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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I 배경 영화(IV)-'콰이 강의 다리'와 '죽음의 철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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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사흘이 흘렀다. 군의관 클립턴 대위의 끈질긴 면담요청에 드디어 사이토 대령은 5분의 시간을 주며 니콜슨 중령과의 면회를 허용한다. 군의관은 '장교가 사역에 응하지 않으면 환자들을 사역에 동원하겠다'는 수용소장의 말을 언급하며 중령을 설득한다. 하지만 '원칙의 문제'라며 고집을 꺾지 않는 중령을 뒤로 하고 물러서는 클립턴 대위.

 

 이때 찜통 감옥에 갇혀있는 장교들에게 실패 싸인을 보내는 클립턴은 혼잣말로 "둘다 미친 건가,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작열하는 태양 때문인가?"하고 되뇐다.

 

 초조해진 소장은 한밤중에 니콜슨 중령을 찜통감옥에서 자기 집무실로 데려와 설득반 협박반으로 협조를 요청한다. 술과 식사를 권하지만 이마저도 거절하는 니콜슨에게 "패배했지만 수치를 모르고, 고집은 있되 자존심이 없으며, 인내를 하지만 용기가 없다."며 "영국 놈들을 증오한다."고 강변하는 사이토! 다시 찜통방에 수감되는 니콜슨.

 

 한편 탈출에 성공한 쉬어즈 소령은 길을 잃고 정글 속 황무지를 헤매다가 어느 마을 어귀에서 쓰러진다.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보트로 정처없이 노를 저어 가다가 물이 떨어져 실신한 상태로 표류하는데….

 

 다시 포로수용소. 정장을 한 사이토 대령이 러일전쟁 승전기념일을 기해 강경책을 거두고 니콜슨 중령을 비롯한 장교들을 사면하고 장교들은 노역에 참여하지 않도록 조치한다. 결국 니콜슨 중령에게 굴복한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 유학하여 공부를 했다는 사이토 소장은 일본군인으로서의 체면을 구긴 일에 분노하여 방에서 홀로 통곡한다. [註: 러일 전쟁은 청일전쟁(淸日戰爭) 이후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1903년 8월에 진행된 러시아 제국과 일본 제국 간 협상이 결렬되자 1904년 2월8일 일본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하여 1905년 5월에 일본이 승리했다. 이 무력 충돌은 1905년 9월5일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중재로 포츠머스 강화조약(Treaty of Potsmouth)이 체결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루스벨트는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법 없이는 문명도 없다"는 소신을 가진 니콜슨 중령은 그 날부터 스스로 진두지휘하여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간다. 엔지니어인 리브즈 대위(피터 윌리엄스)와 휴즈 소령(존 박서)이 도면을 펼쳐들고 다리 건설을 위한 전문 설계와 기술적 문제점들을 브리핑한다. 참석한 사이토 소장에게 차와 식사를 부탁하면서 밤늦게까지 진행된다. 영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한껏 내세운 결과에 만족하는 니콜슨 중령은 후대에 남을 교량 건설의 꿈에 부푸는데….

 

 장면은 실론(Ceylon, 지금의 스리랑카)에 있는 마운트 라비니아 야전병원. 영국군 워든 소령(잭 호킨스)이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쉬어즈 소령을 방문한다. 애인 간호사(앤 시어즈)와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쉬어즈는 워든 소령과 내일 아침 동남아 작전사령부를 방문하기로 약속하는데….

 

 다음날 본부에 도착한 쉬어즈는 캠브리지 대학 동양언어학 교수를 지냈다는 워든 소령과 작전사령관 그린 대령(안드레 모렐)을 만난다. 워든은 미해군에 연락하여 쉬어즈 소령을 영국군 제4316부대에 임시 소속되는 것으로 조치를 취해 놓았고, 따라서 폭파를 위해 쉬어즈가 탈출했던 콰이강의 다리까지 안내를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드디어 쉬어즈 소령과 워든 소령, 그리고 조이스 중위(조프리 혼) 등이 특공대로 참여하여 낙하산으로 적지로 투입된다. 일본군에게 가족을 잃은 타일랜드인 야이(M.R.B. 차크라반두)가 이들을 돕는다. 짐꾼은 여자들이 담당하는데 모두 맨발이다. 그런데 무전기로 '열차와 다리를 동시에 파괴하라'는 새 지령을 받는 일행.

 

 이 무렵 '포로이지만 작업에 긍지를 갖는 건 군인의 필수'라며 다리 공사에 열성을 쏟고있는 니콜슨 중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적군의 군사시설이라는 의식보다는 '서구의 효율성과 기술의 우위성'을 증명할 교량건설을 통해 자아만족의 희열을 느끼는 인간적 모순에 빠져든다.

 

 한편 특공대는 잠깐 휴식을 취하는 동안 뜻하지 않은 일본군의 출현으로 교전이 벌어져 워든 소령이 발목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목적지에 다다른다. 망원경으로 콰이 강의 다리를 살피는데 니콜슨 중령과 휴즈 소령이 현판을 걸고 있다. "이 다리는 영국군이 설계하고 완성한 것이다. 1943년 2월-5월"이라고 쓰여 있다.

 

 워든 소령이 임무를 부여한다. 여자들이 만든 뗏목에 어둠을 틈타 폭발물 등을 실어 쉬어즈, 조인스, 야이가 떠밀고 내려가 다리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전선은 조이스가 담당하되 하류쪽으로 물속 1m 깊이에 묻기로 하고, 이때 쉬어즈가 조이스를 엄호하도록 한다. 워든은 반대쪽에서 총괄 지휘를 하는 것으로 정한다.

 

 한편 완성된 다리 위를 걸으며 감회에 젖는 니콜슨 중령. 이때 사이토 소장이 걸어온다. 니콜슨은 "내일이 내가 군복무를 한지 28년이 되는 날이오. 평화와 전쟁의 28년!… 후회는 절대 없소. 그런데 때로는 시작보다 끝에 가깝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요. 그때 자신에게 질문하죠. 내 인생의 총 합이 뭔지, 내가 변화시킨 게 있는지 다른 이들의 경력과 비교하게 되지요. 이런 생각이 건전한 것인지는 모르겠소.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때때로 있소. 특히 오늘은…"

 

 이때 애지중지 하던 지휘봉을 강물에 빠뜨리는 니콜슨! 뭔가 전조(前兆)가 좋지 않아 "제기럴!"하고 나직이 내뱉고는 사이토에게 "저녁에 부하들의 오락이 있어 가봐야겠다."고 말하고 떠난다.

 

 장면은 요란하게 오락이 진행되는 무대. 마침 그 틈을 이용해 특공대가 잠입하여 계획대로 다리 밑 부분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도화선을 강가에 있는 작은 바위 안쪽까지 성공적으로 매설한다.

 

 오락이 끝나자 니콜슨이 치하의 연설을 한다. "나와 클립턴 군의관은 며칠 더 있다 가고 나머지는 내일 준공식을 못보고 떠나지만 이 황무지에서 패배를 승리로 이끈 여러분을 치하합니다." 그리고 영국 국가 'God Save the King'을 모두 합창한다.

 

 다음날 아침. 워든 소령 일행은 강물이 빠져 전선과 폭탄이 육안으로 다 보이는 광경에 경악하는데… 이때 사이토 소장이 다리 준공 테이프를 일본도로 커팅하고, 영국군이 '콰이 강의 행진곡'을 휘파람으로 불며 다리 위를 행진한다. (다음 호에 계속)

▲ 드디어 찜통감옥에서 풀려나오는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 그의 투쟁이 결국 일본군 수용소장 사이토 대령을 이긴 것이다.


▲ 그린 대령(안드레 모렐·가운데)이 쉬어즈 소령(윌리엄 홀든·왼쪽)과 워든 소령(잭 호킨스)에게 콰이강 다리 폭파 특공대로 참여토록 지시한다.


▲ 일본군과의 교전으로 워든 소령이 발목에 부상을 입는다. 왼쪽부터 쉬어즈 소령(윌리엄 홀든), 야이(M.R.B. 차크라반두), 조이스 중위(조프리 혼), 워든 소령(잭 호킨스).


▲ 사이토 대령이 니콜슨 중령 지휘하의 영국군 포로들의 콰이강 다리 공사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 망원경으로 콰이강의 다리를 살피는 워든 소령(잭 호킨스).


▲ 니콜슨 중령과 휴즈 소령이 현판을 걸고 있다. "이 다리는 영국군이 설계하고 완성한 것이다. 1943년 2월-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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