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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Wild Strawberr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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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시리즈 (III)
젊어 보고 늙어 보니 청춘은 꿈결 같더라

 

 

(지난 호에 이어)
 그런데 베릿은, 사실은 남편을 때리려는 순간 길이 꺾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며 거짓부렁 한 남편에게 "당신 벌 받을 거예요. 당신 카톨릭 신자 맞죠?"라며 아직 분이 안 풀린 듯 빈정거린다.


 전복된 차를 바로 세우자는 노박사의 제안에 모두들 힘을 쓰고 있는데, 베릿은 남편에게 "사람들이 모두 당신처럼 이기적인 건 아냐. 아무리 여자 앞에서 젊은이들처럼 힘을 쓰려고 하지만, 늘어진 근육이 힘을 쓸 수 있겠냐."며 "나이가 들었으면 주제 파악을 하라."고 닦달한다. 


 알만이 받아친다. "아내는 남들 앞에서 내 망신주기를 좋아하죠. 그게 심리치료가 되니까요."


 그러나 일으켜 세운 차가 얼마 못가서 퍼덕거리며 멈춰선다. 이제 이삭의 차에는 이 중년 부부까지 7명이 타고간다. [註: 이삭과 마리안느가 운전하는 차는 1937년형 '패커드 12'로 V12 실린더의 7인승 최고급 리무진이다. 이 차를 생산한 디트로이트 소재 패커드 자동차 회사는 1899년에 첫차를 생산한 이래 대형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1958년에 문을 닫았다. 한편 알만이 운전한 차는 '폴크스바겐 비틀'로 당시 스웨덴에서 가장 일반적인 차였다.]

 

 

 


 갑자기 차 안의 분위기가 썰렁해지고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데 알만이 신경 거슬리는 휘파람을 분다. 베릿은 울고 있다. 알만이 "이 여자는 하도 연기력이 좋아 이 눈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하자, 운전을 하던 마리안느가 "이런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얘기"라며 "부인을 좀 쉬게 놔두라."고 주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만은 부인과 심지어 마리안느까지 싸잡아 언어폭력을 쏟아낸다. 참다못한 베릿이 손으로 남편의 얼굴을 수없이 때린다. 겉으로는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예의 바른 것으로 보이는 이 중년 부부는 일상적으로 불신이 깊은 듯, 차에 탄 나머지 5명의 기분은 전혀 개의치 않고 부부싸움에 열중이다. 아니 부부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원한이 골수에 맺힌 원수지간의 모습이다. 


 참다못한 마리안느가 "드라마처럼 극적인 두 분 사연이지만 아이들 눈도 있으니 내려달라."며 차를 세운다. 베릿이 차에서 내리며 "용서하세요. 가능하시다면."이라고 말한다. 


 차에서 내리는 중년 부부의 모습을 통해서 이삭은 오래 전 죽은 아내와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7. 고향의 인심과 향수(鄕愁)


 이삭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처음 개업했던 곳에 돌아오니 미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나이든 노모가 여기 살고 계신다." 고향에 도착한 것이다.


 주유소에 들른다. 헨리크 오케만(막스 폰 시도우)이 노박사 이삭을 대번에 알아보고 임신 중인 아내 에바(앤 마리 위만)를 부른다. 


 "부모님은 아직도 박사님 얘기를 하시죠. 세상 최고의 의사라고. 우리 아기도 박사님 이름을 딴 이삭 오케만이라고 지으면 수상감으로 괜찮겠지요?" 하며 너스레를 떤다. 에바가 딸이라면 어떡할 거냐고 하자 우린 아들만 만든다며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는 헨리크. 

 

 

 


 개솔린 및 엔진오일 값을 지불하려고 하자 헨리크 오케만은 이 동네 사람들 모두 박사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며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한다. 그러자 '이 동네를 괜히 떠났군!'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노박사. 출산하면 알려달라며 대부가 되어주겠다고 약속하는 노박사. 


 이 장면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가 물씬 묻어난다. 그러나 '세상 최고의 의사'라는 찬사에 대한 이삭의 반응은 승리감이나 당연성 또는 성취감이랄까,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전문의가 되기보다 차라리 이 동네에서 일반의로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또는 후회감이 들었기 때문에 '이 마을을 괜히 떠났군'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는 태도를 보인다. 


 한편 차 안에서 이 대화와 행동을 보고있던 마리안느는 은혜를 베풀어 존경받는 시아버지의 새로운 면모를 이해하게 된 듯 이삭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8. 신에 대한 논쟁과 연가(戀歌)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페티오에서 5명이 와인을 곁들여 점심식사를 한다. 노박사가 기분이 좋아 옛날 이곳에서 의사 생활 할 때의 얘기를 들려주자 모두들 즐거워한다. 


 안데쉬가 "삶과 자연의 혈관에서 아름다움이 억제된다면 그 근원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하고 말하자 사라가 "안데쉬는 목사, 빅(빅토르)은 의사가 된대요."라고 주석을 단다. 


 두 젊은이의 논쟁이 시작된다.


 빅: 신과 과학을 논하면 안 되는데 안데쉬가 그 약속을 깨버렸군. 현대인이 무슨 수로 성직자가 된다는 거지? 
 안데쉬: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건방진 합리주의로군. 


 빅: 현대인은 허무함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고 있어.


 안데쉬: 현대인은 하나의 발명품에 불과해. 인간은 죽음을 혐오하고 허무함을 견디지 못해.


 빅: 종교란 통증을 없애는 진정제와 같은 거야. 어린이들은 산타를, 어른들은 신을 사랑하지. 


 이쯤에서 세 젊은이가 노박사 이삭의 의견을 묻는다. 이삭은 "내가 무슨 말을 하던 아이러니를 만나게 돼." 하며 "난 입을 다물겠네."라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내가 애타게 찾던 친구는 어디 있는가. 일출과 함께 동트는 내 갈망의 절정. 어둠이 내려도 그의 흔적은 없네. 내 가슴은 불타오르고 나는 그의 자취를 보네." 하고 시를 읊는다. 중간에 마리안과 안데쉬의 도움이 있었지만.


 빅토르가 "신을 믿습니까?"하고 노박사에게 묻는다. 그는 "힘이 미치는 곳마다 그의 자취가 남아 있으니, 꽃의 향기는 부드럽고 들판의 바람은 너울거리네. 토해내는 내 한숨에, 내쉬는 공기에, 한여름 미풍의 속삭임에, 그의 자비로운 음성이 어리네."라는 연가(戀歌)로 답을 대신한다. 중간에 또 마리안이 거든다. 


 사라가 "눈물이 다 나온다."고 말한다. '보리(Borg)'라는 이름같이 딱딱하고 얼음처럼 차갑게만 느껴지던 노박사의 종교적 믿음과, 또 다른 서정적이고 따뜻한 면모를 보게되는 장면이다.

 

 9. 어머니와의 만남


 세 젊은이를 차에 남겨놓고 이삭과 마리안느는 걸어서 노모를 만나러 간다. 96세의 노모(나이마 위프스트란드)는 "오늘은 네 생애 최고의 날이라 보고싶어 전보를 보냈다."며 반갑게 맞이한다. 좀 떨어져서 주춤하고 있는 마리안느를 보자 죽은 며느리 카린으로 착각하고 "할 말 없으니 가라고 해라. 천하의 몹쓸 것 같으니!"하고 쏘아붙인다. 

 

 

 


 이삭이 손자며느리라고 설명을 하자 그때서야 남편 에발드와 아이들은 왜 두고 혼자 왔느냐고 묻는 노모. 마리안느가 아이가 없다고 말하자 "요즘 젊은 것들은 이상해. 난 열이나 낳았는데."하며 그녀에게 저기 있는 상자를 가져오라고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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