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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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Wild Strawberr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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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시리즈(III)
젊어 보고 늙어 보니 청춘은 꿈결 같더라

 

 

(지난 호에 이어)
 상자를 열어보니 10남매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등이 들어있다. 다 죽고 이제 이삭만 살아있다며 손주가 스물이지만 찾아오는 녀석은 에발드 밖에 없다고 말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이가 없다고) 불평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며 증손주는 15명, 그들을 본 적은 없지만 매년 특별한 날에는 53개의 선물과 카드를 보낸다며, 답례편지는 오지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으면, 예컨대 돈이 궁하든가 하지 않으면 오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그 뿐만 아니라 늙은이가 명이 길어서 상속도 못 받고 있잖니. 젊은 것들 계산 속이 워낙 빨라야지."라며 뼈있는 얘기를 하는 노모!


 장난감 상자 속에서 한 인형을 끄집어내어 "이건 시그프릿이 8살 때 생일 선물로 줬고 옷은 내가 만들어준 것인데, 별로 관심이 없었는지 샬로타한테 줘버리더군."하고 또렷하게 기억을 되살린다. 또 이삭 5살, 시그피릿 3살 때 엄마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세월은 유수 같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더군."하고 말하는 어머니. 


 그 사진을 가지겠다는 이삭에게 노모가 회중시계를 보여주는데, 꿈속에서 본 시계처럼 시계바늘이 없다. 아버지의 금시계인데 시그프릿 아들의 50세 생일 때 선물하겠다고 한다. 이어서 "그 아이는 여름별장 라이락 그늘의 요람에 누워있었는데, 사라가 녀석을 기르다시피 했다."며 "부랑자나 다름없는 시그프릿과 결혼을 하다니!"하고 회한의 푸념을 늘어놓는 노모.

 

 

 


 100세를 바라보는 노모는 영리하고 차갑다. 손자들의 의례적인 방문보다는 그들의 무관심과 업신여기고 귀찮아하는 점이 못내 서운하고 서럽다. 이삭과 어머니의 만남을 처음부터 지켜본 마리안느는 시아버지의 성격과 행동이 어머니와 닮았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어머니와 헤어져 차에 돌아오니 사라 혼자만 있다. 안데쉬와 빅토르가 신의 존재 문제로 다투다 끝내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삭에게 "안데쉬는 섬세하고 다정하지만 성직자는 곰팡이 냄새가 나고, 빅토르는 재미있고 의사는 돈을 많이 버니 장래가 훨씬 밝아요…. 어떻게 신을 믿어요?"라고 말하는 사라. 노모의 말마따나 계산속이 빠른 젊은 세대의 현실적인 합리주의다. 


 이때 싸움을 말리고 둘을 데리고 오는 마리안느. 뒷좌석의 사라 옆에 앉은 둘에게 사라는 "그래서 신은 있어?"하고 묻는다. 과학과 종교, 존재와 구원의 끝없는 논쟁이다.

 


 10. 두 번째의 꿈, 외로움과 용서

 


 폭우가 쏟아진다. 차에서 곤히 잠이 든 노박사가 꿈을 꾼다. "잠에 빠졌지만 악몽을 꾸었다. 꿈속의 영상이 너무나 생생하고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그 꿈의 상황에서는 내 마음을 관통하는 참을 수 없이 불순한 의도가 있었음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는 이삭의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그의 꿈 장면을 보여준다.


 갈까마귀떼가 불길한 징조처럼 까악까악 소리내며 날아간다. 숲속에서 사라가 거울을 본 적이 있냐고 물으며 이삭의 얼굴에 거울을 들이민다. "이제 넌 나이가 들었고 곧 죽을 테지만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어머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었구나…. 누구도 참을 수 없고 인정하기 힘든 진실. 너무도 잔인해서 외면하고픈 현실. 하지만 외면하지 말고 거울을 다시 봐." 하면서 자기 말을 잘 들어보라는 사라. 


 이 거울은 베리타스(veritas), 즉 '진리, 진실'을 상징한다.

 

 

 


 "난 네 동생 시그프릿과 결혼해. 우린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 이때 거울속에 비친 이삭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그 주름진 얼굴… 미소를 지어 봐." 그러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이삭은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명예교수님이니까 그 이유를 알만도 한데… 넌 몰라. 학식은 많지만 진정 필요한 건 모르지…." 울상이 된 이삭을 야멸차게 뿌리치고 갑자기 "가야 해. 시그프릿의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하고는 급히 사라지는 사라. 


 라이락 그늘 요람에 울고있는 아기를 안고 "이모가 잘 보살펴 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며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시그프릿이 문을 열어준다. 


 또 갈까마귀떼가 날아간다. 뒤따라온 이삭이 요람을 살펴보니 그 안에는 아기가 없고 비어있다. 

 

 

 


 집으로 가서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는 이삭.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사라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곡(Prelude and Fugue No. 8 in E-flat minor, BWV 853)'을 연주하고 있다. 턱시도를 입은 시그프릿이 다가와 그녀에게 키스를 한다. 둘이 식탁으로 자리를 옮겨 와인을 마신다. 음악과 어울린 낭만적이고 행복한 장면이다. 


 여기서 첫사랑 연인을 빼앗긴 이유가, 여자의 이중성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자가 필요로 하는 사랑에 무관심과 소심함으로 일관한 자신의 성격 때문이었음을 깨닫고 새삼 회한에 젖어드는 이삭. 


 그런데 사라가 돌보던 그 아기는 시그프릿의 사생아였음을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삭은, 비록 자기를 차버리고 결국 무뢰한(無賴漢)인 시그프릿을 선택했지만, 그녀는 사생아를 마치 자기애처럼 키워줄 만큼 착하고 훌륭한 여자였고, 그래서 용서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꿈은 또 이어진다. 달빛 밝은 밤, 어느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니 문이 열리면서 재판관(앞에서 중년 부부의 남편으로 나온 군나르 쉬오베르그다)이 방으로 안내한다. 방 안에는 10명의 방청객이 모두 마네킹같이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다. 


 재판관이 이삭에게 현미경으로 세균 표본을 확인해 달라고 하는데 들여다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註: 여기서 이삭은 미생물학을 전공한 내과의사임을 알 수 있다.] 


 또 칠판에 적힌 글을 읽어보라며 그 뜻을 묻는데,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나는 언어학자가 아니고 의사"라고 항의하자 그것은 '의사의 본분'을 적어놓은 것이라며 알고 있느냐고 묻는 재판관. 잊어버렸다고 말하자 재판관은 "의사의 본분은 용서를 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제야 생각난 듯 파안대소하며 맞장구를 치는 이삭.


 재판관은 "죄 중의 중죄"라며 "본인이 왜 고소당했는지 모르고 있다고 적겠습니다."고 말한다. 이에 목이 마른 이삭이 물을 따라 마시며 "난 심장이 약하네. 나이가 많이 들었으니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길 바라네."라고 요구하자 "그럼 조사를 중단할까요?"하고 묻는 재판관. 


 아니라고 대답하자 재판관이 한 여자 환자(앞에서 중년 부부의 아내로 나온 군넬 브로스트롬이다)를 진단해 달라고 한다. 이삭이 '이미 죽었다'고 진단하자 그 환자가 이내 눈을 부릅뜨고 가소롭다는 듯 크게 소리 내 웃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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