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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가 시리즈(I)-'파리넬리' (Farinelli: Il Castrato)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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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실존 인물 
카스트라토의 생애를 그린 작품
 

 

 

 1728년 나폴리의 한 광장. 파리넬리(스테파노 디오니시)가 트럼펫 연주자와 대결을 벌인다. 파리넬리의 목소리와 트럼펫 소리가 각자 지닌 기교와 음역을 넘어 절정에 달하자 군중들은 흥분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무릎을 꿇고 마는 트럼펫 연주자. [註: 스테파노 디오니시(Stefano Dionisi•51)는 이탈리아 배우로 2006년 영화 '비발디, 베니스의 왕자 (Antonio Vivaldi, un prince a Venise)'에서 '사계(四季•Four Seasons)로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 역을 맡았다.]


 이때 영국 왕실의 공인 작곡가인 헨델(예룬 크라베)이 그의 역량을 눈여겨 보고, 브로스키 형제를 불러 자신의 오페라단 스카웃 제의를 한다. 하지만 헨델은 수준 이하의 작곡 실력을 보이고 있는 파리넬리의 형 리카르도(엔리코 로 베르소)는 제쳐둔 채 파리넬리하고만 계약하려 한다. 


 함께 헨델 밑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이들과 첫 만남이지만 불쾌한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헨델은 카스트라토인 파리넬리에게 "넌 음악을 모독하는 존재"라는 독설을 날린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헨델의 얼굴에 침을 뱉는 파리넬리.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한편 브로스키 형제는 유럽 순회공연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리카르도(Riccardo Broschi, 1698~1756)가 작곡한 오페라 곡 중 음악적 기교로 가득한 '이다스페(Idaspe)'에 나오는 아리아 '진실의 그늘 아래에서(Ombra Fedele Anchi'o)'를 신의 모습으로 분장한 파리넬리가 영혼을 뒤흔드는 목소리로 노래한다. 

 

 

 


 이 때, 객석에 앉아 차를 마시며 독서를 하던 마우어 백작부인(마리안느 바슬레)의 찻잔 부딪치는 소리에 잠시 노래를 멈추는 파리넬리! 이윽고 그의 노래를 경청하던 백작부인은 눈물을 흘리고 여자들은 기절하고 남자들도 환호한다. 


 모든 여자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파리넬리는 어떤 여자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줄 수가 없다. 형 리카르도는 거세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그런 그를 아편으로 위로하며, '거세'는 중병에 시달리는 어린 파리넬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일이었다고 거짓말로 달랜다.


 그런데 영화에서 파리넬리의 카스트라토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의 가수가 동원되었다. 폴란드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가수 에바 말라스-고들레브스카(Ewa Malas-Godlewska•60)와 카운터 테너로는 미국 뉴욕 태생의 데렉 리 레이긴(Derek Lee Ragin•59)의 노래를 따로 녹음하여 디지털로 합성함으로서 테이블의 유리잔이 흔들려 깨질 정도의 카스트라토의 고음 영역을 창출해 냈다고 한다. 음악감독은 프랑스의 하프시코드 연주가이며 지휘자인 크리스토프 루쎄(Christophe Rousset•55).


 1734년 런던. 헨델이 이끄는 코벤트 가든 왕실 가극장과의 경쟁에서 열세에 밀려있는 포르포라(오메로 안토누티)는 자신이 이끄는 노블레스 극장을 살리기 위해 자기의 제자 파리넬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파리넬리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수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포르포라의 귀족 극장 무대에 등장한 파리넬리는 요한 아돌프 하세(Johann Adolf Hasse, 1699~1783)의 오페라 '아르타세르세(Artaserse)'를 위해 형 리카르도가 작곡한 '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Son Qual Nave Ch'agitata)'를 부른다. 


 마침내 파리넬리의 공연으로 노블레스 극장은 연일 성황을 이루고 헨델의 왕실극장은 수세에 몰린다. 얼핏 같은 시대를 살았던 헨델과 파리넬리가 경쟁관계로 비치지만 진작 파리넬리는 헨델을 비웃는 왕족들에게 스스럼 없이 그의 음악성을 변호한다. 그는 카스트라토라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 모욕을 서슴지 않았던 헨델이지만 그의 영혼을 울리는 음악성을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얄팍하고 화려한 꾸밈음을 잔뜩 넣고 기교만을 중시하는 형 리카르도의 음악을 쓰레기에 비유하며 드디어 그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파리넬리. 
 그런데 이러한 플롯을 위해 리카르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파리넬리의 스승이며 뛰어난 작곡가인 니콜라 포르포라(Nicola Porpora, 1686~1768)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다. [註: 최근에 프랑스 카운터테너 필리프 자루스키(Philippe Jaroussky•40)의 앨범 'Farinelli: Porpora Arias'(2013)가 나왔다.]

 

 

 


 이럴 즈음 노블레스 극장의 주요 후원자 마가렛 헌터(캐롤린느 셀리어)의 질녀인 알렉산드라(엘자 질버스타인)는 그 어떤 여자보다도 열정적인 사랑을 파리넬리에게 바치는데…. 


 한편 헨델의 음악에서 진정한 예술성을 발견한 파리넬리는 몰래 왕립 극장에 가서 그의 음악을 엿듣는다. 이를 눈치챈 파리넬리의 연인 알렉산드라는 헨델의 악보를 몰래 훔쳐 그에게 가져다 준다. 그 악보를 본 파리넬리는 헨델을 찾아가 헨델의 음악성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는 자연을 거스른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그를 비난하는 헨델. 그럼에도 파리넬리는 귀족극단 무대에서 경쟁자인 헨델의 아리아를 부른다. 

 

 

 


 이런 파리넬리의 행동에 관객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내지만 그를 비난하던 관객들은 서서히 그의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이 때 파리넬리가 부른 노래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Rinaldo)' 제1막에 나오는 아리아 '사랑하는 나의 신부여(Cara Sposa, Amante Cara)'이다. 이 곡은 헨델의 아리아 중에서도 멜로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바로크 오페라로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준 곡이다. 

 

 

 


 장면은 바뀌어 잃어버린 악보를 찾던 헨델이 '오르페오' 작곡에 여념이 없는 리카르도를 만난다. 리카르도가 작곡 중이던 곡은 '내 말을 믿지 못한다면(Se Al Labbro Mio Non Credi)'이라는 아리아. 헨델은 곡을 칭찬하고 음악적 교감을 나누며 그 악보를 손봐 준다. 헨델은 리카르도에게 "동생에겐 자네가 필요없어. 그를 필요로 하는 건 자네야. 자넨 악기를 잃은 셈이야. 자넨 빛을 잃은 나르시스, 하프 없는 오르페우스 같아. 그가 없이는 자네 음악도 없고, 침묵에 불과해."라고 말한다. 


 이 말에 수긍한 리카르도가 이윽고 '형제의 비밀'을 고백한다. 리카르도가 파리넬리를 자신의 음악을 노래할 '악기'로 영원히 소유하기 위해 열 살 때 거세했는데, 그가 말에서 떨어져서 그랬다고 거짓부렁한 사실을…. 그로 인해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한 어린 파리넬리는 혼자 말을 타고 가다가 낙마하는 환상을 자주 보는데 이것이 자신의 병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자랐던 것이다. 그리고 잘 생긴 파리넬리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예쁜 여자들을 공유하는 등 동생과 공생(共生)하며 리카르도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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