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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배경영화(II)-'지옥의 묵시록’과 '발퀴레의 기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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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닿아 있다. 지금도 결혼식장에서 '따~안 딴따따, 따~안 따따딴'하고 자주 마주치는 곡이 그가 작곡한 오페라 '로엔그린(Lohengrin)' 제3막 1장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Bridal Chorus)' 일명 '결혼 행진곡(Wedding March)'이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바그너를 들먹인 이유는 '지옥의 묵시록'이란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고막을 찢을 듯한 헬리콥터의 굉음과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을 배경으로 융단 폭격을 하여 검붉은 불꽃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 장면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 때 사용되었던 음악이 바로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騎行)'(The Ride of the Valkyries)이라는 곡이었기 때문인데 이 영화를 통해서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더욱 유명해졌지 싶다.

 

 1979년 영화인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이 개봉됐을 때 필자는 네덜란드에 주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헤이그에서 처음 봤고, 그 후 82년 말 쯤에 귀국했을 때 서울 명보극장에서 상영하고 있길래 또다시 봤던 영화이다. 아마 그때 이 영화 상영을 위해 명보극장에 Surround Sound System의 음향기기가 처음 설치된 것으로 기억된다.

 

 최초 개봉시 153분짜리 극장판을 2001년에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1939~) 감독이 잘랐던 장면을 새로 추가하여 디지털로 편집한 약 200분의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Apocalypse Now Redux)'로 재개봉 됐다.

 

 그런데 '지옥의 묵시록'이란 제목은 뭔가 좀 어색하다. 굳이 번역하자면 '현대의 묵시록'이라고 하는 게 원제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큰 줄거리만 살펴보면서 얘기하자. 미 특수부대의 벤자민 윌라드 대위는 지리멸렬한 전쟁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무언가 새로운 임무를 맡기를 원한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미국의 전설적인 군인이었던 월터 커츠 대령을 제거하라는 미군 당국의 비밀 지령이었다. 커츠 대령은 이미 군의 통제를 벗어나 캄보디아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부대와 왕국을 거느리고 있는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윌라드 대위 역은 역시 월남전 영화인 '플래툰(Platoon·1986)'에 출연했던 찰리 쉰의 아버지인 마틴 쉰(Martin Sheen, 80)이 맡았다. 그리고 커츠 대령 역은 말론 브랜도(Marlon Brando, 1924~2004)가 맡았는데 주당 100만 달러를 받고 출연했으나 당시 몸이 너무 비대하여 전신이 나오는 일부 장면에서는 대역을 세울 정도였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윌라드 대위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베트남 전쟁에 대한 회상을 할 때, 헬리콥터의 힘겨운 날갯짓과 네이팜탄으로 밀림 숲을 폭격하는 장면과 오버랩 되면서 흘러 나오는 음악은 미국 록밴드 그룹 도어즈(The Doors)가 부른 '종말(The End)'이라는 노래이다.

 

 노랫말이 자살충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상당히 허무주의적이고 부모형제도 업신여기는 패륜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말 그대로 '말세'이다. 이 곡은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또 한번 나온다.

 

 정부의 극비임무를 맡은 윌라드 대위와 아직 실제의 전쟁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4명의 병사들은 해안경비정(PBR)을 타고 커츠 대령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들은 우선 캄보디아로 흐르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빌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의 부대를 만난다.

 

 헬기 공수부대를 지휘하는 킬고어 대령이 윈드서핑을 위해 전투를 벌이고 게임을 즐기듯 헬기에 고성능 스피커를 달고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 (youtube.com/watch?v=30QzJKCUekQ)을 공포스럽게 울려대며 해변가 마을을 공격하여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에서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인간을 사냥하며 선과 악의 구별 없이 전쟁을 즐기는 인간의 광기에 섬뜩해 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인 해안 마을 폭격 신에서 헬리콥터 부대가 무차별 폭격을 가할 때 우리는 열광하고 도취되어 오히려 쾌감마저 느끼는 착각에 빠져들게 되는데, 바로 사람의 감정을 고무시키는 이 장엄한 영웅적 음악의 마력 때문이었지 싶다.

 

 말하자면 무장한 헬리콥터 그 자체는 신화 속의 정의로운 발퀴레로 현시되고, 으레 영웅들이 적을 물리치는 과정에서의 학살은 정당방위로 묘사되는 듯한 위험한 착각과 더불어 전쟁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기이한 순간을 보는 듯 했다.

 

 이 음악은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북유럽의 민중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바그너의 4부작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의 제2부 '발퀴레(The Valkyries)' 중 3막극의 전주곡으로 연주되는 곡이다. 영화 속의 음악은 헝가리 출신 게오르그 숄티 경(Sir Georg Solti, 1912~1997)이 지휘하는 비엔나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연주다.

 

 '니벨룽'은 '죽은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이고, '발퀴레'는 날개 달린 말을 타고 전사자들을 방패에 태워 신이 거처하는 곳으로 나르는 임무를 담당하는 전령을 가리킨다.

 

 아무튼 날개 달린 말을 타고 창공을 가로지르면서 전사자들의 혼령을 인도하는 신화 속의 여신 발퀴레는 이렇듯 옛날엔 기마대였지만, 20세기에는 프로펠러 달린 헬리콥터로 무장한 현대판 발퀴레 기병단이 하늘을 날으며 전장을 누비는 전쟁광 킬고어 대령의 탐욕의 발현으로 나타났다고나 할까. (다음 호에 계속)

▲ (왼쪽) 1979년 '지옥의 묵시록'(Apocalyse Now)' 포스터. (오른쪽) 2001년 재편집판(Apocalyse Now Redux)' 포스터

▲ 윌라드 대위(마틴 쉰)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베트남 전쟁을 회상할 때, 도어즈(The Doors)가 부른 '종말(The End)'이 흐르는 가운데 헬리콥터의 힘겨운 날갯짓과 네이팜탄으로 밀림 숲을 폭격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 헬기 공수부대를 지휘하는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이 안전한 윈드서핑을 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라고 명령한다.

▲ 헬기에 고성능 스피커를 달고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을 공포스럽게 울려대며 해변가 마을을 공격하는 헬기 공수부대.

▲ 해변가 마을을 공격하여 초토화 시키는 장면 -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인간을 사냥하며 선과 악의 구별 없이 전쟁을 즐기는 인간의 섬뜩한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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