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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가 시리즈(IX)-'세상의 모든 아침'(All the Mornings of the World)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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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에 얽힌 스승과 제자의 애증을 그림과 
음악의 만남, 시적 영상미로 표현한 걸작


 

(지난 호에 이어)
 그는 죽은 부인을 생각했다. 임종 당시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슬픔이 되살아난다. 부인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모든 밤이 한결 같고 슬픔도 한결 같았다. 부인이 또 나타난다.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부인은 "화채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그녀를 느끼고 싶었고 만지고 싶었다. 


 둘은 강가로 간다. 부인이 배에 탄다. 이에 콜롬브가 "새삼스런 얘기지만 세월도 우릴 가르진 못해."하고 말하는 사이 아내가 탄 배는 사라지고 없다. 저승은 배와 같은 것! 영혼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공허한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 오직 바람만이 만질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상트 콜롬브가 추구하는 음악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註: 필자는 여기서 문득 2002년 애덤 섕크먼 감독 영화 '워크 투 리멤버(A Walk to Remember)'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여주인공 제이미(맨디 무어)가 연인 랜던(셰인 웨스트)에게 한 말 "사랑은 바람 같아서 볼 순 없어도 느낄 수 있어요."라는 대사를 떠올렸다.]

 


 어느 날 마들레느가 마랭에게 아버지가 아름다운 곡― 아무도 모르는 '샤론의 배' '슬픔의 무덤(눈물)' 등 ―을 작곡했다는 소식을 알리는데 영 시큰둥한 태도다. 그리고 부엌에서 빨래를 정리하고 있던 마들레느가 차를 한 잔 따라주자 이를 마시던 마랭이 '박하가 많다'며 불평한다. 


 이때 뜨와넷이 막 잡아온 산 물고기를 부엌 바닥에서 놓쳐 이를 줍기 위해 엎드린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보고 음흉한 눈길을 주는 마랭. 

 

 

 그리고 마들레느의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던 마랭은 갑자기 "당신이 싫어졌나봐. 난 떠나. 새 사랑을 찾아서. 인생은 아름답지만 잔인하지!"라고 내뱉곤 그냥 떠나버린다. 
 화려하고 낭만적인 궁정 생활에 빠져든 그는 단물 신물 다 빼 먹고 이제 어깨 펼 만하니 더 젊고 싱싱한 여자에게 눈독을 들이는 방종과 오만에 빠져, 헌신적으로 몸과 마음을 바친 또 다른 스승이자 연인인 시골처녀 마들레느를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이때 그녀는 그의 애를 가졌고 얼마 후 사내아이는 사산이 되어 그 후유증으로 심하게 앓게 된다. 그녀는 살 의욕을 잃는다. 상트 콜롬브는 뜨와넷을 통해 마랭에게 전갈(傳喝)을 보내 그를 집으로 부르지만 그의 아버지가 못 가게 한다는 묘한 이유로 오지 않는 마랭. 


 대신 마들레느에게 노란 가죽구두를 선물하지만 그녀는 벽난로 불에 던져버린다. 이를 본 뜨와넷이 황급히 구두를 건져내 상자에 넣어 쪽방에 보관해 둔다. 


 장면은 마들레느가 수영하던 강과 상트의 죽은 아내가 배를 탔던 강 그리고 상트의 오두막 작업실과 그 실내를 찬찬히 보여준다. 실내의 테이블 위에는 썩은 과일과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들이 널브러져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인생무상을 말해준다. 

 


 마랭은 스승과 인연을 끊고 궁정지휘자가 되어 결혼도 한다. 뜨와넷은 비올 악기를 만드는 장인과 결혼하여 다섯 아이를 낳는다. 이즈음 마랭은 마들레느를 위해 "La Reveuse", 이른바 "꿈꾸는 소녀(The Dreaming Girl)"를 작곡한다. 


 상트 콜롬브가 마들레느의 침대 곁에 있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연다. "한 가지 소원이 있어요. 마랭이 절 위해 만든 '꿈꾸는 소녀'를 듣고 싶어요." 그는 급히 뜨와넷을 통해 마랭에게 마들레느의 임종을 지켜달라는 전갈을 보낸다. 


 마들레느의 큰 침실은 어둠이 드리운 검푸른빛이고 왼쪽 쪽방은 창으로 햇빛이 들어와 황금빛으로 빛나는 장면이 묘한 명암의 대조를 이루어, 언뜻 렘브란트의 유명한 그림 '야경(夜警•The Night Watch)'을 연상시킨다. 마치 그녀의 불타는 정열은 아스라이 스러져가고, 대신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는 비관적 삶을 대비시키는 듯한 뛰어난 영상미다.


 오두막 문 입구에서 뜨와넷이 마랭을 데리고 나타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상트 콜롬브. 한편 마지막 힘을 키우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일어나 정원 한 모퉁이에서 왔다갔다 걷기운동을 하는 마들레느! 관객들도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이즈음 궁정악사들을 연습시키고 있는 마랭 마레. 17~18세기의 당시 악기들로 구성된 궁정 관현악단의 연주 장면이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화려하고 장중하다. 이때 마랭이 연습시키는 곡이 장 바티스트 륄리 작곡의터키 의례를 위한 행진곡’(Marche pour la Ceremonie des Turcs)인데, 굵고 기다란 쇠파이프 같이 생긴 지휘봉을 박자에 따라 바닥에 치는 모습이 재미있다. [註: 이 곡은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왕의 춤(Le Roi Danse•2000)'에도 나오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장 바티스트 륄리(Jean Baptiste Lully, 1632~1687)이다. 그는 루이 14세의 춤 교사로 고용되어 후에 궁정 실내악단장이 돼 바닥을 치는 이 같은 지휘봉에 발가락을 치어 괴저병(壞疽病)으로 도져서 죽었다.] 


이때 시종이 전갈을 가져오지만 이를 본 마랭은 '노'라며 돌려보낸다. 하지만 마음의 갈등을 느낀 그는 결국 뜨와넷과 함께 마차를 타고 스승의 집을 찾아온다. 오두막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 마랭. 뜨와넷이 언니가 이제 많이 변해 걷지도 못하고 아빠가 밥을 떠 먹여야 할 지경이라고 설명한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들레느가 "멋쟁이가 됐군요. 살도 찌고… 왕림해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넨다. 그리고 자기를 위해 작곡한 곡을 직접 연주해 주기를 간청하며 그 이유를 아느냐고 묻는다. 이에 안다고 대답하는 마랭…?

 

 

 

 그런데 따뜻한 말은커녕 기껏 한다는 얘기가 빰도 야위고 눈도 손도 앙상해졌다며 "아직도 날 미워하느냐?"고 묻는 마랭. 그렇다고 대답하는 마들레느는 "당신뿐이 아녜요. 내 자신도 경멸해요. 당신을 그리워하며 슬퍼하다가 내 인생을 망친 거죠. 난 바보죠."라며 자조(自嘲)의 웃음을 짓는다. 


 이어서 그녀는 "내가 결혼을 원한다고 생각했죠?"라고 묻는 순간,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며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겨우 걸음을 떼어 마랭의 멱살을 붙잡고 "당신 사랑은 얇았어요."라고 말한다. 이에 "거짓말"이라고 강변하는 마랭….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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