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칼럼니스트
국제펜클럽회원

416-871-3428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6 전체: 669,583 )
WWI 배경 영화 (IX)-‘영광의 길’(Paths of Glory)(중)
youngho2017

 

(지난 호에 이어)

 작전사령부인 어느 성에서 군단장인 조지 브롤라드 장군(아돌프 멘쥬)은 휘하 사단장인 폴 미로 장군(조지 맥레디)을 불러 독일군이 점거중인 요충지 '개미 고지(Ant Hill)' 탈환을 명령한다. [註: 여기 나오는 성은 독일 뮌헨의 쉴라이스하임 궁(Schleissheim Palace)이다.]

 

 처음에는 성공 불가능을 앞세우며 난색을 표하던 미로 장군은 브롤라드 장군의 은근한 압력과 성공할 경우 승진할 것이라는 달콤한 조건에 작전을 승낙한다.

 

 미로 장군은 부관인 상토방 대위(리처드 앤더슨)를 대동하고 전선의 참호를 시찰하면서 병사들에게 일일이 "독일군을 죽일 각오가 돼 있느냐?"고 묻는데, 이때 포격쇼크 증상을 보이는 한 얼빠진 사병(프레드 벨)이 대답을 못하고 횡설수설 하자 그의 따귀를 때린다.

 

 그는 이제 휘하의 701연대장인 덱스 대령(커크 더글러스, 1916~2020)의 벙커에 들러 돌격 작전의 지휘관을 맡을 것을 명령한다.

 

 덱스 대령 역시 작전상 도저히 무리라며 "부하 목숨 하나가 프랑스의 영예나 국기보다 더 중요하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미로 장군은 "나에게 애국심을 보여주면 정직한 사람을 보여주지."라고 말하는데 '애국심이란 불한당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새뮤얼 존슨의 말을 인용하면서 반발하는 덱스 대령! [註: 영국의 시인·평론가인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1709~1784)이 1774년 '애국자(The Patriot)'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면서 당시 유명 정치가인 윌리엄 피트(1708~1778)가 언급한 '애국주의(patriotism)'에 대해 "말만 하는 '자칭 애국자'가 아니라 '진정한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존슨은 1755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근대적인 영어사전을 출간하였는데, 그로부터 150년 후 옥스포드 영어사전이 완성되기 전까지 영국의 대표적인 사전이었다. 이때 조수로 편찬을 도운 이가 프란시스 바버(Francis Barber, 1742~1801)라는 하인이었다. 바버는 자메이카 출신 노예로 영국으로 팔려와 자유인이 되어 학교도 다녔는데, 1752년 존슨의 부인이 사망한 2주 후 존슨 집에 하인으로 일하기 시작하여 1784년 존슨이 사망할 때까지 함께 했다. 존슨은 당시 영국 및 미국의 노예제에 적극 반대했던 인물로, 바버에게 당시로선 파격적인 70파운드(현재가치 약 9천파운드) 및 그의 서적, 논문 그리고 금시계를 유산으로 남겼다.]

 

 그러나 난색을 표명하던 그도 계급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전쟁터에서 결국 명령에 굴복하고 만다.

 공격 개시 전날 밤, 야간 정찰 임무를 이끄는 중대장 로제 중위(웨인 모리스)가 술취한 상태에서 두 사람 중 르준 일병(켐 딥스)을 먼저 정찰 보낸다. 그런데 그의 귀환을 기다리는 동안 공포에 휩싸인 로제는 돌아오는 그를 독일군으로 오인하여 수류탄을 던져 죽이고 후퇴한다. 임무를 수행하는 다른 병사인 필립 파리 상병(랄프 미커)이 이를 알고 로제 중위에게 항의하나 증거가 없기 때문에 고발은 단념한다. 로제는 그 사실을 부인하고 덱스 대령에게 허위 보고를 하는데….

 

 다음날 아침, 개미고지 첫 돌격 작전이 개시되었으나 독일군의 기관총 세례와 포격 앞에 무인지대에는 프랑스군의 시체만 쌓여갈 뿐이었다. 이 와중에 B중대는 독일군의 집중 포격 때문에 아예 참호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이를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미로 장군은 분노한 나머지 포병대에게 B중대가 위치한 아군 참호에 포격을 하라는 정신나간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공격 좌표를 받은 포대장인 루소 대위(존 스타인)가 그곳이 아군 기지임을 알고 "그런 명령은 장군님의 친필 서명 지시 없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함으로써 결국 아군 진지에 대한 포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편 덱스 대령이 참호로 돌아와 B중대를 독려하고는 스스로 앞장 서 사다리를 타고 참호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머리 위로 죽은 한 병사의 시체가 떨어져 그만 쓰러지고 만다….

 

 애초부터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무모한 작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로 장군은 "여려빠진 놈들, 독일군 총알을 맞기 싫다면 프랑스 총알 맛을 보여주겠다"며 오히려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장교가 아닌 '병사들의 비겁함'으로 돌린 뒤 701연대원 중 100명을 본보기로 공개 처형할 것을 주장한다. 덱스 대령은 기가 막혀 "차라리 연대원들 다 총살에 처하시죠? 아니면 차라리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항의하는데….

 

 결국 브롤라드 장군의 중재 하에 미로 장군이 중대당 1명씩 뽑아 3명을 본보기로 처형할 것을 제안하고, 브롤라드 장군은 이를 승낙한다. 이에 따라 군사 재판이 열리고 덱스 대령은 그 변호인을 맡게 된다.

 

 이윽고 병사들이 뽑혀온다. 첫째는 필립 파리 상병이다. 그의 상관인 로제 중위가 부하를 죽인 사실을 완전히 은폐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그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모리스 페롤 일병(티모시 캐리)으로 그는 '사회 부적응자'라는 이유로 그의 상관에 의해 뽑히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피에르 아르노 일병(조 터켈)은 두 번이나 무공훈장까지 받은 용맹한 병사였음에도 단순히 제비뽑기에 의해 선택되었다. 덱스 대령은 이들에게 싸울 때처럼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한다.

 

 이들은 군사재판에 회부되었고, 사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였던 덱스 대령은 자원하여 세 명을 필사적으로 변호하지만 이미 재판은 시작부터 결과가 정해져 있었고, 재판 과정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었으며 증거나 속기사도 없었으므로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죄 석방을 위한 모든 변론이 무시당하자 덱스 대령은 마지막으로 재판관 및 미로 장군에게 경고한다. "법정에 있는 신사분들, 무고한 사람들을 유죄 판결하면 당신들은 두고두고 죽는 날까지 괴롭힐 범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셋은 결국 총살형이 선고된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군대에서 이성이나 감성 따위는 사치일 뿐이다!

 

 그날 밤, 자포자기한 덱스 대령은 이미 파리 상병을 개인적인 이유로 죽이려 함을 알고, 의도적으로 로제 중위를 불러 총살 집행 임무를 맡긴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난색을 표하는 로제 중위에게 덱스 대령은 "그거 간단한 거야. 그냥 사형수를 기둥에 묶고, 원하면 눈을 가려 주고, 칼을 든 뒤 준비, 발사만 외치면 되는거야!' 라고 묵살하며 집행 임무를 떠맡긴다.

 

 그런데 로제 중위가 나간 뒤, 미로 장군의 아군 포격 명령을 거부했던 루소 대위가 덱스 대령을 찾아와 장군의 상식 이하의 명령 내용에 대해 고발한다. 이에 브롤라드 장군을 찾아간 덱스 대령이 재판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며 증인의 서약서가 첨부된 자료를 제시하는데….

 

 그러나 "너무 오래 있으면 파티에 온 손님들에게 실례가 된다"며 덱스를 홀로 남겨놓고 교묘하게 자리를 떠는 브롤라드 장군! (다음 호에 계속)

 

▲ 다음 날 첫 개미고지 돌격 작전이 개시되었으나 독일군의 기관총 세례와 포격 앞에 무인지대에는 프랑스군의 시체만 쌓여갈 뿐이었다.

 

▲ 망원경으로 독일군의 집중 포격 때문에 아예 참호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내고 있는 B중대를 지켜보던 미로 장군은 분노한 나머지 포병대에게 아군 참호에 포격을 하라는 황당한 명령을 내리지만…

 

▲ 미로 장군은 오히려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장교가 아닌 '병사들의 비겁함'으로 돌리고 결국 701연대원 중 3명의 병사를 군사재판에 회부한다. 촬영지는 독일 뮌헨의 쉴라이스하임 궁의 대회랑이다.

 

▲ 무죄 석방을 위한 모든 변론이 무시당하자 덱스 대령(커크 더글러스)은 마지막으로 군사재판을 비난한다. "…무고한 사람들을 유죄 판결하면 당신들은 두고두고 죽는 날까지 괴롭힐 범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 적군이 아닌 아군에 의해 까닭없이 죽어야 하는 무고한 병사들은 말한다. "내일 아침이면 여기 있는 바퀴벌레는 살아남고 우리는 죽는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