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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배경 영화(II)-‘로스트 코맨드’(Lost Comman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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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앞에서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군사적 절대우위의 프랑스가 1954년 디엔비엔푸(Dien Bien Phu) 전투에서 호치민(胡志明, 1890~1969)이 이끄는 베트남독립동맹, 즉 월맹(Viet Minh)에게 패전함으로써, 프랑스는 급기야 그 해 제네바에서 휴전 협정을 맺게 되었음을 보았다.

 

 또한 이 사실이 똑같이 프랑스 식민지인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에 알려지자 알제리인들은 1954년 11월1일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을 결성하여 알제리의 독립을 선포하고 게릴라전을 벌이기 시작하여 1954~1962년간 알제리 전쟁(Algerian War)이 일어났음을 보았다.

 

 8년 간의 전쟁의 결과로 알제리는 제국주의 시대의 프랑스가 1830년 아프리카 횡단정책의 발판으로 알제리를 식민지화 한 후 132년 만에 독립하였으며, 프랑스는 석유와 가스 등 막대한 국부(國富)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 중 프랑스 제4공화국(1946~1958)이 붕괴되고 샤를 드 골(Charles de Gaulle, 1890~1970)이 이끄는 제5공화국이 탄생했다.

 

 아무튼 알제리 독립전쟁은 현대 알제리 역사의 시작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탈식민지화의 대세와 흐름을 무시하고 프랑스군의 게릴라전, 민간인에 대한 테러·강간·고문 행위 등 복잡한 성격을 띠고 벌어졌던 전쟁이었다.

 

 위의 일련의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룬 최초의 영화가 '로스트 코맨드(Lost Command)'이다. 1966년 컬럼비아 픽처스 배급. 감독 마크 롭슨. 출연 앤서니 퀸, 알랭 들롱, 조지 시걸, 미셸 모르강, 모리스 로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쟝 세르베 등 호화 캐스팅. 러닝타임 129분.

 

 이보다 앞선 1964년에 나온 뉴웨이브 감독 자크 드미의 뮤지컬 로맨틱 드라마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의 배경이 알제리 전쟁 시기이다. 20세의 남주인공 기이 푸셰(니노 카스텔누오보)가 알제리 전쟁에 징집되었다가 2년의 복무를 마치고 다리를 부상 당해 고향 쉘부르로 돌아오지만 그동안에 사랑했던 연인 쥬느비에브(카트리느 느뇌브)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떠난다는 비극적 설정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알제리 전쟁 참전으로 인해 궁핍해진 서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줄 뿐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없다. 프랑스 영화로서 알제리 전쟁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은 2007년에 개봉된 "친밀한 적(L'Ennemi intime)"이 사실상 최초이지 싶다.

 

 '로스트 코맨드'는 프랑스 소설가 쟝 라테기(Jean Larteguy, 1920~2011)가 1960년 출간한 소설 '백부장(百夫長)'(Les Centurions)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내용은 프랑스 공수부대가 겪는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및 알제리 독립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이 영화는 정작 프랑스에서는 10년 동안 상영되지 못했다. 아마도 패전의 역사를 되새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영화의 시작은 1954년 5월7일 북베트남 디엔비엔푸 전투. 상당히 인상적인 전투 장면이 전개된다. 프랑스 유격대 대장 피에르 라스페기 대령(앤서니 퀸)은 공산주의인 베트민(월맹) 정규군의 마지막 공격을 예상하고 본부의 멜리에스 장군(쟝 세르베)에게 대대적인 지원을 요청한다. [註: 쟝 세르베(Jean Servais, 1910~1976)는 벨기에 출신 배우로 특히 '프랑스 범죄영화의 바이블'로 불리는 줄스 다신 감독의 유명한 "리피피(Rififi·1955)"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그러나 멜리에스 장군은 그의 부관인 클레어폰 소령이 지휘하는 소수의 프랑스 공수부대를 단 한 대의 비행기에 달랑 태워 파견한다. 설상가상으로 라스페기 부대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클레어폰 소령을 비롯한 공수부대원들은 착지(着地)를 하자마자 전멸 당한다.

 

 이에 라스페기 대령은 멜리에스 장군이 단 한 대의 비행기 정도의 소수 병력만 보낸 사실과, 더 나아가 디엔비엔푸 전쟁 패배의 전적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한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 베트민 정규군의 대규모 공세로 겨우 살아남은 수많은 공수부대원들이 포로가 되어 포로수용소에 수감된다.

 

 라스페기 외에 포로로 붙잡힌 프랑스 군인 중엔 역사학자로 사단의 사서(史書)인 필립 에스클라비에 대위(알랭 들롱), 인도차이나 태생인 브와퍼라 대위(모리스 로네), 외과의사인 디아 대위(고든 히스) 그리고 알제리 출신인 벤 마히디 중위(조지 시걸) 등이 있다. 특히 마히디는 베트민 포로수용소장(버트 곽)이 그가 같은 프랑스 식민지인 알제리인이므로 특혜대우를 제의하지만 이를 거부한다.

 

 그들은 진흙탕 길에 처박힌 지프차를 끌어내라는 베트콩의 명령에 할 수 없이 응하면서, 라스페기 대령은 슬쩍 차 열쇠를 빼내 행군 도중 흙탕길에 버려 골탕을 먹이는데….

 

 라스페기의 영도 하에 이들은 뜻을 같이 하고 그해 7월22일 제네바 평화 협정에 의해 전쟁이 종료되어 풀려난다. '인도차이나 해방(Vive la paix en Indochine)'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베트콩 포로수용소장이 "프랑스가 마침내 진실을 깨닫고 휴전협정을 맺었다"며 "이번 실수를 거울 삼아 알제리를 탄압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는다.

 

 드디어 프랑스 구역으로 넘어오니 방역캠프에서 DDT 소독을 실시하려고 한다. 그러나 라스페기 일행은 자유를 만끽하며 이를 거부하자 책임자는 상급부대에 보고하겠다고 하는데….

 

 프랑스군을 태운 선박이 마르세유로 귀환하던 도중 알제(Alger)에 정박하자 마히디 중위는 휴가를 받아 귀향한다. 그가 "친구들의 용기에 힘을 얻는다"는 아랍 속담을 언급하고 준비된 지프차를 타고 떠나자 그를 배웅하던 전우들이 "적의 용기가 너의 명예를 세운다"는 중국 속담도 있다고 말한다. [註: 여기서 마히디의 전우애와 그의 운명을 예언하는 듯한 은유가 숨어있다. 말하자면 디엔비엔푸에서 같이 싸운 전우들이 알제리인과 프랑스인으로 나뉘어져 서로 적으로 알제리 전쟁에서 만나게 된다는 프랑스 현대사의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 (다음 호에 계속)

 


▲ '로스트 코맨드(Lost Command·1966)' 영화포스터.

 


▲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레스페기 부대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클레어폰 소령 지휘하의 공수부대원들은 착지(着地)를 하자마자 전멸 당한다.

 


▲ 마히디 중위(조지 시걸·왼쪽)는 베트민 포로수용소장(버트 곽)이 그가 같은 프랑스 식민지인 알제리인이므로 특혜대우를 제의하지만 이를 거부한다.

 


▲ 진흙탕에 처박힌 지프차를 밀라는 베트콩의 명령에 할 수 없이 응하면서 라스페기 대령은 슬쩍 차 열쇠를 빼내 흙탕길에 버려 골탕을 먹이는데….

 


▲ 프랑스군을 태운 선박이 마르세유에 도착하자 이를 환영하는 군악대. 마히디 중위는 중간에 알제에서 내려 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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