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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 (VII)-'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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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3시간 20분의 대서사극인 '닥터 지바고(1965)'를 날 잡아 보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도 없던 반 세기 전의 아날로그 시대로 떠나는 긴 시간여행이었다.

 

 아마 네다섯 번째 보는 것 같은데도 눈덮인 대평원 속에 화려했던 제정(帝政) 러시아 말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을 거쳐 귀족과 민중이 대립각을 세우던 혁명의 시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시간 속에 내던져진 한 순수한 영혼의 행적을 그린 대서사극은 지금의 감성으로 봐도 감동의 울림이 있다. 이것이 아날로그 고전 영화의 진수가 아닌가 싶다. [註: 그런데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 같이 70mm 수퍼 파나비전이 아니라 실제는 스탠더드 35mm 파나비전으로 촬영된 것이다.]

 

 그리고 영국 출신 거장 데이비드 린(David Lean, 1908~1991) 감독과 바늘에 실 가듯 호흡을 같이 한 프랑스 출신 작곡가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 1924~2009)가 작곡, 러시아 전통민속악기 발랄라이카로 연주한 '라라의 주제곡(Lara's Theme)'은 여전히 아름답고 달콤하다. 그래서 명작을 더욱 명작답게 만든 것이리라. 이 악기는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중요한 장면에 몇 번 등장한다. [註: '라라의 테마'는 영화 개봉 후, 'Somewhere My Love'라는 제목으로 레이 코니프 악단(Ray Coniff & The Singers)을 비롯하여 앤디 윌리암스 등 수많은 유명 가수들이 부른 인기 팝송이 되기도 하였다.]

 

 1965년 MGM사 배급. 제작 카를로 폰티. 러닝타임 197분. 원작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Leonidovich Pasternak, 1890~1960)의 동명의 유일한 장편소설. 그러나 원작 소설은 정작 소련에서는 출판되지 못했으며, 1957년 이탈리아에서 발간 되자마자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듬해 노벨 문학상에 선정되었으나 소련 당국의 거부로 인해 원작자인 파스테르나크는 수상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 '닥터 지바고'는 소비에트 연방의 리더이자 소련 공산당 마지막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페레스트로이카)·개방(글라스노스트)' 정책에 힘입어 1988년에서야 출판이 허용되었고, 다음해인 1989년 파스테르나크의 장남이자 문학연구가인 예프게니 파스테르나크가 노벨상을 대리 수상했다. [註: 예프게니는 "아버지는 이 상을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 때문에 괜한 고통만 안겨주었다."며 의미심장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러시아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 것은 1994년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제작 후 13년이나 지난 1978년에 개봉되었다.

 

 작품의 배경은 제정 러시아 말기인 1912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1917년 러시아 혁명(Russian Revolution)과 오랜 내전을 거쳐 1925년에 이르는 10여 년의 격동의 시기이다. 러시아 제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극도의 생활고에 시달린 서민들이 페트로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빵을 요구하며 일으킨 1917년 2월 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가 세운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폐위되어 제정 러시아는 종지부를 찍는다.

 

 같은 해 10월 두 번째 혁명이 일어난다.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이 분열하여 형성된 좌파 세력인 볼셰비키(다수파)에 의해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 1870~1924)의 지도하에 이루어진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에 기반한 20세기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었다. 하지만 10월 혁명의 진정한 주체는 레닌 등의 공산주의 이론가들이 아닌 민중들이었다.

 

 이 러시아 혁명에 뒤이어 러시아 내전(Russian Civil War), 즉 레닌과 트로츠키(Leon Trotsky, 1879~1940)가 주도하던 혁명파 '적군(赤軍, 좌파)'과 서방국가들이 지원하던 반혁명파 '백군(白軍, 우파)'이 싸우던, 이른바 '적백내전(赤白內戰)'이 일어나, 결국 1922년 사상 최초로 공산주의 국가인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즉 소련(蘇聯)이 탄생한다. [註: 필자는 여기서 우리의 뼈아픈 역사를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와 10월 청산리 전투에서 연거푸 일본군을 크게 물리친 조선무장독립군은 일본군의 대대적 토벌로 인해 전략상 러시아령으로 이동하여 밀산(密山)에서 독립군을 통합 재편성, 약 3,500명 규모의 새로운 대한독립군단을 탄생시켰다. 그때 적색군의 감언이설에 속아 그들을 도와 내전에 참전하여 결국 적군이 승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적군은 승리 후 1921년 6월27일 독립군을 연해주 자유시에 집결하도록 한 후 무장을 해제시키려 하였고, 이에 저항하는 독립군을 무차별 공격함으로써 무수한 사상자를 낸 이른바 '자유시 참변'을 야기하였다. 이로 인해 연해주 지방의 조선독립군 세력은 모두 와해되는 참극이 일어났던 것이다.]

 

 동토의 제국 러시아는 역사상 아무도 제압하지 못한 땅이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의 막강한 군대조차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러시아도 거대한 민중의 힘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정권은 배요, 국민과 민심은 물이라고 한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10여 년의 시간 동안에 과거의 유산들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진다. 이 격동의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개인의 존재와 삶과 사랑의 이야기가 영화 전편을 통해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영화는 약 4분 여의 서곡으로 시작한다. 차이콥스키의 '1812'의 소절과 러시아풍의 행진곡 및 라라의 주제곡 등이 절묘하게 변조돼 흐른다. [註: 1950~60년대에 서곡을 삽입하는 것은 하나의 정형처럼 유행했다. 이 영화와 '벤허(1959)', '스파르타쿠스(1960)',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등 대서사극에는 중간휴게시간도 있다.]

 

 얘기의 서사 구조는 1940년대 말~1950년대 초, 소련첩보수사기관(KGB) 중장 예프그라프 지바고(알렉 기네스)가 그의 이복 동생인 유리 지바고와 라리싸(라라) 안티포바 사이에서 난 딸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프그라프는 수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나이 어린 타냐 코마로바(리타 터싱햄)가 조카딸일지도 모른다고 믿고, 그녀에게 유리의 시집(詩集)을 보여주며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과거회상 형식으로 들려준다. (다음 호에 계속)

 


▲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1965)' 영화포스터

 


▲ 예프그라프 장군(알렉 기네스)이 타냐 코마로바(리타 터싱햄)가 조카딸일지도 모른다고 믿고 이복 동생 유리의 시집을 보여주며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면서 영화는 회상형식으로 전개된다.

 

▲ 유리 어머니 장례식 장면 - 가운데 왼편이 8살의 유리 지바고(타렉 샤리프), 바로 우측은 알렉산데르(랄프 리차드슨), 그 옆에 토냐가 어머니 안나(시옵한 멕켄나)의 손을 붙잡고 있다. 유리는 이 그로메코 가(家)에 입양된다. 

 

▲ 라라(줄리 크리스티, 왼쪽)는 어머니(오른쪽)가 독감에 걸려 빅토르 코마로프스키(로드 스타이거)와 함께 사교계 연회장에 대신 참석한다. 

 

▲ 1912년 겨울밤, 크렘린궁 앞에서 혁명가 파샤 안티포프가 이끄는 시위대가 코사크 기병대에게 쫓기는 모습. 이 살육 현장을 지켜보던 유리 지바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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