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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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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시작하여 북서쪽 러시모어산에서 끝나는 미스터리•스릴러 첩보 명화

 

 손힐을 실은 앰뷸런스가 숲속에 도착한다. 거기서 켄달을 만나지만 그녀는 반담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손힐. 그는 제지하는 교수를 따돌리고 켄달을 구하기 위해 러시모어산 중턱에 있는 반담의 소굴로 잠입한다.


 반담의 집밖 창문을 통해 손힐은 경매에서 구입한 조각품 속에 마이크로 필름이 들어있다는 사실과, 레너드가 켄달이 사용한 권총이 공포탄이었음을 반담에게 폭로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래서 그들이 그녀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켄달에게 겨우 알리게 되는데… 집안으로 잠입한 손힐에게 하녀가 공포탄이 든 권총을 발사하는 바람에 반담은 비행기로 같이 탈출하기로 한 켄달을 죽이려 한다. 그때 켄달이 도망쳐 손힐에게로 달려간다.


 반담 부하들에게 쫓겨 숲으로 도망치던 둘은 이윽고 러시모어 산 정상에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조각상 위에서 밸러리언과 결투를 벌이는 손힐. 결국 밸러리언은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지만 레너드가 켄달을 절벽 아래로 밀어뜨린다. 겨우 절벽 끄트머리 한켠을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켄달에게 한손을 뻗쳐 그녀를 끌어올리는 손힐. 그때 나타난 레너드가 손힐의 손을 발로 짓밟는다. 절대절명의 순간! 교수와 함께 온 공원 순찰대원이 산 정상에서 쏜 총에 레너드가 쓰러진다. 드디어 반담의 부하들은 다 죽고 반담은 체포된다.


 이윽고 가까스로 절벽에서 끌어올리는 장면이 기차 침대칸으로 오버랩되면서 손힐과 켄달은 서로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가게 되고 그들을 태운 기차가 터널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끝난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3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편집상, 최우수미술상, 최우수각본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2개 상은 벤허에게 돌아갔고, 최우수각본상은 필로우 토크에게 돌아갔다. 다만 어니스트 리먼(Ernest Lehman, 1915~2005)은 다음해 에드거(앨런 포) 시상식에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뉴욕에서 시작하여 그 북서쪽인 사우스 다코타 주 러시모어 산에서 끝난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북북서라는 등 많은 추론이 있었지만 진작 극본을 쓴 어니스트 리만은 "히치콕 영화 중 끝내주는 히치콕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며 제목은 MGM사 한 직원이 말한 것을 따라 그냥 붙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촬영 로케이션으로도 유명하다. 손힐이 시카고로 가기 위해 승차권 없이 탄 뉴욕 기차역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명소이다. 그 중 몇 가지만 들어보면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음모이론(Conspiracy Theory•1997), 토미 리 존스, 윌 스미스 주연의 멘 인 블랙(1997), 재키 첸(成龍)이 주연하고 아놀드 슈바르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변신하기 전 마지막 출연한 영화로 유명한 80일 간의 세계 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2004), 브루스 윌리스, 새뮤얼 L. 잭슨이 주연한 언브레이커블(2000) 등 수없이 많다.


 다음 로케이션은 사우스 다코타 주에 있는 러시모어 산이다. 이곳은 미국 건국 130년의 역사를 상징하는 4사람의 미국 대통령의 얼굴 조각상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초대 조지 워싱턴, 제3대 토머스 제퍼슨,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 제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이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암벽 조각상 밑에서 벌어지는 추격과 격투 장면은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그러나 정작 공원측으로부터 촬영허가를 받지 못해 원거리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튜디오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끝으로 유엔본부 건물이다. 이곳도 당국의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해 그랜트가 택시에서 내려 걸어서 건물에 다가가는 장면의 건물 외관은 카펫 클리닝 트럭 속에 몰래카메라를 숨겨 촬영했고, 건물 안 로비는 히치콕 자신이 관광객으로 위장해 수차례 들어가 찍은 스냅샷을 근거로 정교한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정식으로 유엔사무총장의 허가를 받고 촬영한 유일한 영화가 니콜 키드맨, 숀 펜, 캐서린 키너 출연의 인터프리터(2006)라고 한다. 이 영화는 시드니 폴락(Sydney Pollack, 1934~2008) 감독의 마지막 작 품이기도 했다.


 원래 캐리 그랜트가 맡은 손힐 역에는 이창(Rear Window•1954), 현기증(Vertigo•1958) 등에서 명연기를 펼친 제임스 스튜어트(James Stewart, 1906~1997)가 맡으려고 로비를 하였으나 히치콕과 어니스트 리먼은 애초부터 이 역할에 캐리 그랜트를 점 찍어뒀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캐리 그랜트는 손힐의 어머니로 분장한 제시 로이스 랜디스(Jessie Royce Landis, 1896~1972)와 동갑내기여서 모순을 빚기도 하였다.(제시 로이스 랜디스에 관하여는 본보 2014년 9월5일자 이수 참조). 그리고 캐리 그랜트가 입었던 회색 정장은 영화 사상 최고의 남자의상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 후 톰 크루즈의 콜레트럴(2004), 벤 애플렉의 페이첵(2003) 캐릭터에 영향을 끼쳤다.   


 한편 에바 마리 세인트가 맡은 이브 켄달 역에는 뮤지컬 영화에 주로 등장하였던 시드 채리스가 후보로 지목되었으나 히치콕은 워터프론트(On the Waterfront•1954)에 말론 브랜도의 상대역으로 처음 출연한 에바 마리 세인트로 결정하였다. 일설에는 히치콕은 금발의 미녀를 좋아하는 남성우월주의자였기 때문에 금발의 세인트를 선택했다고도 한다.


 히치콕의 작품에는 흔히 금발 미녀를 등장시켜 여성을 불길한 재앙의 근원으로 보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고 또 은근히 성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유혹자의 모습으로 여성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그는 또 백인우월주의자였기 때문에 그의 영화에 흑인, 동양인이 나오는 작품은 거의 없다.


 히치콕은 자신의 작품에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김없이 이 영화에서도 오프닝 장면에서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크레디트가 나올 때 버스를 타려다 문이 닫혀 코를 찧을 뻔 하는 배나온 사람으로 등장하였다. 또 열차 안에서 손힐이 화장실에 숨었다 나올 때 객실 의자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바로 히치콕의 또다른 카메오이다.


 히치콕의 특허상표인 서스펜스, 유머 및 글래머는 추격 스릴러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미스터리는 비밀에 쌓인 불가사의한 사건 전개로 계속해서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해결되기를 갈망하는 관객들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있는 히치콕의 수중에 완전히 종속된다.


 재미있게도 히치콕은 hitch와 cock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hitch는 걸어 매단다는 뜻이고 cock은 수컷, 수도꼭지 또는 남근(男根)을 상징하는 은어이니 결국 Hitchcock은 남근을 붙잡아 매단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히치콕이 평생동안 사용한 자신의 성에 대해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지녔는지는 알 수 없겠으나 그 자신이 오이디푸스적 갈등 문제와 결부시켰을 때 그 어떤 무의식적인 태도를 지니고는 있었을 법하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 손힐과 켄달이 기차 침대칸에서 포옹을 하는 동안 달리는 열차가 터널을 통과하는 엔딩은 자신의 말마따나 히치콕의 장난스런 유머를 반영하는 자아의식의 프로이드적 상징(Freudian symbolism), 즉 남근 상징이다.


 한편 음악감독은 시민 케인(Citizen Kane•1941)에서 아카데미 작곡상 후보에 올랐으며, 도리스 데이가 부른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던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1956), 그리고 현기증(1958), 사이코(Psycho•1960) 등 히치콕 감독과 호흡을 같이 했던 버나드 허만(Bernard Herrmann, 1911~1975)이 담당하였다. 이브 켄달의 호텔 객실에서 샤워하는 척을 하면서 그랜트가 휘파람으로 부른 곡은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1952)의 주제곡이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흥행에 대성공을 거둬 전년도 현기증의 실패를 만회하게 된다. 이 영화는 제작 50주년 기념으로 2009년 워너 브라더즈사에서 블루레이 및 DVD로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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