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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 시리즈(II)'셰인' (Shan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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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삭막한 카우보이 세계를 
인간적•낭만적으로 표현한 걸작

 

 

 

 

 

 '하이 눈'이 나온 다음 해인 1953년에 파라마운트사에서 처음으로 '평면 와이드스크린' 총천연색으로 제작한 '셰인(Shane)'을 선보였다. 조지 스티븐스 감독, 앨런 래드, 진 아서, 밴 헤플린, 잭 팔란스, 벤 존슨 등 호화 캐스팅. 음악감독은 빅터 영. 러닝타임 118분. 


 '셰인'은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컬러부문)촬영상(로열 그릭스)을 수상했으며,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The Searchers•1956)',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하이 눈(High Noon•1952)'과 더불어 미국영화협회(AFI, 2008년)가 선정한 '서부영화 3대 걸작'으로 꼽힌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의 '페일 라이더(Pale Rider•1985)'는 이 작품에 바치는 오마주다. [註: 오마주(hommage)는 '존경•존중(respect)'이란 뜻의 프랑스어로 '헌사•헌정(獻辭•獻呈)'의 의미이며 패러디나 표절과는 다른 의미다.]


 또한 '셰인'은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1951)' '자이언트(Giant•1956)'와 함께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미국적인 영화 3부작'으로 평가받는 걸작이다.


 미리 초치는 얘기지만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서 주인공 셰인의 총쏘는 장면은 '하이 눈'처럼 마지막에 세 번(4발) 밖에 없는데도 결코 지루하지 않고 대단한 몰입감을 주는 영화이다. 


 '셰인'은 '하이 눈'과는 달리 와이오밍주의 그랜드 테튼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의 장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거칠고 삭막하고 심각할 수밖에 없는 서부영화를, 초롱초롱한 눈빛의 소년과의 우정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연정, 폭력에 저항하는 모습 등을 통해 품위있고 인간적•낭만적으로 맛깔스럽게 표현한 수작이다. 


 시대적 배경은 '자영농지법'(1862)이 제정된 이후 1880년대 후반 늦여름. 오픈 크레디트에 유명한 주제곡 '황야가 부르는 소리(The Call of the Faraway Hills, youtube.com/watch?v=_EwaQHJJjn8)'가 흐르면서 그랜드 테튼의 수려한 경관을 품고있는 잭슨 홀(Jackson Hole) 계곡의 장관이 펼쳐진다. 


 이 곡에 가사를 붙여 여러 가수가 불렀는데, 주인공 셰인의 성격과 미국 개척자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 머물거나 속박된 인간이 아니라, 황야가 부르는 소리에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랑자, 자유로운 영혼임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말로 잘 번역된 글이 있어 여기에 인용한다.


 "초원에 땅그림자가 지고/ 하루가 저물고 해가 우리의 시선에서 점차 사라질 때/ 나는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를 한 밤중에도 똑똑히 들을 수 있다네/ 그래, 황야가 부르는 부드러운 소리가 똑똑히 들려.
 초원에는 편안한 쉼터란 없는 거야/ 뼈속까지 떠돌이 신세인 정처없이 떠도는 영혼을 위한 쉼터는 없어/ 누군가 말할 수는 있지, 내 마음의 쉼터가 저 너머 어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또 황야가 날 부르는 소리가 감미롭고도 똑똑히 들리네.
 내가 가본적 없는 길도 많이 있다네/ 나의 꿈은 자꾸 그 가보지 못한 길로 가자고 하네/ 해지는 서쪽 초원 너머에는/ 또 새로운 스릴이 많이 있을 거야/ 별 빛 넘어 저 어딘가에서 꿈 한 두 개가 이뤄질지도 몰라/ 난 황야가 부르는 소리에 오늘도 어김없이 그 소리를 따라 간다네."

 

 

 

 


 거울처럼 맑은 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사슴을 향해 장전되어 있지 않은 빈 총을 겨누면서 놀던 8살 소년 조이(브랜든 드와일드)는 사슴 너머로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는 한 사나이를 발견하고는 호기심과 두려운 눈으로 한참을 쳐다본다. 물을 마시던 사슴도 고개를 쳐들고 말을 타고 오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드디어 그 사나이가 가까이 나타난다. 신사적인 풍모와 침착한 태도에 흰 모자를 쓰고 녹비(鹿皮)옷을 입은 훤칠한 미남자인 사나이는 여느 뜨내기 카우보이와는 달리 보인다. 정착민인 조 스타렛(밴 헤플린)의 집에서 물을 얻어 마신다. 그때 아들 조이가 빈 총의 노리쇠를 당기는 소리에 즉각 반응하는 사나이. 총잡이의 과거가 있는 듯한 강한 암시를 주는 장면이다. 

 

 

 

 


 공교롭게도 그때 루퍼스 라이커(에밀 마이어) 일당이 들이닥치자 스타렛은 그도 한패인 것으로 오해하고 당장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잠깐 사태를 관망하던 그 사나이를 보고 루퍼스의 동생 모건(존 디어키스)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스타렛의 친구"라고 대답한다. 

 

 

 

 


 라이커 일당이 떠나고 오해가 풀린 스타렛과 그의 부인 마리언(진 아서)과 아들 조이의 호의로 저녁 식사까지 초대받는 사나이. 그제서야 자기 이름이 '셰인'(앨런 래드)이라고 소개한다. 


 스타렛은 의지가 강인하여 그곳 정착민들의 대변자이다. 셰인은 오래 전부터 목축업을 하는 라이커 일당이 개척민들이 피땀 흘려 개간해 살고 있는 토지를 독차지하기 위해 거주민들을 협박하고 있으며, 그 등쌀에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녁 식사 후 셰인과 스타렛이 집 앞의 큰 나무등걸을 도끼로 찍어 파낸다. 그동안 스타렛 혼자서 할 수 없었던 일을 둘의 협동을 통해 해결하게 된 것이다. [註: 나중에 읍내에서 주먹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타렛이 셰인을 도우는 협업이 또 한 번 있다. 이 나무뿌리는 악질 라이커를 상징하며 서로 힘을 합치면 결국 그 뿌리를 뽑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른 연장을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땀과 힘'만으로 자연력에 대항해 이뤄내 앓던 이가 빠진 듯 흐뭇한 스타렛은 셰인에게 월동준비가 끝날 때까지라도 같이 지내자고 제의하는데….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25일(토) 오후 5시에 있을 예정이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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