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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등(Gaslight)" (중)
youngho2017

 

2015-05-01

"가스등(Gaslight)" (중)

 

남편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종되어
망각증세와 정신이상에 말려드는 아내

 

 

 한편 나이 어린 하녀 낸시(안젤라 랜스베리)가 이러한 상황을 더욱 부채질한다. 폴라는 낸시가 나타날 때마다 얼굴에는 경멸의 표정이 역력하여, 자기가 정신이상자여서 하녀도 자기를 멸시하는 것으로 확신하게 된다.


 폴라는 모르지만 사실 남편 그레고리가 세르기스 바우어로 고모 앨리스의 살인범이자 보석 도둑이었다. 그가 이탈리아에서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환심을 사서 한 결혼 역시 그녀가 물려받은 유산을 노리고 보석을 찾기 위한 의도적인 접근이었다. 그래서 매일 밤 은밀하게 다락방에 있는 앨리스의 짐을 샅샅이 뒤져 보석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폴라가 들은 다락방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는 남편 것이었고, 가스등이 깜박인 것은 그레고리가 집안에 숨겨진 보석을 찾기 위해 다락방의 가스등을 켜고 돌아다녔기에 아래층 폴라의 방으로 공급되는 가스의 양이 줄어들어 발생한 ‘진실’이었다. [필자주: 사실 가스등 시대는 전기가 발명된 1915년 무렵 종말을 고한다.]  이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남편에 의해 조종되는 폴라의 삶은 희뿌연 안개로 가득 찬 그녀의 집 앞 골목으로 대변된다.

 


 남편 그레고리는 아내 폴라를 미치게 만들어 요양원에 보내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당신은 무의식중에 집안 곳곳의 물품들을 몰래 이곳저곳 숨긴 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입시킨다. 그럼에도 폴라는 결코 남편을 의심하거나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남편은 완벽한 존재였고, 자신은 그에게서 사랑 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따라서 자신은 정신이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스스로가 확신하게 된다.

 

 


 한편 브라이언은 가정부 엘리자베스(바바라 에베레스트)와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웃집 베시(다메 메이 휘티)의 협조에 힘입어 이 집안의 비밀을 파헤쳐간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조금씩 10년 전의 살인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앨리스 앨퀴스트에게는 영국 황실급에 해당하는 엄청난 보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죽음과 더불어 그 보석은 행방불명 되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모든 기괴한 사건의 원인이 주인 그레고리에게 있다고 의심해 오던 충실한 가정부였다. 브라이언은 풀라의 방을 조사하기 전에 두문불출하고 있는 그녀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그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앨리스의 장갑 한짝을 폴라에게 보여준다. 소장하고 있던 다른 한짝과 일치하자 그제서야 믿음을 주고 마음을 여는 폴라.

 

 브라이언은 드디어 그 집 안으로 들어가 폴라와 마찬가지로 희미해지는 가스등을 보게되고, 여러 단서를 통해 폴라의 말이 진실임을 밝혀낸다. 또 세르기스 바우어의 편지가 음악회 불참통지서의 그레고리 글씨와 일치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폴라를 만나서 가스등이 깜박이는 이유를 설명하자 폴라의 정신착란증은 곧바로 회복된다. 브라이언이 아니었다면 폴라는 결코 자신이 멀쩡한 정상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극적인 결말은 드디어 그레고리가 그토록 찾던 보석을 발견했을 때 브라이언이 들어가 그를 체포하는 것이다. 그 보석은 빤히 보이는 곳에 있는 의상에 단순한 악세서리인 것처럼 위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오랫동안 미결 상태에 있던 사건이 해결된다. 대단원은 폴라가 다락방 설합속에서 없어졌던 브로우치를 발견하고 복수심에 불타서, 의자에 묶여있는 그레고리를 죽일 것처럼 으름장을  놓다가 풀어줄 것처럼 감질나게 괴롭히며 그녀가 당했던 정신착란적인 고통을 그에게 심리적으로 고문한 뒤, 이윽고 남편이 경찰서로 끌려가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가스등에서 그레고리가 폴라에게 한 것처럼 타인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종되어 희미해진 가스등과 같이 기억상실과 정신이상 등에 말려드는 병리적 심리상태를 심리학에서 ‘가스등 효과(Gaslight Effect)’라고 부른다. 이와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로 Hush…Hush, Sweet Charlotte(1964)이 있다.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와 조셉 코튼이 베티 데이비스의 집과 돈을 뺏기 위해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내용이었는데 패티 페이지가 부른 동명의 노래가 크게 히트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1940년대 헐리우드 영화의 한 조류 내지 특징으로 당신의 남편을 믿지 말라는 주제가 유행했던 것 같다. 예컨대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1940), 의혹(Suspicion•1941)을 비롯하여 1944년 가스등 및 제인 에어, 오명(Notorious•1946), 1948년 살인 전화(Sorry, Wrong Number) 및 잘 자요, 내 사랑(Sleep, My Love) 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영화가 느와르(noir) 영상언어로 부유하고 자폐증 있는 여자들이 주로 늙고 정신 착란적인 남편에 의해 협박 당하고, 거처하는 집이 테러의 함정으로 이용되는 등의 패턴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그레고리 앤튼 역의 샤를르 브와예(Charles Boyer, 1899~1978)는 1920~1976년 사이에 8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로 불어와 영어 외에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했다. 필자가 어렸을 때 그를 접했던 영화는 진 아서와 공연한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History Is Made at Night•1937)와 알제(Algiers•1938) 그리고 이 가스등이 전부였다.


 그는 처음부터 주목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의 장점 중 하나인 목소리가 무성영화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유성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영화 속에서 들려진 그의 속삭이는 듯한 사랑 고백은 샤를르 브와예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톰과 제리 만화영화에서 그의 목소리 스타일이 패러디되기도 했었다.
 

 만년에는 캐릭터 역할로 변신하여 80일 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1956), 오드리 헵번과 공연한 백만달러의 사랑(How to Steal a Million•1966),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Is Paris Burning?•1966) 그리고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1967) 등에 출연했다.     


 샤를르 브와예는 1934년 영국 배우 팻 페이터슨(Pat Paterson, 1934~1978)과 결혼하여 헐리우드에서 아리조나 주의 패러다이스 밸리로 이사하여, 다른 헐리우드 스타들과는 달리 초혼으로 이혼 없이 44년을 함께 살았다. 그는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 열부(烈夫)로 회자되고 있다. 아내가 불치의 암에 걸린 사실을 본인에게 숨기고 5개월 간 지성껏 간호했으나 그녀가 결국 죽자, 샤를르는 아내가 죽은지 이틀 후, 그리고 그의 79세 생일 이틀 전인 1978년 8월26일 세코날을 과용,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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