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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 시리즈(V) - 건파이터(The Gunfighter) (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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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헨리 킹 감독의 탁월한 연출과 그레고리 펙의 훌륭한 연기를 통해 우리는 영화 속에서 나이 들어가는 총잡이 지미 링고의 피로감을 같이 느끼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지금까지의 인생 여정을 바꾸려는 그의 각오에 공감한다.

 지미 링고 역의 그레고리 펙은 서부극에 맞지 않다고 하지만 그의 화려한 경력 중, 아마도 '앵무새 죽이기'에서의 애티커스 핀치 역보다도 더 강한 인상을 보여줬지 싶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긴 여정에서 쉴 곳과 먹고 마실 곳을 찾아갔지만 망나니 젊은이 에디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던 링고를 통해, 우리는 이상적이고 화려한 명성을 가진 총잡이의 삶의 이면은 저주와 복수에 가득차 있음을 보게 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다.

 보안관 마크 스트렛 역의 밀라드 미첼 그리고 링고 부인 역의 헬렌 웨스코트와 살롱주인 맥 역의 칼 말덴, 몰리 역의 진 파커 등 조연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재평가가 요구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존 웨인(John Wayne, 1907~1979)의 마지막 출연 영화인 '마지막 총잡이(The Shootist·1976)'는 이 '건파이터'와 플로트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웨인은 사실 지미 링고 역을 맡고 싶었지만 당시 콜럼비아사의 해리 콘 사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거절했는데, 그 후 '건파이터'의 판권을 20세기 폭스사가 매입하여 그레고리 펙을 주연으로 선택하게 되자 발끈하여 제작자 누날리 존슨에게 거친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건파이터'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자 20세기 폭스사의 스쿠라스(Spyros P. Skouras, 1893~1971) 사장은 누날리 존슨에게 "그 콧수염 때문에 수백만 달러를 손해봤다(That mustache cost us millions.)"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지금 이 영화를 보면 전혀 생소하거나 거북스럽지 않지만 당시에는 말쑥한 신사적 모습의 그레고리 펙에 익숙한 여성팬들에게 갑자기 콧수염 달고 총잡이로 나온 그런 모습은 차마 인정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기야 펙은 '건파이터' 제작 전 해인 1949년에는 '정오의 출격'에서, 그 다음 해에는 라울 월쉬 감독의 '호레이쇼 혼블로워(Captain Horatio Hornblower·1951)'에서 각각 멋있는 공군, 육군 장교로 출연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였는데 생뚱맞게 콧수염 단 총잡이라니!….

 헨리 킹(Henry King, 1886~1982) 감독은 그레고리 펙과 협력한 6편의 영화 중 두 번째로 '건파이터'를 제작했다. 첫 번째는 제2차 세계대전 영화인 '정오의 출격(Twelve O'Clock High·1949)'이었고, 다른 4편은 '다윗과 밧세바(David and Bathsheba·1951)'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1952)' '브라바도스(The Bravados·1958)' '사랑의 흔적(Beloved Infidel·1959)'이었다.

 킹 감독은 그 밖에 '베르나데트의 노래(The Song of Bernadette·1943)' '모정(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1955)' '야성녀(Untamed·1955)' '회전목마(Carousel·1956)'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1957)'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1958, 존 스터지스, 프레드 진네만과 공동감독)' 'This Earth Is Mine (1959)' '밤은 부드러워(Tender Is the Night·1962)' 등으로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건파이터'에서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첫 장면에 펙이 말을 타고 사막을 건너는 동안 유쾌한 오픈 타이틀 곡이 나오고, 주막에서 자기 곡도 아닌 포스터 작곡의 '금발의 지니'가 나온 후 마지막 장례식 때 찬송가가 한 번 나올 뿐 그 중간에는 아예 음악이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드라마에 긴장감을 주고 주의를 기울일 대사에 잠재적인 간섭을 피하기 위해 그랬는지 모르지만 좀 심했지 싶다. 그래서인지 음악감독 앨프리드 뉴먼(Alfred Newman, 1900~1970)의 필모그래피 목록에는 '건파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끝내자. 지난 2016년 미국 포크송 가수이자 작가, 화가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Bob Dylan, 78)이 1986년에 'Knocked Out Loaded'라는 앨범을 발매했는데, 앨범은 혹평을 받았지만 그 속에 삽입된 샘 세퍼드와 공동 작곡한 "Brownsville Girl"이라는 곡만은 극찬을 받았다.

 무려 11분이 넘는 긴 곡으로 바로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두 영화의 내용을 가사로 담고 있다. 하나는 지미 링고가 죽는 '건파이터'의 마지막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였고, 또 하나는 인디언 혼혈 미녀 펄 샤베스(제니퍼 존스)를 독차지하기 위해 두 형제 제시(조셉 코튼)와 루트(그레고리 펙)가 결투를 벌이는 서부 대서사극 '백주의 결투(Duel in the Sun·1946)'에 관한 것이었다.

 펙은 1997년 딜런이 케네디 센터 공로상을 수상했을 때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펙의 나이 81세 때였고, 그가 타계하기 6년 전 일이었다. [註: 케네디 센터 공로상(The Kennedy Center Honors)은 1978년부터 매년 12월에 미국 문화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케네디 센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거행된다. 1997년 수상자에는 험프리 보가트의 부인이었던 배우 로렌 버콜(Lauren Bacall, 1924~2014), 찰턴 헤스턴(1923~2008) 등이 포함되었다.] (끝)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9월28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 마크 스트렛(밀라드 미첵)이 방으로 들어와 시간이 10시 15분이라며 일이 꼬이기 전에 빨리 떠나라고 독촉하지만 아들을 꼭 보고 가야 한다며 5분을 더 요청하는 링고.

▲ 아들(B.G. 노먼)을 처음 대면한 링고는 여러가지 용기를 북돋우는 대화를 하며 행동으로 살롱 주변에 몰려있는 애들을 모두 데리고 나가는 일을 하라고 주문한다.

▲ 앞줄 왼쪽부터 부 보안관 찰리 노리스(앤서니 로스), 맥(칼 말덴), 몰리(진 파커), 마크 스트렛(밀라드 미첼), 헌트 브롬리(스킵 홈이에·붉은 상의). 지미 링고(그레고리 펙)는 친구 스트렛에게 '벌을 주는 대신 유명하고 강한 총잡이로 만들어 평생을 쫓기며 살게 해달라'고 당부한다.

▲ 맥, 몰리, 마크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는 지미 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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