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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포 유‘ (Song for Mari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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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시리즈 (V)
못다한 노래, 오늘이 남은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인 것을!

 

 

(지난 호에 이어)
 '나 하나도 안 심심해. 당신이 안 떠드니까 조용해서 좋구먼'하고 은근히 비아냥거리던 아서는 결국 졌다며 매리언을 노래교실에 데려다 주면서 서먹서먹한 사과를 한다. 

 

 

 


 엘리자베스가 합창단원들에게 오디션 곡을 들려준다. '렛츠 토크 어바웃 섹스'라는 곡이다. 처음에는 웅성거리고 서먹하던 단원들이 엘리자베스의 랩 춤 동작과 표정관리 등을 따라하며 활기찬 분위기로 바뀐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서를 찾아온 엘리자베스가 '매리언의 악보 넘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사실은 유인작전이다. 엉겁결에 합창단에 합류한 아서는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 듯 어리벙해진다.

 

 

 


 장면은 아서의 집. 제임스와 제니퍼가 매리언과 함께 부엌에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데, 아서가 들어오자 매리언이 '할아버지가 오늘 합창 들으러 오셨다'고 자랑삼아 얘기한다. 그러면서 힙합 춤과 랩에 대해 오순도순 얘기의 꽃을 피운다. 특히 손녀의 관심에 아서는 노래에 대한 욕망의 불을 은근히 지피는데….


 비록 나이가 들었을지라도 마음만은 청춘인 '연금술사 합창단'. 전통적인 합창단과는 달리 헤비메탈 로큰롤에, 랩까지 그들은 예선을 향해 열심히 연습한다. 그러나 피아노만으로는 헤비메탈의 강렬함이 없기 때문에 노래에 걸맞은 헤비메탈 밴드를 구성한다. 베이스 기타는 찰리(램 존 홀더), 드럼은 셰릴(엘리자베스 카운셀) 등 단원들이 맡고, 리드 기타는 엘리자베스가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에게 의뢰한다. 


 몸이 불편한 아내가 더 많은 연습을 하고, 본인과 대화하는 대신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연습하자 합창단을 향한 아서의 불만은 더욱 높아만 간다. 그러나 속으로만 삭이는 아서. 단 아들에게만은 예외다.
 아서는 밤에 전화를 걸어 매리언의 요청대로 아들 제임스와 손녀 제니퍼도 꼭 참석하라고만 부탁한다.


 드디어 오디션 예선날. 아서는 매리언에게 먼저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하고는 느닷없이 제임스 정비소에 들러, 전화로 부탁했음에도 엄마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며 성화를 부린다. 


 하지만 그런 부탁을 들은 일이 없는 제임스와 아서 사이에, 제니퍼가 보는 앞에서 심한 말싸움이 일어난다. 치매 끼가 있는 것일까? 아들만 보면 괜히 화가 나는 아서. 그건 아내를 보내야하는 슬픈 마음에 아내 이외의 어떤 다른 사람에게도, 심지어 아들에게까지도 선뜻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연금술사 합창단'의 야외공연장. 헤비메탈 밴드에 익살맞은 1970년대의 헤어스타일과 복장으로 어설프지만 능청맞고 때깔스러운 'The Ace of Spades'를 부른다. [註: 영국의 헤비메탈 밴드 '모터헤드(Motorhead)'가 부른 힙합(hip-hop) 곡으로 1980년에 영국 앨범 차트 8위에 오른 곡이다.] 

 

 

 


 또 섹스에 관한 앙큼한 가사의 랩 합창 'Let's Talk About Sex'가 이어진다. '마음은 청춘'을 반영하듯 어느새 관중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일어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이즈음 제임스와 제니퍼가 참석한다. [註: 이 곡은 1985년에 결성된 미국 첫 여성 3인조 랩그룹인 '솔트 앤 페파(Salt-N-Pepa)'가 부른 노래이다.] 


 "크게 외쳐 봐, 찰리. 그 얘기 하면 안 돼. 눈 딱 감고 저질러. 괜한 오해 살 텐데. 원래 사는 게 오해야. 섹스 얘기를 해볼까. 우리 둘만 하는 거. 좋은 얘기 싫은 얘기. 섹스 하면서 해볼까. 


 어른들은 들어도 되지만 애들은 괜찮을까? 걱정도 팔자, 애들도 알 건 알아. 아무렴 어때 어차피 다 알 건데. 
 얼마나 좋았는지 탁 까놓고 말해. 눈 튀어나오게 만들어 주는 거야. 조금만 신경써봐. 좋아서 입을 헤벌려. 남자만 짐승이냐? 인간이 다 똑같지. 섹스 얘기를 해볼까?"


 이들은 감상적인 마음의 비애(悲哀), 노쇠하는 병과 당연한 죽음 등 노인이 부닥치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박한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섹스에 관한 농담도 쏟아내며 관중들을 즐겁고 유쾌한 순간으로 감화시킨다. 


 한데 폴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뜬금없이 자전거를 타거나 공을 차고 노는 소년•소녀들을 등장시켜 노인들과 대비시키는 치밀함을 보이는데, 이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청춘의 생기발랄함'을 통해 상큼하게 채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것이 오히려 눈물겨운 장면으로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어서 매리언의 감동적인 솔로곡, '당신의 참된 모습(True Colors)'이 흐른다. [註: '트루 컬러스'는 빌리 스타인버그(Billy Steinberg•67)와 톰 켈리가 작곡•작사한 곡으로, 신디 로퍼(Cyndi Lauper•64)가 불러 1986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던 유명한 곡이다. 우연히 이 노래가 그 가사 때문에 게이 커뮤니티의 송가(頌歌)로 채택된 인연으로, 신디 로퍼는 2008년에 LGBT 노숙자(露宿者)들을 도우는 '참된 모습 기금(True Colors Fund)' 재단을 설립했다.] 


 "눈에 슬픔 가득한 그대여 용기를 잃지 마세요. 오! 사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용기를 내기란 어렵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가슴 속 어둠이 그대를 작아지게 하지요.
 하지만 당신의 빛나는 참모습을 알기에 나는 당신을 사랑한답니다. 두려워 말고 그대의 참모습을 드러내세요. 참 모습은 무지개처럼 아름답지요.
 미소를 보여 주세요. 우울해 하지 말아요. 그대가 마지막으로 미소 지은 때가 언제였지요?
 세상이 그대를 화나게 해서 견딜 수 없다면 저를 불러 주세요. 제가 달려갈게요. 그러면 그대의 빛나는 참모습을 보고 나는 그대를 사랑할 겁니다. 두려워 말고 그대의 참모습을 드러내세요. 참모습은 무지개처럼 아름답지요."


 '트루 컬러스'는 극중 연기자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직접 불렀는데, 솔직히 완벽하지 않고 좀 엉성한 노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은, 오랜 시간 자신만을 바라봐주고 자신에게 힘이 돼 준 남편을 위해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힘겹게 부른 매리언의 진심어린 마음과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드그레이브의 노래는 그냥 연기가 아닌 '진실한 여행담' 같은 철학이 담겨있다. [註: 이 영화 제작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76세, 테렌스 스탬프는 74세였다.] 


 죽음은 목적지가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기다리는 출발 라운지에 있는 여정과 같은 것이라고…. 하여 오늘이 남은 인생이 시작되는 첫 날이며,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구원되는 최상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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