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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I 배경 영화 (III)-조용하고 깊게 출항하라(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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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이 영화의 원작은 실제 30년간 잠수함 사령관을 지냈던 에드워드 비치(Edward L. Beach Jr., 1918~2002)의 1955년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인데, 정작 비치는 "제작사는 단지 제목만 샀을 뿐이지 주제와 구성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는 이 영화를 '백경(白鯨, Moby Dick·1956)'에 나오는 에이허브 선장(그레고리 펙)의 강박관념과 '바운티 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1962)'에서 나타나는 라이벌 의식 및 갈등 등을 결합한 작품으로 프로모션을 했다고 해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실제 잠수함에 복무했던 퇴역자들에 의하면,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정확하며 현대의 관객들에게 잠수함의 운용과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예컨대 어뢰 공격을 위해 함교에서 쌍안경으로 관찰하고, 사정 거리 및 방위 측정, 데이터 컴퓨터 활용 등이 사실 그대로 정확하다고 한다. 잠수할 때 '다이브! 다이브!'를 외치는 것, 부상(浮上) 시 함장이 선교에 부착된 목표측정기를 사용하여 지휘탑에서 공격수에게 방위와 거리를 지시하는 것, 비록 전투기 또는 함상 포격 등의 위험이 있지만, 잠수함의 속도와 디젤 엔진을 사용한 기동성의 이점을 이용하여 야간 선상 공격을 감행하고, SJ 레이더에 의한 정확한 거리와 방위를 계산하는 것 등이 그렇다. [註: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개발한 'SJ 레이더'는 잠수함이 부상했을 때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를 비롯하여 방위 및 거리에 관한 아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S밴드(10cm) 광역 레이더로 당시 일본 해군의 극저역대 레이더에 비해 작전수행의 신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 1914~2005) 감독은 이러한 잠수함 운영 및 어뢰 공격 등의 복잡한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캐스트들과 실제 잠수함에서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의 영화평론가 보슬리 크로더는 "제작사 HHL이 그 전에 만든 '베라 크루즈(1954)' '트래피즈(1956)' 등은 쓰레기"라며 "'조용하고 깊게…'는 바다와 '조용한 복무(silent service)'를 하는 사나이들을 깔끔하게 그린 전쟁 수작"이라고 평했다.

 

 '잠수함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분고해협에서 불명예스러운 격침 이후 복수를 다짐하는 노년의 함장과 함장이 되기만을 기다렸지만 갑작스런 새치기로 좌절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된 아직은 젊은 부함장이 중심을 잡고 있는 '조용하고 깊게…'는 서로의 갈등이 증폭되는 와중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결국 아키카제에 승리하고 일본 잠수함을 격침시키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능력에 대한 인정을 하게 된다는 진짜 군인다운, 사나이다운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 중 얼핏 생각나는 대표적인 작품은 로버트 미첨, 쿠르트 위르겐스 주연의 '상과 하(The Enemy Below·1957)', 그리고 케리 그란트, 토니 커티스 주연의 '페티코트 대작전(Operation Petticoat·1959)'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조용하고 깊게…'는 정말 놓치기 아까운 역대급 작품이지 싶다.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 1901~1960)은 경제 대공황기인 1934년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로드 무비인 '어느 날 밤에 생긴 일(It Happened One Night)'에서 해고 당한 신문기자 역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3세기 동안 영화 주역을 도맡은 '헐리우드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의 대표작을 꼽으면 '바운티호의 반란(1935)', '샌프란시스코(1936)', 그레이스 켈리와 공연한 '모감보(1953)' 등이 있다. 무엇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1939)'에서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의 상대역인 레트 버틀러 역으로 우리에게 깊이 각인된 미국 배우이다. 마릴린 먼로와 공연한 존 휴스턴 감독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The Misfits·1961)'이 두 주연배우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이 영화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루쏘 역으로 분장한 닉 크라바트(Nick Cravat, 1912~1994)는 버트 랭카스터보다 한 살 위로 20살 때 플로리다 케이 브라더즈 서커스단에서 만나 같이 곡예사로 활동했던 인연으로 평생을 친구로 지낸 사이이다. 1939년에 랭카스터는 손목에 부상을 당해 그만 두었지만 헐리우드에서 배우로 성공하자 그가 출연하는 영화에 닉을 기용해 9편 가량을 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불꽃과 화살(The Flame and the Arrow·1950)' '진홍의 도적(The Crimson Pirate·1952)' 등이다.

 

 닉 크라바트는 서커스의 기예로 랭카스터와 함께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지만 항상 말이 없어 '벙어리'인 줄로 알았는데 '조용하고 깊게…'에서 비로소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그는 뉴욕 맨해튼 출신으로 투박한 브루클린 엑센트 때문에 대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버트 랭카스터와 닉 크라바트는 1994년 같은 해에 사망했다.

 

 음악감독은 프란츠 웩스만(Franz Waxman, 1906~1967)이 맡았다. 그는 빌리 와일더 감독, 윌리엄 홀든 주연의 '선셋 불러바드(Sunset Boulevard·1950)', 조지 스티븐스 감독, 몽고메리 클리프트,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1951)'를 통해 2년 연속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경력의 유대계 미국인.

 

 그 외에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레베카(Rebecca·1940)'와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주연의 '이창(裏窓, Rear Window·1954)', 마크 롭슨 감독의 '페이튼 플레이스(Peyton Place·1957)'와 '로스트 코맨드(1966)', 프레드 진네만 감독, 오드리 헵번 주연의 '파계(The Nun's Story·1959)' 그리고 율 브리너, 토니 커티스, 크리스티네 카우프만이 출연한 '대장 부리바(Taras Bulba·1962)' 등 150여 편의 영화 음악을 작곡하여 영화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작곡가이다. (끝)

 


▲ 격침 당한 화물선 우측으로 아키카제가 움직인다. 거리 1500m에서 어뢰 두 발을 쏴 격침에 성공하는 널카 잠수함.
 


▲ 일본 잠수함이 널카 잠수함 위로 지나간다. 일본 잠수함이 엔진을 멈추자 널카도 엔진을 끔으로써 음파탐지기에 잡히지 않는다.
 


▲ 일본 잠수함의 음파충돌 전술 때문에 엔진까지 끄자 잠수함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다. 영화 제목 그대로 조용하고 깊게 운항하는데…
 


▲ 낮게 가라앉은 유인선 아래로 두 발의 어뢰를 발사하여 잠수함과 유인선을 동시에 격파하는 장면.
 


▲ 널카 잠수함 선상에서 리차드슨 함장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짐 블레드소 소령이 "… 이 바다가 그의 영혼에 새 생명을 줄 그 때를 기다립니다"고 추도사를 낭독하며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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