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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가 시리즈(VI)-'샤넬과 스트라빈스키'(Coco Chanel & Igor Stravinsk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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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No.5'를 탄생시킨 재봉사와 전위적 
'봄의 제전' 작곡가의 불륜의 사랑을 그린 작품


 

 

 

 

 2015년도 영화 '유스(Youth)'의 마지막에 지휘자인 주인공 프레드 벨린저(마이클 케인)가 꽃다발을 들고 베니스의 상 미셸 섬에 있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무덤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옆에 이고르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베라 스트라빈스키의 무덤도 같이 등장한다. 

 

 

 

 


 베라 드 보세 스트라빈스키(Vera de Bosset Stravinsky, 1889~1982)는 러시아 태생의 무용수였는데, 그녀의 첫 남편은 화가이며 무대 디자이너인 세르게이 수데이킨(Sergey Sudeikin, 1882~1946)으로, '발레 뤼스'와 관련하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의 무대 디자인을 간접적으로 도운 인물이기도 하다. 


 스트라빈스키는 1921년 2월 파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후 가족이 있는 프랑스 앙글레와 파리를 오가며 이중 관계를 유지하다가 1939년 3월에 첫 부인인 카테리나 노센코가 결핵으로 사망하자 9월에 하버드대 찰스 엘리엇 노튼 강의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 다음 해인 1940년 초에 베라가 미국으로 건너오자 매사추세츠 주 베드포드에서 정식 결혼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민 온 예술가•지식인들이 몰려 사는 LA 베벌리 힐즈로 옮겨 살다가 1945년 미국 시민권을 얻는다. 


 스트라빈스키는 1962년 러시아의 연주 초청으로 45년 만에 조국 땅을 밟았고, 1969년 LA에서 뉴욕으로 돌아와 2년 뒤인 1971년 심장마비로 88세로 사망한다. 베라는 93세로 죽자 전 남편이 아닌 스트라빈스키의 무덤 옆에 나란히 묻혔다. 


 그런데 2009년 와일드 번치사 배급으로 '샤넬과 스트라빈스키(Coco Chanel & Igor Stravinsky)'가 뜬금없이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온 순간, 세상은 매혹의 향기와 영원한 멜로디를 얻었다!"는 카피를 달고 개봉되었다. 


 감독 얀 쿠넹. 출연 아나 무글라리스, 매즈 미켈슨, 엘레나 모로조바, 나타샤 린딩거 등. 음악감독은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로 아카데미 및 그래미 상을 수상하고 '콜드 마운틴(2003)'으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가브리엘 야레. 러닝타임 118분.

 

 

 

 


 영화의 시작은 1913년 파리. 아파트 방에서 코코 샤넬(아나 무글라리스)이 몸에 꽉 낀 코르셋을 벗지 못해 가위로 단추를 잘라내며 쩔쩔맨다. 아서 '보이' 카펠(아나톨 토브만)이 거들어 겨우 벗겨낸다. 


 처음부터 샤넬이 당시 거추장스런 코르셋으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킨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내지는 공적을 부각시키는 듯하다. 

 

 

 

 


 장면은 바뀌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이 초연되는 샹젤리제 극장. 만석이라 극장입구엔 입장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샤넬이 도착하자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이자 후원자인 미샤 세르트(나타샤 린딩거)가 안내하여 데리고 들어간다. 


 대기실에서 배가 부른 카테리나(엘레나 모로조바)가 초조해 하는 남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매즈 미켈슨)를 격려한다. [註: '봄의 제전' 초연은 1913년 5월 29일 파리에서였다. 1906년 초에 결혼한 외사촌이자 첫 부인인 카테리나 노센코(Katerina Nossenko, 1880~1939)는 이때 2남1녀를 기르며, 뱃속의 아기가 딸 마리아 밀레나(Maria Milena Stravinsky, 1914~2013)로 다음해 스위스 로잔에서 낳았다. 그러나 밀레나 출산 후 결핵 진단을 받았다.]


 공연 지휘자 피에르 몽퇴(제롬 필레망)는 “멜로디는 잊고 리듬을 타. 차이코프스키, 바그너, 슈트라우스는 잊어. 전에 들은 음악은 다 지워버려. 무슨 일이 있던 날 따라와.”라며 악단을 독려한다. 

 

 

 

 


한편 안무를 담당하는 바슬라프 니진스키(마렉 코사코프스키)는 막이 올라갈 무렵인데도 생동감이 더 필요하다며 무용수들을 달달 볶는데 사뭇 긴장감이 돈다. '발레 뤼스'의 총감독 디아길레프(그리고리 마누코프)는 초조해 하며 무대 뒤에 찾아온 이고르에게 극장이 만석이라며 안심시키는데…. [註: 발레 뤼스(Ballets Russes)는 1909년 예술기획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 1872~1929)가 러시아의 무용가, 예술가를 모아 창단하여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러시아 발레단'을 뜻한다. 같은 해 5월 19일 밤 파리, 나이 어린 무용수들인 안나 파블로바, 바슬라프 니진스키, 타마라 카르사비나, 베라 카랄리 등으로 구성된 첫 공연에서 고전주의의 전통적인 틀을 깨고 무용을 중심으로 문학, 음악, 미술,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가 총체성을 띠는 종합예술적 성향의 현대 발레의 새로운 장을 열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디아길레프는 림스키 코르사코프 등 러시아 작곡가 중 특히 스트라빈스키와 긴밀히 협력하여 그의 발레곡 중 '불새(The Firebird)'를 1910년에, 그 다음해에 '페트루슈카(Petrushka)'를 발표하여 성공을 거둔데 이어 1913년에 '봄의 제전'을 공연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얼마 후 광폭한 전위적 불협화음과 기이한 춤사위에 놀란 '점잖은' 관객들은 "터무니 없다. 음악에 대한 모독이다" "러시아로 돌아가라"는 등 야유를 보내며 객석은 난장판이 된다.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한다. 예술계 최대의 스캔들 내지 혁명이 일어난 순간이다. 아니 신화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코코 샤넬은 스트라빈스키와 그의 파격적인 음악에 깊은 인상을 받고 흥미를 가지는데…. 패션 천재는 음악 천재를 알아본 것일까. 

 

 

 

 


 초반 20분 간 재연된 '봄의 제전' 초연 장면은 타임머신을 타고 100여 년 전의 현장에 있는 듯한 돋보이는 연출이다. 


 그런데 여기서 인상적인 장면은 지휘자 피에르 몽퇴(Pierre Benjamin Monteux, 1875~1964)가 그런 소요 따위에 아랑곳 않고 무신경한 악어처럼 오케스트라를 끝까지 침착하게 지휘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전설적인 얘기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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