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칼럼니스트
국제펜클럽회원

416-871-3428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51 전체: 667,338 )
'버킷 리스트‘ (Bucket List) (1)
youngho2017

 

 


삶의 마무리는 현재를 사랑과 배려로 껴안는 것!

 

 

 

 

 2016년 9월 30일(현지시각), 페이스북 페이지 '드라이빙 미스 노마(Driving Miss Norma)'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용기를 주었던 91세의 노마 바우어슈미트(Norma Bauerschmidt, 1925~2016)가 별세했다는 뉴스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 적이 있었다. 


 67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 레오가 세상을 떠난지 이틀 뒤에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 90세의 노마 할머니는, 의사가 당장 항암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지만 병실에서 삶을 마무리하길 원치 않았다.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 애완견 링고와 함께 2015년 8월에 치료 대신 RV에 몸을 싣고 미시간 주 북동부 프레스크 아일의 집을 떠나 미국 대륙횡단 자동차 여행에 나섰다. 


 152cm 키에 체중 45kg인 할머니가 워싱턴 주 산 환 아일랜드(San Juan Island)의 프라이데이 하버(Friday Harbor)에서 금요일에 사망하기까지 13개월 동안 시간 변경선을 아홉 차례 이상 넘나들며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아 약 2만1천㎞를 여행했다. 


 어느새 유명인사가 된 노마 할머니는 가는 곳곳마다 환대를 받으며 새 친구들을 사귀고 90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 - 크게는 열기구 타기, 승마에서부터 작게는 손톱 관리받기, 굴과 초록 토마토 튀김 맛보기 등 - 을 하며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해갔던 것이다. 


 노마 할머니와 가족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 그리고 '사랑과 배려로 현재의 순간들을 온 힘을 다해 껴안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또 할머니는 인위적인 생명 유지 수단을 원치 않았으며,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대신 길로 나서기를 잘했다 생각한다"며 "내 여행이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들 내외도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세상 곳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노마 할머니의 얘기를 통해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영화가 생각나서 '청춘예찬 시리즈' 중 하나로 꼽아보았다.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주연의 코미디 드라마. 감독 롭 라이너. 워너 브라더즈사 2007년 배급. 러닝타임 97분.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말한다. 어원은 "kick the bucket"으로, 목을 매고 자살할 때 양동이 위에 올라가서 목을 밧줄(노끈)에 걸고 양동이를 발로 차서 죽는 것에서 유래했다.


 처음 시작에 히말라야 산을 보여주며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에드워드 콜은 5월에 사망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일요일 오후였다. 누군가의 일생을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떤 이들은 뒤에 남겨진 사람을 보고, 또 어떤 이들은 믿음, 사랑 등의 기준으로 본다. 삶은 무의미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 삶을 말해준다고 본다. 내가 확신하는 건 그 모든 면에서 에드워드 콜은 인생의 끝에서 남이 평생 한 것보다 많은 걸 이루었다는 거다. 숨을 거두는 순간 두 눈은 감겼지만 그의 가슴은 열린 것이다."


 블루 칼러의 자동차 정비사 카터 챔버스는 상식이 풍부하고 그의 지식을 남에게 전해주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TV쇼는 '제퍼디(Jeopardy!)". [註: 역사, 문학, 예술, 팝 문화, 과학, 스포츠, 지질학, 세계사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미국의 텔레비전 퀴즈 쇼이다.] 

 

 

 


 어느 날 자신이 폐암말기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곧 이어 카터가 입원한 병원의 오너이자 억만장자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이 뇌종양 진단을 받고 같은 병실에 입원한다. 


 그는 '이미 반 죽은' 카터와 병실을 함께 쓰는 것이 못마땅하여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스스로 '2인 1실'의 원칙을 만들고 '예외는 없다'는 그의 선언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카터는 젊었을 때 역사학 교수가 되길 원했던 가정적인 남자였으나 3B 신세가 되었다. '3B'란 '블랙, 브로크, 베이비'를 뜻한다. 흑인이고 축적된 재산도 없고 더욱이 태어날 아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맥크래드 바디샾에서 일할 때도 이런 얘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내 버지니아(베벌리 토드)와 2남1녀의 단란한 가정을 가진 카터는 세무사인 장남 로저 챔버스(알폰소 프리먼, 모건 프리먼의 실제 아들이다) 등이 병문안을 오는 가족의 사랑이 있다. 

 

 

 


 한편 에드워드는 네 번이나 이혼한 경력이 있는 재벌사업가이나 16세 때부터 돈벌이에 뛰어들어 사업의 번창만을 생각하며 가정을 꾸리지도 않고 독신으로 제멋대로 생활을 해오던 터였다. 그는 그의 비서를 골탕먹이는 일 외엔 삶의 낙이 없는 외톨이 신세다. 비서는 토마스(숀 헤이스)이다. 실제 이름은 매튜인데 에드워드가 '너무 성경적인 냄새가 난다'고 하여 이렇게 부른다. 

 

 

 


 에드워드는 세계에서 가장 귀한 커피인 '코피 루왁(Kopi Luwak)'을 즐겨 마시기 때문에 병실에까지 커피메이커를 갖다놓는다. 카터는 커피는 최초로 에티오피아의 목동에 의해 발견되었다며, '코피 루왁'의 이름과 생산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듯 웃기만 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註: 인도네시아어로 Kopi는 커피를 뜻하며, Luwak은 아시아야자사향고양이(Asian Palm Civet 또는 Tree Cat)를 뜻하는 말이다. 사향고양이가 커피콩을 먹어서 그 소화 기관을 통과하여 배설한 커피 원두로 만든 것으로 1킬로그램에 약 700달러의 고가이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는 타일랜드에서 코끼리의 배설물인 원두로 생산되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로 킬로그램 당 약 1,100달러이다.]


 두 사람은 가정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고 가진 부의 수준도 달랐지만, 병실에서 한동안 같이 지내면서 중요한 지적인 개성을 통해 점차 친해지고 공통점을 발견한다.

 

 

 


 카터는 병상에서 대학 신입생 시절, 철학 교수가 과제로 내주었던 ‘버킷 리스트’를 떠올리고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45년이 지난 지금, 그 소망을 이루기에는 자신이 너무 늙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에드워드의 주치의인 닥터 홀린스(롭 모로)로부터 1년도 못 산다는 얘기를 듣고 그 리스트를 구겨서 바닥에 내버린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