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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 시리즈 (XII)-'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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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부 시대 사나이들의 의리•우정에 대한 '진혼곡'

 

 

 

 

(지난 호에 이어)
 추격의 올가미를 벗어난 파이크 일당 중 살아남은 사람은 더치 잉스트롬(어니스트 보그나인), 라일 고치(워렌 오츠)와 텍터 고치(벤 존슨) 형제 그리고 엔젤(제이미 산체스) 등 5명뿐이다. (중상을 입은 벅은 본인의 요청에 의해 사살된다.) 그런데 전리품을 확인해 보니 그 속엔 은화가 아닌 1달러의 값어치도 안 되는 쇳덩이들뿐이 아닌가! 

 

 

 

 


 "철도 회사, 바운티 헌터, 디크 손튼…"이라고 중얼거리던 파이크는 문득 "총잡이의 시대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들도 총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의 퍼싱 장군이 멕시코 혁명반군인 판초 비야(Pancho Villa)의 공격으로부터 국경을 수비하기 위해 사방에 군대를 풀어 놓았다"고 말한다. [註: 퍼싱(John J. 'Black Jack' Pershing, 1860~1948) 장군은 1914년 멕시코 국경 경비를 담당하는 제8 여단장에 임명되었고, 다음해에 판초 비야 토벌군에 합류했다. 이때 조지 패튼(George S. Patton, 1885~1945) 장군이 당시 소위로 그의 부하로 있었다. 이 원정 중에 샌프란시스코의 집이 화재를 당해 퍼싱 장군은 졸지에 아내와 세 딸을 잃었고 6살짜리 아들 워렌만 살아남았다. 1919년 9월3일자로 그를 위하여 특별히 제정된 미국 총군 대원수의 지위에 올랐다. 그런데 당시 최고 계급이 4성(星) 장군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5성 계급이 생기자 그는 6성 장군으로 추대되었는데 그 전에 사망하여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때 플래시백이 잠깐 나온다. 강도질 후 디크 손튼과 함께 붙잡혔으나 파이크는 탈출하고 손튼은 붙잡혀 유마 교도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다. 의리와 배반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다음날 손튼 패거리가 계속 자신들을 뒤쫓고 있다는 것을 안 파이크 일당은 왕년에 총잡이로 이름을 떨친 노인 프레디 사익스(에드먼드 오브라이언)와 함께 멕시코로 피신하기로 한다. 


 사막을 가다가 사익스가 말을 놀라게 해서 모두들 모래언덕 밑으로 미끄러져 굴러 내리자 텍터가 그를 죽이려 한다. 이때 파이크가 만류하며 서부의 충성심과 헌신에 대한 옛 불문율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땐 그 사람들과 서로 의지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짐승과 다를 바 없고 모두가 끝장이다."라고 말한다. 다시 출발하기 위해 말을 타는데 파이크가 다리에 통증을 느껴 선뜻 올라타지 못한다. [註: 여기서 파이크의 영웅주의는 조셉 콘래드의 '로드 짐(Lord Jim)'과 같이 죄의식과 절망적인 죽음에 대한 열망에 의해 고무되고 있다. 다리를 다친 이유는 뒤에 회상 장면에 나온다.]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 두 번째 밤을 보내기 위해 일당 중 유일한 멕시코인 엔젤은 파이크 일행을 자신의 고향 마을로 안내하지만, 판초 비야 민병대가 대치하고 있던 그 마을은 독일이 후원하는 멕시코 연방군에 의해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멕시코 연방군 지도자는 부패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마파치 장군(에밀리오 페르난데스) ― '마파치'는 스페인어로 '너구리'를 뜻한다 ― 으로 민간 혁명군과 싸우는 그의 군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닥치는 대로 민간 마을을 강탈하고 있었다. 


 엔젤은 그때 자기 아버지가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했다는 사실과 자기의 애인 테레사(소니아 아멜리아)가 '와인과 사랑에 취해' 제발로 마파치의 정부(情婦)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튼에게 쫓기는 파이크 일행은 일단 마파치의 아지트가 있는 아구아 베르데로 몸을 은신하기로 하고 다음날 그의 소굴을 찾아간다. 

 

 

 

 


 파이크 일행이 멕시코 마을을 떠날 때 숲길에 늘어선 주민들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슬프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살벌한 총잡이의 세계이지만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향수에 젖게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註: 이 시적(詩的)인 가사의 슬픈 노래가 유명한 "라 골론드리나(La Golondrina, youtube.com/watch?v=52LQlF5rRoY)"라는 곡이다. 우리나라 조영남이 부른 '제비'의 원곡이 바로 이것이다. 멕시코의 내과의사이며 작곡가인 나르시소 세라델 세비야(Narciso Serradell Sevilla, 1843~1910)가 1862년 조국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길에 오를 때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철새인 제비에 빗대어 지은 곡으로 석별의 정을 나타내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곡이다. 이 노래는 영화의 마지막에 또 한 번 나온다.] 

 

 

 

 


 파이크 일행이 멕시코 연방군인들의 아지트인 아구아 베르데에 도착하자 마파치가 빨간색 오픈카를 타고 마을 입구로 들어온다. 이 멕시코 오지에도 진보된 기술이 들어올 정도이고, 게다가 파이크가 비행기도 있다고 들었다고 얘기한다. 이 때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으로, 이제 말 타는 서부 카우보이 시대는 끝났음을 암시한다.


 더치 잉스트롬이 놀라며 마파치를 "자기 배를 채우는 또 다른 날강도"라며 "우리는 그와는 다르며 우린 사람을 목매달아 죽인 적도 없다."고 (그래도 서부 카우보이는 인간적인 면이 있었다는 듯) 강변한다. [註: 중국의 문명개화•사회진화론 학자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가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했을 때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파괴된 유럽 국가들의 모습과 그 국가들 나름에서 존재하던 계층 간의 갈등의 진면목을 보게 되면서 "자연의 파괴보다 인간의 파괴가 더 심하고, 야만인의 파괴보다 문명인의 파괴가 더욱 더 심하다."고 개탄한 말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거기서 엔젤은 자신의 애인이었던 테레사가 정말 마파치의 정부가 되어 그의 무릎에 앉아 애교 떨고 있음을 보고 뚜껑이 열려 그녀를 사살한다. 


 이때 군인들이 엔젤을 체포한다. 파이크가 순간적인 기지로 사태를 수습하려는데, 독일인 군사 자문 프레데릭 모르 중령(페르난도 왜그너)이 파이크 일행이 가지고 있는 미국제 총을 보고는 이를 미국 정부의 무기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호기(好機)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엔젤 때문에 피로 목욕할 뻔 했던 파이크 일행은 엔젤이 붙잡혀 린치를 당하는 동안 마파치 장군과 모르 중령과 술자리를 같이 한다. 이때 모르 중령과 마파치군의 자모라 중위(조지 루섹)는 미 육군 무기수송열차를 털어 무기를 가지고 오면 1만 달러의 금화를 주는 조건으로 '와일드 번치'를 고용한다. 


 그러나 파이크는 엔젤을 풀어주면 무기수송열차를 털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마파치의 손아귀에서 엔젤을 빼내온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코로나-19 사태로 3월14일 '손영호의 TMMT'는 휴강하오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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