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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 시리즈(III)-'수색자’(The Searcher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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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의 야만적 인디언과 영웅적 백인으로 구분짓는
2분법적 구도를 탈피한 인본주의적 서부극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흑백 스탠더드 '하이 눈(High Noon•1952)' 그리고 평면 와이드스크린 총천연색으로 제작한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셰인(Shane•1953)'과 더불어 1956년에 테크니컬러 비스타비전 대형화면으로 개봉한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The Searchers)'는 미국영화협회(AFI, 2008년)가 선정한 '서부영화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수색자'의 원전은 앨런 르 메이(Alan Le May, 1899~1964)가 1954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이다. 1956년 워너 브라더즈사 배급. 출연 존 웨인, 제프리 헌터, 베라 마일즈, 워드 본드, 나탈리 우드 등. 러닝타임 119분. 촬영감독 윈턴 C. 호크, 음악감독은 '카사블랑카(1942)'의 주제곡 "As Time Goes By'를 작곡한 맥스 스타이너(Max Steiner, 1888~1971). 타이틀 송 "수색자"는 스탠 존스(Stan Jones, 1914~1963)가 작곡했다. 


 '수색자'는 미 의회도서관 소속 국립영화등기소 설립 첫 해인 1989년에 '하이 눈'과 함께 '문화적 역사적 심미적으로' 중요성을 가졌다고 간주하여 보존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픈 크레디트에 '개척자의 아들들(The Sons of the Pioneers)'이라는 이름의 컨트리송 그룹이 부른 주제곡 "Ride Away"가 나온다. "남자들은 왜 방황하고 배회하는가. 왜 포근한 집을 떠났다가 또 집을 찾아오는가. 떠나라. 떠나라." 이 곡은 영화의 마지막에 또 한 번 나온다. [註: 이 노래의 원곡은 1857년에 만들어진 "로레나 (Lorena)"라는 서정적인 곡으로,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들 사이에서 유행한 노래다. 원래의 내용은 죽은 아내 '로레나'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긴 독백인데 영화에선 짧게 개사한 곡으로 나온다.]

 

 

 

 


 배경은 1868년 텍사스 주. 첫 장면에 마르타(도로시 조던)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녀를 뒤따라 카메라가 어두운 집 안에서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트랙 인 하자 광활한 모래사막의 모뉴먼트 밸리가 펼쳐지고, 그녀는 손으로 눈부신 햇빛을 가리고 저만치 말을 타고 다가오는 한 남자를 바라본다. 곧이어 가족 모두가 나타나 오랜만에 이방인을 보는 것처럼 호기심 어린 눈길로 그를 지켜본다….


 그 남자는 남군의 군복을 입은 이선 에드워즈(존 웨인). 그는 훌쩍 커버린 조카들 모습에 적이 놀라며 8살 난 데비(데브라의 애칭, 라나 우드)를 안아올리며 예뻐하는데, 마르타는 그의 코트를 벗겨 침실에 고이 갖다둔다. 

 

 

 

 


 동생 애론(월터 코이)과 루시(피파 스코트), 벤(로버트 라이든) 등 조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틴 폴리(제프리 헌터)가 늦게 돌아와 인사를 하지만 이선의 반응은 차가워 보인다. 마틴은 체로키 인디언의 혼혈아로 부모가 죽자 이선이 데려다 애론의 양자로 키운 청년이다.


 삼촌 이선에게서 선물로 받은 긴 칼을 거실 벽난로 위에 걸어놓는 벤, 그의 멕시코 훈장을 선물 받고 좋아하는 조카 데비…. 그리고 동생 애론에겐 두둑한 금화를 내놓는데 뭔가 어두운 냄새를 풍긴다. 애론과의 대화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이선은 남북 전쟁 때 남부군으로 참전했고, 그 후 3년 간의 행적이 묘연한데, 데비에게 준 훈장으로 보아 다음의 유추가 가능하다. 


 이선 에드워즈(Ethan Edwards)는 1861년 남북전쟁(Civil War)에 참전하여 1865년 4년간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멕시코 출병 전쟁'에 참전하여 훈장을 받고 8년 만인 1868년, 웨스트 텍사스 황무지에 있는 동생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註: 멕시코 출병 전쟁(Segunda intervencion francesa en Mexico)은 보수냐 혁신이냐 하는 독립 후 멕시코의 체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쟁이었다. 프랑스 나폴레옹 3세가 1861년 멕시코를 침략하여 제2제국을 만들고는 1864년 오스트리아의 젊은 막시밀리안 대공(Ferdinand Maximilian Joseph, 1832~1867)을 황제로 삼았는데, 1857년 제정된 멕시코 헌법에 의해 이미 1861년 멕시코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자유주의 급진개혁파인 베니토 후아레스(Benito Pablo Juarez, 1806~1872)를 마침 남북전쟁을 끝낸 미국이 지원하면서 일어난 전쟁을 말한다. 따라서 프랑스 제국과 미국의 대리 전쟁이기도 했다.
 결국 1867년 후아레스의 승리로 끝났고, 막시밀리안 1세 황제는 6월19일 처형되었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가 그린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은 이 사건을 다룬 그림이다. 또 이 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서부 영화가 게리 쿠퍼, 버트 랭카스터 주연의 '베라 크루즈(Vera Cruz•1954)'이다.]

 

 

 

 


 그런데 애론의 아내 마르타가 시숙(媤叔)인 이선에게 무척 살갑다. 이선을 맞이하는 그녀의 애틋하고 정성스러운 태도와 쳐다보는 눈길 그리고 그의 군복을 어루만지는 장면 등을 통해 8년 전 그가 집을 떠나기 전부터 서로 사랑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또한 이선이 집을 떠난 8년이라는 공백과 데비의 나이가 8살이라는 점에서 데비는 애론의 딸이 아니라 이선의 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 인디언에 납치된 데비를 5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찾아 다니는 점이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선이 도착하고 얼마 뒤, 이웃집 라스 요르겐센(존 퀄렌)의 목장이 습격을 당해 소들을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코만치의 소행이었다. 이를 알리러 온 전직 대위 출신인 새뮤얼(샘) 존슨 클레이튼 목사(워드 본드), 친구 모스 하퍼(행크 워든) 등이 오랜만에 이선을 만나 반가워한다. 이선은 혹시 있을 코만치의 습격에 대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생 애론을 집에 남겨두고, 남자들은 모두 클레이튼 목사가 이끄는 자위대에 합류한다. 


 이때 이선에게 군복을 챙겨주며 떠나보내는 마르타의 표정이 애틋하다. 이선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이미 둘의 그런 깊은 관계를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의 클레이튼 목사. 

 

 

 

 


 수색 중 마틴이 "이선 삼촌!"이라고 부르자 "난 네 삼촌이 아니야. 난 네 할아버지 뻘이야. 널 혼내 줄 수도 있어. 내 이름은 이선이야." 이 장면과 더불어 남북전쟁이 끝난 지 이미 3년이 지났지만 고집스럽게 남군의 군복을 입고 있는 이선을 통해 인종차별주의를 표방한 남부 이미지를 이입하려 했던 것 같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7월13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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