 연주하여 그해 7월 예기치 않게 영국 차트 4위에 오르는 히트를 쳤다.

 

 니니 로소는 이탈리아 출신 트럼펫 연주자·작곡가로 1965년 "밤하늘의 트럼펫" (또는 "적막의 블루스")로 소개된 "일 실렌지오(Il Silenzio)"로 500만 장 이상이 팔려 '골드 디스크'를 받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스튜어트 그랜저(Stewart Granger. 1913~1993)는 '살로메(1953)', '소돔과 고모라(1962)' 등 성서와 관련된 영화, 그리고 존 웨인과 공연한 '알래스카의 혼(North to Alaska·1960)'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국 배우. 특히 경쾌한 동명의 주제곡 '노스 투 알래스카'는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All For the Love of a Girl)'으로 유명한 쟈니 호튼이 불러 인기를 끌었다.

 

 도리안 그레이(Dorian Gray, 1928~2011)는 본명 마리아 루이사 만지니(Maria Luisa Mangini)로, '시바의 여왕(1952)',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카비리아의 밤(1957)',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외침(Il Grido, 1957)' 등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배우이다.

 

 특히 1956년 '토토, 페피노, 허시(Toto, Peppino e la malafemmina)'에서 마리아 플로리안 역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녀는 83세 때 자택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개봉 당시 "사느냐 죽느냐의 13시간 동안 사랑 외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는 야릇한 태그라인과 그 청량하고 처연한 '절망의 협주곡'의 멜로디가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끝)

 

▲ 선인장 밭으로 뒤덮인 산악지대를 인질로 잡은 벤 블레드를 데리고 행군하는 프랑스 공수부대원들.

 

▲ 수류탄을 던져 폭파시킨 지프차에서 바바로사(페테르 칼스텐)가 트럭에 사용하기 위해 가까스로 부품을 절취한다.

 

▲ 화장품 케이스를 항상 지니고 다니던 로라(도리안 그레이)는 적의 총을 맞고 쓰러지면서 케이스를 찾는다. 그것은 바로 액운을 막는 부적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그걸 더듬으며 눈을 감는다.

 

▲ 부모를 잃고 교회에 숨어있다가 구출됐던 아랍 소년(파브리토 알론소)이 르 블랑 대위(스튜어트 그랜저)를 다시 찾아오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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