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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가 시리즈 (IX)-'세상의 모든 아침'(All the Mornings of the Worl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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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에 얽힌 스승과 제자의 애증을 그림과 
음악의 만남, 시적 영상미로 표현한 걸작

 

 

 

 

 

(지난 호에 이어)
 몇 해가 흘러 딸들은 성장한다. 이제 성인 배우로 바뀌는데 그 모습이 어렸을 때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 훌륭한 캐스팅이다. 마들레느(안느 브로셰), 뜨와넷(캐롤 리셰)과 함께 구성된 콜롬브 삼중주단은 유명해져 지방 귀족들로부터 궁정악사보다 낫다는 열렬한 찬사를 받는다. 이때 상트 콜롬브가 마들레느와 함께 연주하는 2중주가 바로 그가 작곡한 "두 대의 비올을 위한 꽁세르 '귀향'(Concert a Deux Violes 'Le Retour')"이다. 

 

 

 


 '귀향(Le Retour)'은 동일한 모티프를 계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이들 모티프에 지속적인 변화를 주는 작품이다. 표현에 있어 두 대의 비올은 화성적 측면보다도 동일한 선율을 때로는 같이, 때로는 엇갈리는 등 멜로디의 교차적인 강조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註: 여기서 배우들이 실제 연주하지는 않지만 곡의 멜로디에 따라 모든 동작과 표정이 놀랄 만큼 일치하고 있다. 특히 상트 콜롬브 역의 장 피에르 마리엘은 음표 하나하나가 정확히 일치하고, 마들레느의 아역 비올레느 라크로와도 그랬지만 성인 역의 안느 브로셰도 거의 완벽하다. 또한 귀족들의 의상과 가발, 메이크업 등도 일품이다. 세자르 의상 디자인상(코린느 쥬얼리)을 수상했다.]


 그의 명성은 '태양 왕' 루이 14세의 궁정에까지 알려져서 왕은 캐뉴 대신(이브 가스크)을 보내 궁정에서 연주를 하도록 요청하지만 콜롬브는 "딸들의 연주가 있고 옛 친구의 추억이 있고… 난 여기가 좋소. 내 궁전에는 야생화가 가득하오. 왕의 궁전에 나 같은 놈은 필요없소."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캐뉴가 왕의 명령이며 난 왕의 신하라며 강압적으로 나오자 "난 자연인이요."라며 내쫓는다. 여기서 얀센주의 신교도로서의 자연과 은총에 대한 콜롬브의 종교적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얼마 후 아베 매튜 신부(장 클로드 드레이푸스)가 캐뉴 대신과 함께 방문하여, 촌구석에 숨어 살며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헛되게 하고 있다며 폐하의 성은에 보답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그러나 콜롬브는 "난 자연이 좋소. 누더기가 그 가발보다 좋고 내 가축이 당신보다 더 좋소."라며 그냥 내버려 달라고 부탁하지만 막무가내다. 


 이윽고 열 받은 그가 의자를 들어 때려부수자 아베 매튜 신부는 "빌어먹을 촌놈! 촌구석에서 썩어 죽어라"고 독설을 날리고 떠난다. 이에 질세라 등 뒤에 대고 "궁정도 오두막만 못하고 청중도 필요없소!"라고 외치는 콜롬브!


 당시엔 종교의 자유가 없던 때였고 고집 세고 얀센주의의 신교도였던 콜롬브이지만 왕은 이 마지막 말이 맘에 들어 콜롬브 3중주단은 극히 제한된 귀족 앞에서만 연주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세월이 흘렀다. 두 딸이 오두막 주변에 삽질하여 이랑을 만들고 씨를 뿌리며 밭을 일구고 있다. 콜롬브는 활을 손질하고 있다. 작곡한 새 곡들을 빨간 노트에 남겼지만 세상에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감정일 뿐이라 조잡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세상의 모든 사랑을 잊고 오로지 죽은 아내의 충고와 숨결을 그리워하며 회상에 빠져있던 상트 콜롬브가 옷을 입은 채로 차고 푸른 강물 속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간다. 그의 허리, 어깨, 목, 드디어 머리까지 물속에 천천히 잠긴다. 그리고는 물결마저 멈춘 강물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비올의 묵직한 선율과 함께 관객도 깊은 슬픔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레이션은 계속된다. 새벽에 '슬픔의 무덤'을 떠올렸다. 아내의 죽음 앞에서 만든 곡이었기에 그리움에 차서 연주를 한다. 악보도 필요없이 손은 저절로 제자리를 찾는다.

눈물이 흐른다. 그때 아내(캐롤리느 시홀)가 나타난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아내가 곡에 흠뻑 젖어 미소로 화답하는 모습에 고개를 떨구고 한없이 흐느끼는 콜롬브! 

 

 

 


 그런데 고개를 들어보니 기적이 일어났다. 술병과 포도주 잔과 함께 있던 과자 접시에서 비스킷 하나가 아내가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 먹다 남은 채로 뒹굴고 있는 게 아닌가! 


 그의 사랑이 기적을 낳았고 이를 간직하고 싶었던 콜롬브는 화가 보쟁(미셸 부케)에게 그 장면을 그리게 하지만 정작 그 그림에 과자 부스러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완성된 그림을 방에 숨겨두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註: 이 그림은 실제 뤼뱅 보쟁(Lubin Baugin, 1612~1663)이 1630년대에 그린 '웨이퍼 비스킷이 있는 정물(Still-Life with Wafer Biscuits)'이란 작품이다.]


 이 '과자 부스러기'는 함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지 싶다. 콜롬브가 경험한 과자 부스러기의 기적은 아내에 대한 강한 그리움과 사랑의 실체였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공허한 것이었기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영혼과 교감할 수 있는 절대경지의 음악을 향한 그의 끊임없는 탐구의 결과로 그런 기적이 일어난 것이리라. 과연 '진정한 음악이란 무엇인가?'


 여기까지가 러닝타임 44분으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붉은 옷을 입은 17세의 마랭 마레(기욤 드파르디외; 제라르의 아들로 2008년 37세에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요절했다)가 비올 연주를 배우기 위해 상트 콜롬브를 찾아온다. 바로 화자인 '나'의 젊은 시절이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6살 때부터 교회성가대에서 노래했고 연주자가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다 소개장을 갖고 찾아왔다고 장황하게 자기 소개를 하는 마랭 마레. 이때 누구보다 뜨와넷이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콜롬브는 "폴리아의 변주곡(Improvisation of La Folia)"을 연주해 보라고 주문한다. 마랭 마레가 작곡한 이른바 "즉흥 스페인 무도곡"을 일컫는다. 이를 듣던 콜롬브는 실망하여 연주는 하지만 음악가는 아니라며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뜨와넷이 자작곡을 시켜보라며 일어서는 아버지를 만류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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