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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독립전쟁 배경영화-'보리밭을 흔드는 바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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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데미언과 댄의 대화를 통해 댄은 원래 더블린 빈민가 출신의 철도노무자로 1913년 '더블린 직장폐쇄' 때 체포되어 웨일즈의 프롱고흐 수용소(Frongoch Camp)에 투옥되었는데, 그때 읽고 쓰는 법을 배웠고 사고(思考)도 할 줄 알게 돼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이었단다. 그리고 제임스 코놀리가 이끄는 시민군(ICA)에 참여했다고 말한다. [註: 더블린 직장폐쇄(Dublin Lock-out)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1913년 8월26일부터 1914년 1월18일까지 약 5개월간 지속된 대규모 노동쟁의이다. 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격렬했고 또 중요한 노동쟁의로 평가 받는다. 이를 주도한 제임스 코놀리(James Connolly, 1868~1916)는 아일랜드 사회주의공화국 당(Irish Socialist Republican Party) 및 시민군(Irish Citizen Army, IRA의 전신)을 창설하여 1916년 4월 이른바 '부활절 봉기'의 주모자로 체포되어 총살형을 당했다.]

 

 둘이서 제임스 코놀리의 연설문을 언급한다.

 "여러분이 내일 영국군대를 몰아내고 녹색깃발을 더블린 성 위에 휘날리게 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이 사회주의 공화국을 건설하지 못한다면 여러분 모두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땅과 나라는 계속 영국과 자본가와 영리단체들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데미언은 자기는 말 뿐이었고 항상 핑계를 댔다며, 반면 형 테디는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실천적이며 12살 때 신학교에 유학했고 자기는 절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댄에게 말한다. 형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

 

 이들은 곧 총살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동포들을 핍박하는 것을 보다 못한 아일랜드계 영국 육군 이병 조니 고건(윌리엄 루안)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옥한다. 고건은 19살이며 그의 아버지가 도네갈(Donegal) 출신이라고 스스로 밝힌다.

 

 다만 이때 고건이 다른 한 방의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방의 동지들인 케빈, 조니, 콜럼을 구해내지 못한 채, 이들은 '쿠망 나 므방' 회원인 시네이드 니 설리반의 집으로 피신한다. [註: '쿠망 나 므방(Cumann na mBan)'은 '아일랜드 여성 이사회(The Irishwomen's Council)'를 뜻하고 보통 약자인 'C na mB'로 표기한다. 1914년 4월2일 더블린에서 아일랜드 공화국의 준군사적 여성 기구로 창설되었는데, 설립 목적은 IRA의 무장화 및 현대장비화를 돕고 이를 위한 자금 조성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1916년 부활절 봉기 때부터 1922년 영국·아일랜드 휴전협정을 거치는 동안 무기 은닉, 안가(安家) 제공 및 정부 공식 기관지 'Irish Bulletin'을 제작하는 등 아일랜드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헌신적인 기여를 했으며, 내전 때는 조약 반대파를 돕다 400명 이상의 여성회원들이 자유국 군대에 의해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설립 때와 똑같은 장소인 더블린 윈스호텔(Wynn's Hotel)에서 창설 10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시네이드가 영국 병영의 타이피스트인 친구 마이리가 해밀튼 경의 편지를 발견하고 그 사본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들은 비로소 농장주 해밀튼 경과 크리스의 배신을 알게 된다.

 

 결국 농장주 해밀튼 경과 크리스는 IRA에 의해 붙잡혀온다. IRA대원들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막내 동생 같은 크리스가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망설이나, "비록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전쟁 중이며, 배신 행위를 그냥 둘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때 탈출하지 못한 케빈, 조니, 콜럼이 처형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데미언은 해밀튼 경이 부인과 아이들에게 남기는 유서를 전달 받고 바로 쏴 죽인다. 크리스는 죽마고우(竹馬故友)로 친형제와도 같은 사이였지만, 엄마는 문맹(文盲)이기 때문에 편지 대신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자신이 묻힌 곳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자, 데미언은 오는 길에 본 교회에 묻겠다고 약속하고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총살한다.

 

 데미언은 슬픔을 삼키려는 듯 "우리가 몸 바쳐 싸우는 이 아일랜드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비장하게 말한다.

 

 마을로 돌아온 IRA 대원들은 한 고리대금업자의 재판에 참석한다. 이 법정은 '도일 에어런(Dail Eireann)', 즉 '아일랜드 의회'에 의해 세워진 재판정으로 릴리(피오나 로튼)가 재판장이다. 고리대금업자 스위니(키에런 아헌)가 상환을 못한 채무자 래퍼티 부인(클레어 디닌)에게 무려 500%의 누적 이자를 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스위니는 상환을 못하면 이자가 누적되는 건 일반적인 상거래 관습이라고 어필하는데… 재판장 릴리는 래퍼티 부인에게 동정이 간다며 이 갈취에 가까운 이자를 적용한 것은 자신의 위치를 남용한 것이며, 이 법정은 영국 법정이 아니라 아일랜드 공화국 법정이라고 못박는다.

 

 결국 스위니는 래퍼티 부인에게 10실링 6펜스를 일주일 안에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린다. 스위니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지급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인민 재판'이라고 항의하지만 기각된다.

 

 그런데 테디는 이 법정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그 이유는 독립투쟁을 하기 위한 무기 구입 자금을 지원해주는 상공업자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관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란다.

 

 반면 댄과 데미언 등 원칙파는 "IRA가 지주계급을 지원하면서 우리같은 가난한 소시민을 짓밟는다면 영국 정부와 다를 게 뭐냐?!"며 대립한다. 여기서 형제 간의 갈등과 대립이 처음으로 암시된다.

 

 법정에서의 대립 이후 데미언과 연인 시네이드가 함께 숲속을 산책한다. 데미언은 그녀에게 크리스를 쏴 죽이고 산골짜기 교회에 묻은 것에 대한 슬픔을 토로한다.

 

 이어서 말한다. 데미언이 크리스의 집을 찾아갔을 때 아들과 나를 위해 항상 요리를 해주시던 그의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아들이 묻힌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 뒤 6시간을 걸어가는 동안 한마디 말도 없었는데, 교회의 무덤에 도착하자 데미언에게 "널 다시는 보고 싶지 않구나!" 이 말만 남겼다는 것이다.

 

 “이제 난 선을 넘었어, 시네이드. 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라고 울먹이는 데미언!

 

 이른 아침 짙은 안개 속 들판길을 중무장을 하고 '반란 행진곡(Oh-ro, Welcome Home)'을 부르며 행군하던 IRA는 길가에 매복해 있다가 RIC의 호위부대를 공격한다. 작전은 성공했으나 감옥에서 탈출을 도왔던 조니 고건이 사망한다. (다음 호에 계속)


▲ IRA 단원들이 그들을 밀고한 존 해밀튼 경과 크리스를 체포하러 온다. 오른쪽 두번째 테디(페드레익 딜레이니), 네번째 데미언(킬리언 머피)


▲ 존 해밀튼 경(로저 앨럼·왼쪽 세 번째)의 처형을 위해 산으로 가는 IRA단원들. 맨 오른쪽이 데미언.


▲ 크리스 레일리(존 크린)는 엄마를 사랑한다는 말과 자신이 묻힌 곳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자, 데미언은 죽마고우 크리스의 심장을 직접 쏴서 처형한다.

▲ 크리스를 처형한 뒤 데미언은 슬픔을 삼키려는 듯 "우리를 바쳐 싸우는 이 아일랜드가 그럴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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