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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 (V)-'거대한 환상'(La Grande Illusio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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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마레샬은 화제를 바꿔 "어쨌든 자네도 대단해. 소포로 우리를 먹여 살리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넌 진정한 친구라는 거야!"라고 말한다. [註: 여기서 르누아르 감독은 파리에서 온 열관리 정비공인 하층계급 마레샬과 귀족계급을 대비하고 있다. 하층계급의 캐릭터는 서로 공통점이 없고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견해 및 교육도 귀족계급보다 제한적이지만, 그들은 동병상련(同病相憐)과 실제의 경험을 통해 끈끈한 정(情)의 관계를 맺는다고 보았다.]

 

 러시아 장교가 자기들은 황후로부터 큰선물을 받았다며 나눠줄 테니 따라오라고 말한다. 캐비어, 보드카 등 당신들의 친절에 이제야 보답할 수 있게 됐다며. 황후는 언제나 자상하시다며 함성을 지르면서 큰 상자의 못을 빼내는데… 막상 속을 보니 낡아빠진 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게 아닌가. 대수학의 원리, 기초 윤리학, 요리책, 문법책 등등. 보드카를 기대했던 러시아 병사들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불을 질러 몽땅 태워버린다. [註: 애국심에서 전쟁터에 나섰다가 포로가 되었지만 정작 국가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책'이라는 사회화의 도구를 위로품으로 보내온다. 국가 권력에 대한 르누아르 감독의 회의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때 보엘디외는 독일 병사들이 화재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방법을 관찰한 뒤 마레샬과 로젠탈이 담을 넘어 숲에 이르게 되는 5분의 탈출 시간을 벌기 위해 독일군을 따돌릴 수 있는 묘안을 궁리하는데….

 벽시계가 15분 전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다. 18개월 동안 같이 지냈던 보엘디외 대위와 마지막 악수를 하는 마레샬! 이때 포로들이 일제히 피리를 불거나 취사도구 등을 두들기며 소란을 피우자 독일 간수들이 모두 연병장에 집결시켜 점호를 취한다.

 그러나 보엘디외 대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요새의 높은 곳에 올라가 흰장갑을 끼고 피리를 불고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독일병들이 둘의 탈출을 눈치 채지 못하게 관심을 돌리기 위함이었다. 라우펜슈타인은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늘 흰 장갑을 끼는 반면, 보엘디외는 최후의 순간에 흰 장갑을 낀다.

 한편 마레샬과 로젠탈은 그 사이에 창문을 통해 그동안 짬짬이 만들어 둔 긴 밧줄을 타고 절벽 밑으로 내려가 숲으로 탈출한다.

 저녁이라 서치라이트가 보엘디외를 따라가며 비춘다. 이윽고 그를 뒤쫓던 독일병들이 총을 쏘자 라우펜슈타인이 중지시키고는 그의 귀족 동료인 보엘디외에게 내려오라고 종용한다. 이 때는 둘 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지금 제 정신이오? 이해 못하겠소? 난 당신을 쏴야 한단 말이오. 정말 그렇게 할 거요. 사나이 대 사나이로서 부탁하오. 내려와 주시오!"라고 애걸하다시피 말하는 라우펜슈타인.

 그러나 "난 아주 멀쩡하오. 당신의 호의는 정말 고맙소. 하지만 어쩔 수 없소."하고 그가 거절하자 망설이던 라우펜슈타인이 권총으로 그를 저격한다. 먼저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쓰러지는 보엘디외. 그때 독일병들이 사령관에게 마레샬과 로젠탈의 탈출 사실을 보고하는데….

 군목 신부가 다녀간 후 간호원이 돌보는 보엘디외의 임종을 비탄에 젖어 지켜보는 라우펜슈타인은 "용서를 바라오."하고 말하자 "나라도 그랬을 거요. 프랑스든 독일이든 임무는 임무요."라고 말하는 보엘디외. "사실 다리를 쏘려고 했으나 그만 복부를 맞혔다"며 "내 사격이 서툴렀다"고 말하는 라우펜슈타인.

 "위로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오. 난 이제 끝났어요. 일반인들이 전쟁에서 죽는 것은 비극이지만 당신과 나에게는 명예로운 길이지요." 그러나 "난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는 라우펜슈타인. 드디어 보엘디외는 숨을 거둔다. 라우펜슈타인이 그의 두 눈을 감긴다.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 내리는 창가에 놓여있는 제라늄 꽃을 꺾어버린다….

 한편 탈출에 성공한 마레샬과 로젠탈은 독일 시골마을을 지날 무렵 로젠탈이 미끄러져 발목이 삐어 진행이 더뎌지자 둘은 격렬한 말싸움을 하고 헤어진다.

 홀로 남은 로젠탈이 두려움을 떨치려는 듯 크게 노래를 부른다. [註: 이 노래는 난파선의 선원이 살기 위해 다른 선원의 인육(人肉)을 먹고 살아남는다는 프랑스 전통민요인 "Il etait un petit navire (There Once was a Little Ship)"이다. 앞에서 드 보엘디외 대위가 로젠탈과 마레샬의 탈출을 돕기 위해 독일병사들을 따돌릴 때 페니 휘슬(penny whistle)이라는 피리로 불었던 곡이다. 여기서 둘이 부르는 노래는 식량이 떨어져 거의 죽게 된 처지를 묘사하고 있다.]

 혼자 떠나던 마레샬이 그 노랫소리를 듣고 이어받아 흥얼거리다가 어느 순간 그의 동료 로젠탈을 돕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 여기서 상류계급과의 상충(相衝) 속에서 하층계급 간의 끈끈한 인간애,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둘은 헛간을 발견하고 위험하지만 잠깐 쉬어가기로 한다. 피로감에 깜빡 졸다가 밤중에 인기척을 듣고 몽둥이를 들고 방어자세를 취하는 마레샬. 그런데 뜻밖에 독일 여인이 소를 몰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마레샬이 독일어를 못하기 때문에 로젠탈이 소통하여 둘은 어린 딸 롯테와 함께 사는 과부 엘자(디타 파를로)의 농가에 며칠을 머물게 된다. [註: 영화 후반부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등장한다. 그 전에는 포로수용소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여자 그림과 사진뿐이었다. 그런데 롯테 역으로 나온 리틀 피터스(Little Peters)는 1930년 1월1일 생으로 출연 당시 7살이었으나 5월15일 독감으로 이 영화를 못 보고 사망했다.] (다음 호에 계속)

 

▲ 드 보엘디외(피에르 프레네이·왼쪽)는 귀족 정치의 몰락을 새로운 사회 질서 형성이라는 적극적인 발전으로 수용하는 반면 폰 라우펜슈타인(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은 아직도 귀족정치에 미련을 갖고 있다.

 

▲ (왼쪽 사진) 탈출 전 드 보엘디외 대위와 악수하는 마레샬. (오른쪽) 탈출을 돕기 위해 요새의 높은 곳에 올라가 흰장갑을 끼고 피리를 불고 춤을 추는 보엘디외.

 

▲ (왼쪽 사진) 라우펜슈타인이 권총으로 보엘디외를 저격한다. (오른쪽) 보엘디외가 죽자 눈 내리는 창가에 놓여있는 제라늄 꽃을 꺾는 라우펜슈타인.

 

▲ "…일반인들이 전쟁에서 죽는 것은 비극이지만 당신과 나에게는 명예로운 길이지요."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는 드 보엘디외.

 

▲ (왼쪽 사진) 로젠탈이 발목이 삐어 진행이 더뎌지자 둘은 격렬한 말싸움을 하고 헤어지는데… (오른쪽) 마레샬이 다시 돌아와 하층계급의 끈끈한 인간애,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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