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칼럼니스트
국제펜클럽회원

416-871-3428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67 전체: 669,634 )
WWI 배경 영화(XI)-'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5)
youngho2017

 

(지난 호에 이어)

이 광경을 촬영하던 벤틀리 기자에게 아우다가 자기 사진도 찍었냐고 묻는데 그렇다고 하자 카메라를 뺏어 박살낸다. 로렌스가 그는 사진이 찍히면 혼이 나가 힘을 쓰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랍군이 로렌스를 환호하며 외치는데 알리 족장과 브라이튼 대령이 찾아온다. '도둑질이 도둑을 만드는 법, 약탈은 중지해야 한다'고 대령이 말하자 알리는 '이들의 관습이며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답한다. 브라이튼 대령이 로렌스에게 "상처가 괜찮느냐?"고 묻자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황금 총알 밖에 없다."며 "멀쩡하다."고 대답하는 로렌스!

 

 벤틀리 기자가 알리 족장이 읽고 있는 어린이용 책을 보고 무얼 배우느냐고 묻자 '정치학'이라고 대답하는 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겁니까? 의회라도 세우게요?" "국가가 생긴 뒤 말해 주겠소."라고 대답하는 알리. "공허한 말장난이죠. 그게 바로 정치고요. 빨리 배우시는군요."라고 빈정대는 벤틀리.

 

아마 기자는 아랍인들이 정치적으로 변화하는 걸 순수성을 잃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알리가 "내겐 좋은 선생이 있다."고 말하자 이미 알았다는 듯 이내 로렌스에게 가는 벤틀리 기자.

 

 돌아가기 전에 단도직입적인 질문 두 가지만 하겠다는 벤틀리. 첫째 "이 사람들은 전쟁에서 뭘 얻길 원하죠?" "자유!" "말은 그렇게들 하죠." "자유를 얻게 될 거요. 내가 찾아줄 거요." 두 번째 질문 "사막에 끌리는 이유는 뭡니까?" "깨끗하니까요!" "계몽적인 대답이군요." [註: 이 짧은 대화를 통해 사막의 삶과 아랍문화는 근대적 이성(理性)과 문명으로 거부할 어떤 것이 아니라, 20세기의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의 자아도취적이고 어리석은 근대 문명의 탈을 쓴 식민제국주의의 사악하고 더러운 행동에 대한 패러독스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인류의 보편적인 정의(正義)를 가치있게 보는 로렌스의 세계관 및 역사관을 통해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상(無常)한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누구보다 인도주의적이었던 로렌스도 상황에 따라 신념이 변한다. 오히려 변화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대중의 환호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승리를 즐기는 사람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아무튼 벤틀리 기자가 그의 무용담을 공개함으로써 로렌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그때 아우다가 램프 2개와 맞바꿨다는 괘종 시계를 들고 와서 시계 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부숴버리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실룩거린다. 그의 가치는 고상한 자유나 독립이 아니다.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이득이 없다는 뜻이다.

 

 이윽고 군마를 실은 터키 보급열차가 온다. 브라이튼 대령도 가담하여 장갑차에 장착된 기관총을 이용하여 열차를 강탈하고, 아우다 군사들이 총출동하여 수백 마리의 말을 노획한다. 그리고 아우다는 자기가 원하는 걸 다 얻었다면서 전장을 떠나버린다. 이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로렌스에게 좌절이 온다.

 

 어느 날 철로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던 중 몸에 지닌 기폭장치가 폭발하여 파라지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자 로렌스는 적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퇴각하기 전에 그를 사살한다. 가심에 이어 두 번째 일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패배에 아랍인들이 떠나기 시작한다. 로렌스는 고작 남은 20여 명을 이끌고 북쪽 '데라'로 가려고 한다. 알리가 아우다 등 사람들을 곁에 붙들어 두지 못했음을 나무라자 로렌스는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이라며 "날 그렇게 못 믿겠소?"하고 화를 낸다.

 

 그리고 일행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물 위를 걷겠소? 데라로 동행할 사람은 없소?"하고 묻는다. 그들은 데라는 점령됐으며 20명으로 2천 명을 대적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여, 그는 오히려 영국 장군을 위해 자신들을 이용한다는 오해까지 받게 된다. [註: 데라(Deraa)는 요르단 국경에서 북쪽 13㎞, 다마스쿠스에서 남쪽 90㎞ 떨어져 있는 시리아의 남서부 도시이다.]

 

 터키군이 점거하고 있는 북부 데라 지역으로 무리하게 진출했던 로렌스는 알리와 함께 마을을 걷다가 혼자 여러 아랍 주민들과 함께 붙잡혀 '터키 베이'(호세 페러)에게 끌려간다.

 

 심문하는 터키 베이가 나이를 묻자 27살이라고 대답하는 로렌스. 터키 베이는 나이보다 더 들어보인다며 자기는 3년 반 동안 데라에 고립돼 있었다고 말한다. 그때 로렌스를 발가벗기고 피부가 깨끗하다며 입맛까지 다시는 베이를 한방 치자 그 대가로 심한 고문을 받고 능욕까지 당하는 로렌스! 그리고는 길거리에 내버려진다. 이 경험은 로렌스의 일생에 큰 충격과 상처를 준다.

 

 그동안 밖에서 감시를 피해 동정을 살피며 기다리던 알리가 로렌스를 구출한다. 식음을 전폐하고 허탈감에 빠진 로렌스에게 "당신도 똑 같은 인간이요."라며 식사를 권하는 알리.

 

 이제 잠도 자고 한결 나아진 로렌스는 갑자기 떠나겠다고 말한다. 알리가 왜냐고 묻자 "나 자신의 한계를 느껴서요."라는 로렌스. "그럼 아랍 반란도 끝이요? " "나와 상관없는 일이오. 난 아랍인도 아니잖소." "간절히 원하면 다 된다고 했잖소?" "나도 그런 줄 알았소." "당신이 증명했었지."

 

 그러자 로렌스는 자기 피부를 내 보이며 "이게 나요. 피부색이 다르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소. 그러나 원하는 게 바뀌었지. 피부색이 맘을 바꿔놨소. 나도 평범한 사람이오."

 

 그는 평범하고 쉬운 일을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이동한 알렌비 장군에게 돌아가지만 그 곳은 이미 그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이제 영국인들이 보기엔 그는 아랍인에 가까운 이방인이었다.

 

 알렌비 장군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파이살 왕자를 발견하고 저윽이 놀라는 로렌스. 그리고 드라이든 자문관과의 대화를 통해 전후의 터키와 중동 지역을 영국과 프랑스가 분할 통치한다는 밀약(密約)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밀약이 이른바 '사이크스-피코 협정'이다. [註: 공식적으로 '소아시아 협정(Asia Minor Agreement)'으로 알려진 '사이크스 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협상국이 아라비아 반도 외 아랍 지역과 터키를 미래의 영국과 프랑스 식민지로 나눠먹기 위한 밀약이었다. 이 조약은 프랑스 외교관 프랑수아 조르주 피코와 영국 외교관 마크 사이크스가 1915년 11월부터 1916년 3월까지 협상하여 5월16일에 결론지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은 국제 공동관리 구역으로 두고, 프랑스는 시리아와 레바논을, 영국은 그 외 아랍 지역을, 러시아는 터키 지역 및 아르메니아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로 했다. 영국이 아랍인에게 약속한 아랍 독립국은 영국의 힘이 미치는 지역으로 한정됐으나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은 애초부터 제외된 상태였다. 이 밀약으로 아랍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T. E. 로렌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극단주의 수니파인 이슬람 국가(IS)의 목표 중 하나가 이 협정을 무위(無爲)로 돌리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음 호에 계속)

 

▲ 아카바를 점령한 후 알리는 로렌스를 정복자로 격찬한다.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밀어붙인 신념의 승리였다.

 

▲ 대부분의 아랍인들이 당하는 것과 똑같은 괄시와 수모를 경험하며 겨우 얻은 레모네이드를 파라지(미셀 레이)에게 마시게 하는 로렌스. 가운데에 브라이튼 대령(앤서니 퀘일)이 보인다.

 

▲ 알렌비 장군은 로렌스 중위를 소령으로 승진시키고 그의 작전을 채택한다. 뒷줄에 앉아있는 드라이든 자문관과 브라이튼 대령은 로렌스의 아카바 점령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데…

 

▲ 미국 시카고 데일리지 소속 종군 기자 잭슨 E. 벤틀리(아서 케네디)가 파이살 왕자(알렉 기네스)를 인터뷰한다.

 

▲ 터키군의 보급 열차를 폭파시키는 로렌스. 그는 아랍항쟁군을 통해 게릴라전을 펼쳐 터키군을 교란시킨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