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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I)-'서부 전선 이상 없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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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전쟁의 잔혹성과 공포의 경험 (계속)

 다음 날, 대단한 전투가 벌어진다. 독일군들이 적의 포화 속에서 교회 묘지 공격을 하는데, 힘멜슈토스 상사도 공격에 가담하지만 그는 비겁하게 치명적 부상을 당한 것처럼 구덩이 속에 들어가 숨는다. 이를 본 파울이 '옐로우 래트!'라며 당장 일어나 싸우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얼마 후 그는 적 포탄에 맞아 죽는다.

 

 파울은 교회 묘지에서 진격을 하던 중, 프랑스군의 엄청난 폭격으로 바로 옆에서 땅속의 나무 관 조각이 솟구쳐 날아와 그의 머리를 때리는 바람에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이 묘지는 바로 생지옥에 다름 아닌 전쟁터가 곧 '살아있는 무덤' 임을 상징한다.

 

 포탄혈(shell hole) 속에 엎드려 그의 총검을 쥔 채 잠깐 숨을 돌리고 있는 파울에게 어느새 카트가 들어와 상처를 살펴 어루만져주고 간다.

 

 이제 프랑스군들이 퇴각하고 독일군의 역습이 시작된다. 그때 프랑스군 한 명이 파울이 있는 포탄혈에 떨어진다. 순간적으로 파울은 그의 왼손으로 그 군인을 휘어잡고 오른손에 쥔 단검으로 그의 가슴을 찌른다. 파울은 구덩이 속에 괸 물에 그의 피묻은 손과 칼을 씻는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총대에 철모를 씌워 바깥으로 올려 세우니 여지없이 총탄 구멍이 뚫린다. 어쩔 수 없이 구덩이 속에서 신음하며 생명이 다해 가는 적 병사와 함께 고통스런 시련을 겪으며 밤을 지새우는 파울. 포탄과 야광탄의 섬광에 죽어가는 프랑스군의 처량한 얼굴과 파울의 얼굴이 가끔 보일 뿐이다.

 

 파울은 고인 물에 헝겊을 적셔 천천히 죽어가는 병사의 입술을 적셔주며 "나는 당신을 돕고 싶소. 당신을 구하고 싶소."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소리친다. "멈춰요, 멈춰요! 나머지는 참을 수 있지만 그 (포탄)소리는 들을 수가 없소!… 죽는 데 왜 그리도 오래 끄는 거요? 어차피 죽을 텐데…."

 

 순간, 쓰러진 병사도 자기와 똑같은 인간이란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파울은 프랑스 병사가 살아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기를 빌게 된다. "아니, 당신은 죽을 수가 없어. 상처는 대수롭지 않아요. 당신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암요, 나보다 훨씬 먼저 고향으로 갈 수 있어요." 자책감과 인간적인 고뇌에 휩싸여 파울은 이제 절망적으로 자신의 살인에 대한 속죄를 구한다.

 

 파울은 그의 입술에 더 많은 물을 적셔주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눈을 뜬 채로 입을 조금 열고 히죽 웃는 표정을 클로스업 한 장면은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어찌 보면 평안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비난의 표정 같기도 하고…. [註: 무성영화 시대의 인기 코미디언 레이몬드 그리피스(Raymond Griffith, 1895~1957)로 이 영화가 유성영화의 첫 출연이자 마지막이었다.]

 

 "오 하느님,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을 행하십니까? 우린 그냥 살기를 바랄 뿐이죠. 우릴 왜 서로 싸우도록 내보내셨습니까? 총과 군복을 벗어 던지면 우린 카트와 알베르트 같은 형제가 될 수 있었을 텐데요…. 날 용서해줘, 친구. 내가 뭐든지 다 할게…."

 

 파울은 그 병사의 호주머니를 뒤져 그의 아내와 딸아이 사진을 발견한다. 그의 이름은 제랄드 듀발. 직업은 인쇄업. 파울은 흐느끼며 죽은자에게 그의 아내와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돕겠다고 약속하며 말한다. "다만 나를 용서해 주시오. 용서를, 용서를!" 그러나 죽은자는 말이 없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고통스럽고도 비정한 살생과 전쟁의 비참함을 역설적으로 잘 묘사한 가장 오래 기억되는 장면 중 하나이다.

 

 다시 밤이 찾아왔을 때 도망쳐 가까스로 독일군 진지로 돌아온 파울은 카트에게 모든 사실을 보고한다. 카트는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는 죽이기 위해서야. 우린 어쩔 수가 없어."라며, 특등사수가 오늘만 3명을 죽였는데 아마 저녁 땐 단추 구멍에 훈장을 달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 죽이는 일이 마치 과녁 맞추기 점수를 따는 게임처럼 여겨지는 대목이다.

 

 "자, 더 이상 꾸물대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위로하는 카트에게 파울은 "제가 죽은 (프랑스군) 친구와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이겠죠?"라며 "어쨌든 전쟁은 전쟁일 뿐"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전쟁 속 개인은 장기판의 말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장면은 바뀌어 보병과 기마병이 프랑스 어느 아늑한 마을에 도착한다. 병사들은 모처럼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독일 행진곡을 부르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긴다. 벽에 붙어있는 전선극장(Front Theater) 포스터에 여배우가 양산을 들고 있는 장면을 본 파울 보이머가 관심을 보이자 알베르트 크로프가 4개월 전인 1917년 5월7-21일 상영했던 포스터이며 그 여배우는 여기가 아닌 머나먼 곳에 있다며 꿈 깨라고 말하는데….

 

 그날 운하에서 수영을 하고 있던 네 명이 강 건너편에서 '파리의 하늘 밑' 샹송을 흥얼거리며 걷고 있는 프랑스 시골 여자 세 명을 발견한다. 탸덴이 빵과 소시지를 건네주려 헤엄쳐 가자 이를 본 독일군 가드가 못가게 제지한다. [註: '파리의 하늘 밑(Sous le ciel de Paris)'은 1951년 줄리엥 뒤비비에 감독의 동명의 프랑스 영화에 주제곡으로 처음 삽입된 곡으로 알려졌는데 1930년 제작된 이 영화에 이미 이 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날 밤, '사랑과 전쟁은 투쟁'이라며 탸덴을 제치고 파울, 알베르트, 페터 레어 등 세 친구만 달빛 속에 헤엄쳐 가서 세 여자들을 만난다. 이즈음 카친스키는 술집에서 계속 술을 사면서 탸덴을 붙들고 늘어지는데, 탸덴이 배신 당했다는 사실을 안 때에는 이미 녹아웃 상태….

 

 한편 발가벗은 그들을 본 여자들은 여자옷을 갖다주고, 셋은 함께 놀아준 대가로 빵과 소시지를 교환한다. 말은 한마디도 통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여자 냄새를 맡으며 전쟁과 공포, 천박함이 기적과 같이 사라진다고 말하는 젊은 19살 꽃띠 병사들!

 

 다음 날 아침, 새 전선으로 행군하는 도중에 적의 폭격으로 파울은 옆구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알베르트는 다리가 부러진다.

 

 둘은 후방에 있는 수녀들이 돌보는 가톨릭 병원에 후송된다. 옆 침대에 있던 환자 요제프 하마커(하이니 콘클린)가 자기는 두개골 골절을 당했는데 진단서에 '주기적으로 제정신을 잃고 행동함'이라고 쓰여 있어 그 이후로 아주 호강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너무 빨리 죽어서 사귈 시간이 없었다"며 "이 방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간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다음 호에 계속)

 

▲ 적의 포화 속에서 교회 묘지 공격을 하는데 여기서 파울은 나무관 조각에 맞아 쓰러진다. 이 묘지는 바로 '살아있는 무덤'을 상징한다.

 

▲ 눈을 뜬 채로 입을 조금 열고 히죽 웃는 표정으로 죽은 프랑스 군인(레이몬드 그리피스)의 모습을 클로스업 한 명장면.

 

▲ 독일군 보병과 기마병이 프랑스 어느 아늑한 마을에 도착한다. 병사들은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행진곡을 부르며 모처럼 망중한(忙中閑)을 즐긴다.

 

▲ 벽에 붙어있는 전선극장 포스터 속 양산을 들고 있는 여배우에 관심을 보이는 파울(왼쪽)에게 알베르트 크로프(윌리엄 베이크웰)가 4개월 전 거니까 꿈 깨라고 말한다.

 

▲ 강물에 수영 중 프랑스 시골 여자를 발견하자 젊은 3병사를 제치고 타덴이 빵과 소시지를 건네주려 하자 이를 본 독일군 가드가 제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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